기후 위기와 지정학적 긴장 속에 전 세계가 '식량 전쟁'에 나설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지난해 9월 8일(현지시간) 러시아 옴스크 지역에서 농민들이 밀을 수확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전 세계가 지정학적 긴장과 기후 변화 속에 '식량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세계 최대 곡물 메이저 가운데 한곳이 경고했다.
식량 공급이 감소하면서 각국이 식량 확보를 위해 치고받는 전쟁 상황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는 세계 최대 곡물 거래 업체 가운데 한 곳인 올람아그리 최고경영자(CEO) 서니 베르지스가 이같이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베르지스는 "인류는 석유를 놓고 수많은 전쟁을 치렀다"면서 "앞으로 식량과 물을 놓고 더 큰 전쟁들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FT에 따르면 베르지스는 20일 로스차일드 산하의 레드번애틀랜틱이 주최한 소비자 컨퍼런스에서 각국이 식량 재고 확보를 위해 무역 장벽을 치면서 식료품 가격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악화했다면서 이같이 경고했다.
베르지스의 이 같은 경고는 곡물 메이저들이 중간에 농간을 부려 막대한 차익을 내기 위해 상황을 악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올람아그리를 비롯한 곡물 메이저들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해 곡물 가격이 뛰기 시작하자 사상 최대 순익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이 공급을 통제하면서 전 세계 식료품 가격 폭등을 부르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베르지스는 그러나 각국 정부의 시장 개입이 식료품 가격 고공행진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각국이 비관세 무역장벽을 쌓기 시작했다면서 무역장벽을 세운 나라가 154개국에서 1266개국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베르지스는 이같은 비관세 무역장벽이 "수급 불균형 악화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돈이 더 많은 나라들이 전략 원자재인 식량을 필요 이상으로 확보하면서 수요 확대를 가중시켰고, 결국 가격을 끌어올렸다면서 "인도, 중국을 비롯해 모든 나라들이 공급 감축에 대비해 필요 이상으로 비축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 식량 공급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세계 주요 곡창지대 가운데 한 곳인 데다 러시아의 비료 수출도 차단됐기 때문이다.
전 세계 소비자들은 높은 식료품 값으로 어려워하고 있고, 특히 가난한 나라에서는 기아가 심화됐다.
여기에 기후 위기에 따른 극심한 가뭄, 홍수 등으로 수확량이 줄자 각국은 식량 수출을 차단하는 등 보호주의 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22년 국내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팜유 수출을 금지했고, 지난해에는 특정 쌀 수출도 제한하기 시작했다.
베르지스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각국의 보호주의 정책은 잘못된 것으로 식료품 수급을 악화시켜 가격을 더 끌어올리겠지만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이 이런 행보에 나설 것으로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