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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국악 한마당

일렉기타에서 가야금 소리가?…김도균·국립국악원 절묘한 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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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조 판타지' 선보여…국악과 서구 악기 조화 이룬 독특한 무대

태평소·해금·가야금 협연도 인상적…국악관현악축제

연합뉴스

기타리스트 김도균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협연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연주자의 역량에 따라 서양 악기인 일렉트릭 기타에서도 얼마든지 국악기 소리가 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특이한 무대가 펼쳐졌다.

인기 기타리스트 김도균은 18일 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에서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 함께 '산조'를 연주했다.

김도균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선택한 '산조' 곡은 작곡가 이준호가 일렉트릭 기타 협주곡으로 만든 '산조 판타지'였다. 주로 가야금과 해금 등 국악 현악기로 연주하는 산조를 일렉트릭 기타의 선율에 맞춘 실험적인 작품이다.

'강렬한 헤비메탈 음악 연주자인 김도균이 국악을 잘 연주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은 기우에 불과했다. 36년 전인 1988년 국악과 록을 결합한 앨범 '센터 오브 더 유니버스'(Center Of The Universe)를 제작해 전통과 현대를 융합하는 실험을 한 바 있는 김도균은 익숙한 듯 느린 장단의 독주로 무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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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스트 김도균의 신들린 연주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분명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지만, 앰프에서는 흡사 가야금과 같은 소리가 흘러나오는 신기한 상황이 펼쳐졌다. 독주가 끝나고 창작악단의 연주가 시작되자 김도균은 오른손으로 앰프의 음향을 능숙하게 조절해가며 왼손으로만 연주를 이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느린 장단에서 점차 빠른 장단으로 곡이 변하자 김도균의 진가가 드러났다. 마치 피아노를 치는 듯한 빠른 손가락 움직임으로 국악의 경쾌한 분위기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꽹과리와 장구 등 국악 타악기의 협주가 시작되자 공연장은 순식간에 신명 나는 잔치 마당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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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예술감독인 권성택의 지휘도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김도균의 속사포와 같은 연주에도 악단이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명확한 지시로 연주자들을 이끌었다. 또 수시로 김도균과 눈을 맞추며 템포를 조정하는 모습으로 악단에 안정감을 부여했다.

권성택이 이끈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이날 공연에서 김도균과의 협연 외에도 4곡의 국악을 더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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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소 연주자 김상연의 연주 모습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관객이 가장 뜨겁게 호응한 무대는 태평소 연주자 김상연이 협연한 '서용석류 태평소 시나위와 관현악'이었다. 태평소 특유의 경쾌한 음색이 객석을 들썩이게 했다. 무심한 듯한 손가락 놀림으로 정확한 음을 짚어내는 김상연의 연주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무대였다.

해금 연주자 조혜령과 협연한 이건용의 '가을을 위한 도드리'와 가야금 연주자 서은영이 함께 한 도널드 워맥의 '무노리' 연주도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저력을 보여줬다.

공연의 시작을 알린 정일련의 '문'(gate)에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종묘제례악'의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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