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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국회의장과 한국정치

"사쿠라""왕수박" 비난에 문자폭탄…민주당 국회의장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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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협치를 운운하는 선비질”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 ‘개딸’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재명이네마을’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사쿠라”란 비난이 쏟아졌다. “언제까지 수박(비이재명계를 지칭하는 은어) 찌꺼기가 나올지 모르겠다”, “왕수박은 사퇴하라”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민주당원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루웨이브’에도 우 의장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우 의장에게 비난을 퍼부은 것은 우 의장의 11일 기자회견 때문이다. 우 의장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요구해 온 순직해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의 상정을 추석 연휴 이후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대란 우려를 낳는 의정갈등 해결이 절대적으로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추석 전 처리를 공언했던 민주당은 이들 법안의 상정을 19일로 연기했고, ‘개딸’들은 우 의장에게 거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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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 개원식이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열렸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방청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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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출신 국회의장들의 수난 시대다.

그간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들은 중재 역할을 자임할 때마다 강성 지지층의 비난에 직면해왔다.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이었던 김진표 전 의장은 21대 국회 막바지인 지난 5월 민주당이 직권상정을 요청한 순직해병 특검법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해외 순방길에 올랐다가 개딸의 문자폭탄을 받았다.

당시 민주당 지지자들은 김 전 의장의 페이스북 댓글로 “임기가 얼마나 남았다고 의장인 척 하느냐”고 항의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엔 김 전 의장에게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정섭ㆍ손준성 검사 탄핵소추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 소집을 촉구하며 김 전 의장의 개인 휴대폰 번호를 온라인상에 공유하며 문자폭탄을 압박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 온라인 커뮤니티 '재명이네마을'에서 12일 국회 본회의 소집을 하지 않은 우원식 국회의장에 대한 비난글이 빗발쳤다. 온라인 커뮤니티 '재명이네마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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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전반기 의장이었던 박병석 전 의장도 여러 차례 강성당원에게 비난을 받았다. 2021년 8월 당시 박 전 의장이 민주당이 밀어붙이던 언론중재법을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여야 협의체 구성을 주문하자 당원들은 박 전 의장 등을 ‘언론 10적’으로 규정한 뒤 비난 문자를 쏟아냈다.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암덩어리” 등 강도 높은 비난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박 전 의장이 2022년 4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여야가 각자 양보한 합의안 처리를 중재하자 강성 당원들은 박 전 의장실에 하루 1000통 이상의 팩스를 보내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국회의장은 국회법 제 20조에 따라 직을 수행하는 동안 당적을 가질 수 없다. 당적을 초월해 여야 협치를 이끌어내고 중립 의무를 수행하란 취지다. 역대 의장들은 이에 따라 당파성을 갖기보다는 여야 타협안을 이끌어내는 중재 역할을 맡아왔다. 19대 국회 당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국회선진화법, 선거구 획정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 대해 연달아 중재안을 관철해 ‘국회중재의장’이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여야 대립이 격화하며 의장에 대한 강성 지지층의 선명성 요구가 거세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의장은 퇴임을 앞둔 지난 5월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진영 주장에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정치인을 ‘수박’이라고 부르며 역적이나 배반자로 여긴다. 개별 정치인이 당의 명령에 절대복종하지 않으면 큰 패륜아가 된 것처럼 취급받는다”고 토로했다. 12일 우 의장을 비난하는 한 민주당 지지자가 “여당 도우미 노릇하며 선비인 척하는 우원식의 행동은 박병석ㆍ김진표(전 의장)과 뭐가 다른가”라고 쓴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본 일부 의원들이 의장 압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그 수위가 더 높아진 측면이 있다”며 “의장의 중립 의무를 존중하는 문화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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