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9명 중 1명꼴로 발병
빠른 진단·적절한 약물치료 중요
당뇨 등 위험인자 관리해야 예방
인구 고령화로 국내 치매환자가 급등하고 있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약 11%다. 즉 65세 이상 9명 중 1명은 치매라는 이야기다. 일부 연구에서는 80대 중반 이상의 절반 정도는 치매 진단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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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가 올해 6월 발표한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3’에 따르면 올해 국내 65세 이상 추정 치매환자 수는 105만명으로,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추정 치매환자는 숨겨진 숫자까지 추계한 개념이다. 이후 2030년 142만명, 2040년 226만명에 이어 ▷2050년 315만명 ▷2060년 340만명 ▷2070년 334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송인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교수(신경과)는 “치매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뇌에 특정한 독성 단백질(아밀로이드반 등)이 쌓이거나 혈액 공급에 문제가 생겨 뇌가 손상되는 알츠하이머병이나 혈관성·복합성 치매인 경우가 많다”며 “그 영향으로 기억력 저하 등 인지기능장애가 나타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상행동, 시공간 장애, 망상, 환시 같은 환각, 공격적인 행동 등이 동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치매 인구 100만명 돌파 전망=보통 ‘치매’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기억력 저하다. 실제 치매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 저하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은 진행과 더불어 기억력 저하뿐 아니라 다른 인지력 저하까지 동반되면서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질환이다. 평소 혼자 잘하던 전화 걸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씻기 등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치매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치매는 뇌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과 같은 영상검사가 아닌 신경인지검사를 통해 나이나 교육 정도에 따른 인지 저하 여부를 객관화해 진단하게 된다. 조직검사상 신경섬유반 또는 아밀로이드 반응이 발견돼야 확진되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임상적 추정진단만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영상검사의 발전으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을 통해 베타아밀로이드의 뇌 내 침착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알츠하이머병의 진단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의 약 70%를 차지하는데, 기억을 담당하는 뇌조직인 해마를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최근에 있었던 일부터 잘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으로 시작된다. 이후 증상이 더 진행되면 옛날 기억에서도 어려움을 보이고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길을 찾지 못해 헤매거나 나중에는 길을 잃어 집을 찾지 못하기도 한다.
알츠하이머병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혈관성 치매는 뇌의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뇌졸중 발생 시 갑자기 발생하는 ‘전략적 혈관성 치매’와, 다발성 뇌허혈성병변 등으로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는 ‘혈관성 치매’로 나뉜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 위험인자 등의 관리와 초기 적절한 치료를 통해 완치는 어렵더라도 더 이상의 악화를 최대한 막을 수 있다.
신경퇴행성질환 중 두 번째로 많은 파킨슨병과 동반되는 치매는 파킨슨병 환자의 약 40%에서 발생한다. 파킨슨병에 동반된 치매는 기억력 저하뿐 아니라 초기 증상으로 성격 변화, 환시, 환각 등 이상행동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양상의 루이소체 치매도 있다. 루이소체 치매는 서양에서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많은 치매로 파킨슨 증상이 발현되기 이전 또는 1년 이내에 인지력 저하가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환시, 파킨슨 증상과 함께 증상이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하는 심한 변동 증상이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된 양상을 보이게 된다.
아울러 정확한 의미로 치매는 아니지만 뇌염이나 수두증, 뇌병증, 약물 등으로 발생하는 인지력 저하는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 완화뿐 아니라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 송 교수는 “치매는 각각의 진단에 따라 약물 선택이나 전반적인 예방 또는 치료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진단과 적절한 약물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난청·잇몸병 방치도 치매 부추기는 원인=치매를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난청, 잇몸병, 중년이후 급격한 체중변화도 주요한 원인이 된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자의 30%, 국내 70세 이상 고령자의 절반 이상은 난청 환자로 추정될 정도로 흔하다. 난청은 자체로 일상에 불편을 초래하지만, 치매의 원인이기도 하다. 선우웅상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난청이 생기면 주변 소리를 잘 듣지 못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뇌기능의 퇴화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체 치매 기여 요인을 100%으로 봤을 때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60%를 제외하고 난청은 8%정도로 가장 높은 기여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낮은 학력(7%) ▷흡연(5%) ▷우울증(4%)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고,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는 것 못지않게 난청을 관리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연구를 보면 실제 50세 이상 인구에서 청력이 10dB(데시벨) 변할 때마다 인지기능 평가 점수가 유의미하게 함께 저하됐다. 난청으로 인한 감각 박탈은 언어를 인지하는 뇌부위의 활동을 감소시켜 휴면 상태에 빠트리고, 점차적으로 이 부위와 관련된 인지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구강관리도 열심히 해야 한다. 잇몸병이 치매의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이 약 60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26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잇몸병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22%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잇몸병을 방치하면 구강 내 염증성 인자와 세균이 혈류나 신경을 통해 전신으로 퍼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세균이 뇌에 침투하게 되면 치매 유발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중년의 나이에서 체중이 급격하게 변하는 것도 조기 치매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류지원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 교수와 윤형진 서울대병원 의공학과 교수의 공동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 등록된 국내 40세 이상 65세 미만의 건강검진 수진자 360여 만명의 자료를 분석해 체중이 반복적으로 오르내리는 이른바 ‘체중 사이클’과 조기 치매 발생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중년기 이후에서 갑작스러운 체중 변화는 건강상 적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급격한 체중의 증가 혹은 감소는 암, 심혈관질환, 당뇨병, 면역력 저하, 골다공증 등 다양한 중증 질환과 치매 등 인지장애와 연관성이 깊고, 체중 변동이 클수록 사망률 또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이 1~2년 간격으로 5회 이상 검진을 받은 환자들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데이터를 활용, 체중 사이클의 변동 폭을 이전 체중 대비 ▷3% 이상 ▷5% 이상 ▷7% 이상 ▷10% 이상 네 구간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3% 이상의 체중 변동 사이클을 경험한 환자에서 치매 발생 위험도는 3% 미만의 정상군 대비 1.2배 증가했으며, 10% 이상일 시 2배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병 평균 나이는 58세로 조기 치매에 해당하는 연령대다. 또 추적관찰 기간인 10년간 변동 폭이 10% 이상인 체중 사이클을 2회 이상 경험할 시 치매 위험은 2.5배까지 증가했으며, BMI(체질량지수)가 낮은 사람에 비해 25 이상으로 높은 경우 체중 변동의 위험성이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체중이 빠졌다가 증가하는 요요 현상이나, 체중이 증가했다가 급격하게 감량하는 등 체중 사이클이 크고 잦을수록 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조기 치매 발병률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치료제 없는 치매, 다양한 연구 통해 극복하려고 노력=치매에 대한 치료는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약간 늦추거나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 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것일 뿐 알츠하이머병 자체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는 아직 없다.
그러나 최근 아밀로이드 베타(Aβ) 축적을 저해하는 기전의 항체신약으로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아두카누맙을 비롯해 레카네맙과 도나네맙 등이 출시됐다. 다만 이들 약제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부작용으로 나타나는 뇌부종·미세출혈과 비용적인 문제 등 아직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들 약물치료 외에 ▷경두개전기자극술▷집속저강도초음파자극치료▷경두개자기장자극치료 등 비침습성 뇌자극치료가 실제 치매 등 신경퇴행성질환의 치료에 임상적 또는 실질적 적용을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유전적 인자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알츠하이머병 가족력을 가진 대표적 유전자는 프레시닐린1, 프레시닐린 2, 아밀로이드 유전자 등 세 가지다. 이들 유전자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 현재 다양한 연구에서 이들 유전자의 여러 가지 돌연변이 형태가 밝혀지고 있다. 아밀로이드 유전자에서는 다섯 가지의 돌연변이 형태가 발견됐고, 프레시닐린 유전자에서는 30가지 이상의 돌연변이 형태가 밝혀졌다.
송인욱 교수는 “현재 알츠하이머병의 유전 기전을 규명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이러한 유전적 발견은 그 유전자의 병리학적 관점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치매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치매는 예방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면과 식생활을 포함한 규칙적인 생활은 물론 혼자 지내는 시간을 줄이고 외부와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인자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노력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권했다.
김태열 건강의학선임기자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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