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 접근 막히자 곧바로 중 정부 차원 전폭 지원
R&D 축소·인재 유출 타격 없어…엔비디아가 꼽은 최대 경쟁사
R&D 축소·인재 유출 타격 없어…엔비디아가 꼽은 최대 경쟁사
화웨이 부스 찾은 관람객들 |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미국이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무너뜨리고 중국의 기술굴기를 꺾으려 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화웨이는 여전히 세계 선도업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제재 당시엔 화웨이가 끝났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곧바로 중국 정부가 거액을 쏟아부으며 전폭적으로 지원한 덕에 화웨이는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기술 야망을 막기 어려운 이유를 보여준다고 WSJ은 말했다.
미 상무부는 2019년 5월 안보 우려를 들어 화웨이를 사실상 블랙리스트인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미 시장에서 5G 망 구축 등 새 사업을 벌이기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미 기업과의 거래가 원칙적으로 제한돼서 반도체 등 첨단 부품을 조달하지 못하게 됐다.
그러자 중국은 화웨이가 서방 공급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제재 당일부터 국가 차원의 지원에 나섰다.
이는 미국 기술을 추방하려는 '미국 삭제'(Delete America· 딜리트 A) 전략의 일환이다.
WSJ은 중국 정부 계약과 전현직 직원 인터뷰 등을 토대로 보면 구매 계약과 보조금 등을 통해 정부에서 화웨이로 수십억달러가 흘러 들어갔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있는 선전의 지방정부는 제재 당일 투자회사를 등록했다.
이 회사는 반도체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서 화웨이가 국내에서 부품을 공급받도록 했다.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 등을 세워서 전직 화웨이 인력을 고용하고 특허 기술을 이전받았다.
투자회사가 설립한 한 회사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제조사 (룽야오·榮耀)를 수십억달러에 인수했고, 화웨이는 이 자금으로 고급 스마트폰 개발에 집중했다.
중국 정부의 직접 지원도 확대됐다.
화웨이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보조금이 10억달러 이상인데, 이는 2019년의 4배 이상이다.
화웨이는 5년간 중국 정부에서 약 30억달러를 받았고 이는 연구개발비의 3%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또 정부 기관에 화웨이 제품 구매를 확대하도록 지시했다.
WSJ은 지난해 화웨이 제품 구매를 명시한 정부 조달계약을 300건 이상 찾았다고 말했다. 이는 약 50억달러 규모다.
5년 전 중국 정부 기관이 인텔이나 AMD에 제품을 요청했던 상황과는 극명히 대조된다고 WSJ은 말했다.
중국 국유 무선통신사는 에릭슨과 노키아 장비가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경우에도 구매하지 않을 정도였다.
에릭슨과 노키아는 2019년 5G 출시 전 중국 시장 점유율이 15%에 달했지만, 리서치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지금은 4∼5%에 그친다.
WSJ은 화웨이가 미 제재로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말했다.
2021년엔 매출이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핵심 사업인 통신장비 부문에서 고전했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에 점유율을 뺏겼다.
하지만 정부 지원 덕에 연구개발(R&D)비 삭감이나 인재 유출을 피하는 등 치명적 상황을 피했다.
지난해 화웨이 연구개발 지출은 1천650억위안으로, 2018년 1천20억위안에서 확대됐다.
화웨이 이익은 작년에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매출의 3분의 2는 국내에서 발생한다. 제재 전인 2018년엔 해외 고객 매출 비중이 48%였다.
작년 8월엔 자체 개발 칩을 넣은 고급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올해 2월엔 엔비디아가 최대 경쟁자로 지목했다.
델오로의 애널리스트 사메 부젤베네는 "미 정부의 화웨이 제재는 의도치 않게 회복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화웨이 제재를 지지하는 이들은 미국과 군사 동맹국에서 화웨이 장비를 줄이는 목표가 달성됐다고 말한다. 화웨이를 몰아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WSJ은 다만 화웨이의 반도체 제품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에 비해 한 단계 뒤처져있는 등 아직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서양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면 혁신을 계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 화웨이는 자사 제품이 서방 감시에 사용된다는 의혹을 부인했고 중국 정부와의 관계도 축소했다.
하지만 미 제재 후에는 부쩍 밀착하게 됐다.
화웨이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은 2021년 9월 중국에 귀국해서 조국의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미 정부 요구에 따라 2018년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한 연구자는 "우리가 더 국유기업처럼 돼가지 않나요"라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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