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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멘터리] 광복절 전날 4편 쏟아진다…한국영화 VS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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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기자의 씨네멘터리 #115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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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한국 영화 시장은 좀 이례적입니다. '7월말 8월초' 대목에 대작들이 몰렸던 예년과 달리 화제작들이 장마 전선 늘어지듯 길게 늘어서며 개봉했습니다.

이른바 '7말8초'에 "외계+인"·"한산"·"비상선언"·"헌트"가 매주 개봉했던 2022년과 "밀수"·"더 문"·"비공식작전"·"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잇달아 개봉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핸섬 가이즈(6월26일)", "탈주"(7월3일), "탈출"(7월12일)이 개봉을 마쳤고 전통적인 여름 대목에는 "리볼버"(8월7일)와 "파일럿"(7월31일) 두 편만 개봉했습니다. 두 영화도 '대작'에는 못 미치는 체급의 영화들입니다.

코로나 이후 '여름 대작'들의 흥행이 기대에 못 미치고, "서울의 봄"이나 "파묘", "범죄도시4"처럼 과거에는 비수기로 여겼던 11월, 2월, 4월에 개봉한 영화들이 천만 관객에 도달하면서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데 따른 '뉴 노멀'로 보입니다.

다음 주(週)면 사실상 올 여름 시즌이 끝납니다. 광복절 연휴 전날인 14일(수)에는 한국 영화 기대작 두 편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두 편이 한 날에 개봉해 맞붙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이런 경우도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이선균·조정석 주연의 "행복의 나라", 혜리 주연의 "빅토리", 정이삭 감독의 "트위스터스", 에이리언 프랜차이즈의 7번째 장편 영화 "에이리언:로물루스" 등이 저마다 특장점을 내세워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소재와 장르가 각양각색이라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이 네 편의 관람 포인트를 미리 짚어봅니다.

#1. 행복의 나라



10.26.이나 12.12.를 영화의 소재로 다룬다는 건 영화 내적(內的)으로나 외적으로나 많은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런만큼 웬만큼 실력을 인정받는 감독과 제작사가 나서게 되고, 주인공도 연기력과 대중성 모두 A급으로 인정받는 배우들이 맡아왔습니다.

10.26.을 다룬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2005)에서는 한석규와 백윤식이, 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2020)에서는 이병헌과 이성민이 주연을 맡았고, 12.12.를 다룬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에서는 정우성과 황정민이 메인 캐릭터를 연기했습니다.

다음 주 개봉하는 "행복의 나라"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의 신작으로 고(故) 이선균과 조정석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10.26.부터 12.12.까지 다루는 이 영화는 대통령에게 방아쇠를 당겼던 중앙정보부장의 수행비서(이선균)와 그의 변호사(조정석)를 주인공으로 삼습니다. (군인 신분인 수행비서는 사형 판결을 받습니다) 한국 영화에서 본격적으로 다룬 적이 없었던 인물들입니다.

앞서 언급한 세 영화의 메인 캐릭터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과 박정희 대통령,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장 등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인데 비해 "행복의 나라"의 주인공들은 사건 이면(裏面)의 인물들로, 영화가 이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상관의 명령으로 갑작스럽게 엄청난 사건에 휘말려들어간 수행 비서(대령)와 그에 대한 사형 판결만은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변호사의 이야기.

그런데 "그때 그 사람들"과 "남산의 부장들" 사이의 15년이라는 세월, "남산의 부장들"과 "서울의 봄" 사이의 3년이라는 간격과 비교하면 "서울의 봄"과 "행복의 나라"는 너무 가까워서 기시감을 완벽하게 지우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의 비서실장으로 나왔던 박훈이 "행복의 나라"에서는 육참총장 부관으로 나오고, 참모차장 역을 맡았던 유성주가 "행복의 나라"에서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을 연기하는 등 일부 조연 배우들도 겹치면서 "서울의 봄"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이 영화의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때 그 사람들",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 "행복의 나라"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제목이 모두 은유적인 표현이거나 책 또는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는 겁니다. 워낙 거대한 역사적 사건들은 구체적인 언어로 명명되기 어렵고 걸맞지도 않기 때문일 겁니다.

"행복의 나라"는 한대수의 명곡에서 제목을 따왔습니다.(영화 내 삽입곡이기도 합니다) 전작들에 비교할 때 가장 역설적인 제목의 이 영화는 분위기도 전작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엄중하고 이성적인 군인 이선균과 뜨겁고 감성적인 변호사 조정석, 그 두 배역이 맞부딪히는 연기의 톤앤매너와 다소 이질적인 합(合)을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됩니다.

#2. 빅토리



평이하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한 영화 제목, 중량감있는 스타나 감독이 없는 캐스팅, 예상대로 전개되는 줄거리… 하지만 누구에게나 한방은 있습니다. 이혜리·박세완 주연의 "빅토리"는 개봉 초반 입소문만 잘 탄다면 의외의 빅토리를 거두는 복병이 될지도 모릅니다.

1999년 거제의 한 고등학교에서 우여곡절 끝에 결성된 초짜 치어리더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역경을 헤치고 학교 축구팀을 승리로 이끈다는 뻔한 이야기.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싱싱한 젊음들이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펼쳐나가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좇아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들을 응원하게 됩니다.

영화의 배경인 1990년대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열정으로 똘똘 뭉친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당시 유행했던 메가히트곡들.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디바의 '왜 불러', 김원준의 '쇼', 듀스의 '나를 돌아봐' 등 전주(前奏)만 들어도 몸이 반응하는 댄스 음악들이 혜리와 박세완 배우의 춤과 함께 영화 내내 이어집니다.

재작년 류승룡·염정아 주연의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7080 노래의 향연이었다면 "빅토리"는 90년대 인기가요의 주크박스. 특히 박세완은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염정아의 아역으로 출연해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을 부른데 이어 이 영화에서는 다양한 90년대 히트곡들을 춤과 함께 소화해냅니다.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는 조연 배우들의 앙상블. 박범수 감독의 말마따나 "알록달록한" 개성있는 조연 배우들이 약방의 감초처럼 자기 몫을 다합니다.

이 영화, 새로움은 별로 없고 클리셰는 한가득입니다. 노동 이슈도 살짝 건드리고, 청소년의 고달픈 삶도 슬쩍 끼워넣을 정도로 오지랖도 넓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약점을 뛰어넘는 건강하고 순수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느닷없이 "슬램덩크"의 명대사가 나온다는 건 안비밀, 백댄서가 되겠다고 혼자 상경한 혜리가 한밤 중에 서울의 한 여관 옥상에서 혼자 춤을 연습하는 씬은 영화 전체 톤에서 튀는 게 분명한데도 왠지 모를 뭉클함을 선사합니다.

#3. 트위스터스



올 여름 유일의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인생 참 알 수 없죠? "미나리" 찍고 전직(轉職)하려던 정이삭 감독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이 마지막 영화로 큰 각광을 받은 이후 워너브라더스의 블록버스터를 연출하는데까지 이르렀습니다.

"트위스터스"는 1996년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트위스터"의 '독립적인 속편(stand-alone sequel)'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에 자주 출몰하는 토네이도를 소재로 하는 재난 영화입니다.

정이삭 감독은 내한 기자회견에서 '한국 관객들은 토네이도에 익숙치 않아 공감하기 어려울 거라는 부담은 없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습니다.

"최근에 엄태화 감독과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대해 대화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는 지진이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그 영화는 잘 됐잖아요. 한국이든 어디든 통제를 잃는다는 것, 또는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재난 영화는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훌륭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지진이라는 자연재해가 초반에 잠깐 나올 뿐 대부분은 재난에 처한 인간 군상의 모습과 인간성을 들여다보는 내용인데 반해, "트위스터스"는 영화 내내 토네이도가 또다른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소싯적부터 토네이도에 관심을 가졌던 뉴욕 기상청 직원이 대학 시절 토네이도를 연구하다 함께 동료들을 잃은 친구의 요청으로 다시 재해의 현장으로 출동, 현장에서 만난 유튜버 '토네이도 카우보이'와 티격태격하면서도 힘을 합쳐 토네이도 소멸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

"트위스터스"에는 현재 한국 흥행 1위인 "파일럿" 제작비의 약 27배에 이르는 예산이 들었다고 알려진만큼, 특수 효과(SFX)와 시각 효과(VFX)로 담아낸 토네이도의 모습은 실제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네 편 중에 IMAX나 돌비시네마, 4DX 등 특수관에서 볼만한 영화는 단연 "트위스터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서와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하는 독립 영화 "미나리"를 떠올리면서 정이삭 감독의 "트위스터스"를 찾는다면 우물가에서 숭늉찾는 격일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의 스펙터클은 섬세할 틈이 없습니다.

#4. 에이리언:로물루스



[이 영화는 개봉 전날에야 언론 시사가 있기 때문에 볼 수 없었습니다]

설명이 필요없는 세계 최고의 '스페이스 호러 크리처 SF' 프랜차이즈의 7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벌써?'라는 소리와 함께 '또?'라는 소리도 함께 들리는 듯 합니다)

1편(1979)은 리들리 스콧, 2편(1986)은 제임스 카메룬이라는 명장들이 신인 시절에 연출했습니다. "에이리언"(1편)과 "프로메테우스"(5편. 2012), "에이리언:커버넌트"(6편. 2017)를 연출한 리들리 스콧이 제작하고 "맨 인 더 다크"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공포 영화 전문 감독 페데 알바레즈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이 감독은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공포를 미니멀하게 보여주는데 관심과 재능을 보이는 감독입니다.

때는 2142년,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식민지 행성을 떠난 청년들이 버려진 우주 기지 '로물루스'에 도착한 후 그곳에 존재하는 에이리언들의 무자비한 공격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이번 편은 1편과 2편 사이의 이야기인데, 스페이스 호러 영화의 기준을 세운 1편처럼 호러 색깔이 강한 영화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들립니다.

"우주에서는 너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다"(In space no one can hear you scream). "에이리언" 1편의 태그라인입니다.

(※ 아래로 스크롤하면 씨네멘터리 칼럼을 구독할 수 있습니다)

이주형 논설위원 joo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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