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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너무 잘나가도 문제, TSMC 딜레마…美 "화웨이 도우면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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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대만 TSMC 신주과학단지 본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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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나가도 문제다. 전 세계 첨단 반도체 생산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대만 TSMC를 둘러싼 미묘한 갈등 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연이은 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최근의 성공이 오히려 독배(毒杯)가 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2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샤오미는 최근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자체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는 해당 칩을 TSMC의 최첨단 4나노미터(㎚·1㎚=10억 분의 1m) 혹은 3나노 공정에서 내년부터 생산할 방침이다. 샤오미는 화웨이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IT기업으로 애플·삼성전자에 이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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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쥔 중국 샤오미 창업자·회장이 지난 2021년 샤오미의 첫 폴더블폰인 '미믹스 폴드'를 소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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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국 국방부는 지난 2021년 샤오미를 중국군과의 연관성을 이유로 들며 블랙리스트에 올렸으나 당시 미 법원이 샤오미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샤오미는 기사회생했다. 이후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제품 생산차질을 겪는 틈을 파고 들어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웠다. 미국 퀄컴·대만 미디어텍 등에 의존했던 모바일 AP도 최근엔 자체 설계 비중을 높이는 등 기술 자립에 나섰다.

대만 트렌드포스는 이날 “샤오미가 신형 칩 생산에 TSMC의 3나노 공정을 이용한다면 화웨이 등 다른 중국 회사도 샤오미를 통해 사실상 TSMC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지적했다. 현재 애플 외에도 엔비디아·퀄컴·인텔 등 대부분의 미국 고객사들이 TSMC의 최신 3, 4나노 공정을 이용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TSMC의 최첨단 반도체 제조기술이 오히려 중국 기업의 발전을 돕는 것 아니냐는 미국의 의심은 커질 것”이라 말했다.



美 상무부, TSMC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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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본사.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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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당국도 마침내 TSMC에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 IT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지난 17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최근 몇 주 동안 TSMC 측에 화웨이용 스마트폰·AI 칩 제조에 관여했는지 문의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조사가 초기 단계에 있지만, 미 상무부가 TSMC·화웨이 사이 거래에서 수출 규정 위반을 확인할 경우 미국 기술에 대한 일시적인 접근 제한이나 벌금 부과 등의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 상무부는 첨단 AI 반도체 제조에 목마른 화웨이가 중개 회사를 내세워 TSMC가 만든 칩을 우회적으로 구매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TSMC 측은 “(미국의) 수출 통제를 포함한 모든 관련 법률 규정 준수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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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지난 6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1차 한·미·일 산업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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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는 “칩 제조 독점 단계에 들어선 TSMC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시작됐다”고 본다. 애플·엔비디아·인텔 등 자국 주요 기업이 모두 TSMC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만큼 미국 정치권 내에선 “TSMC를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공장을 자국으로 옮기기를 원하는 것과 달리 TSMC는 주요 공장을 가능한 대만에 남겨두려 하기 때문이다.



가재는 게 편?...‘TSMC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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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TSMC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TSMC의 중국 매출 비중은 16% 수준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TSMC 입장에서도 거대한 중국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양안 관계가 복잡하지만 TSMC는 2004년 자사 첫 번째 해외 공장을 중국 상하이에 뒀을 만큼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에 고객이 원하는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로 성공한 TSMC의 딜레마도 커지는 모양새다. 삼성·인텔 등 경쟁사가 사실상 당분간 TSMC를 추격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왕좌를 차지했지만 그만큼 신경 써야할 부분도 많아졌다.

최근 TSMC가 가격 등 생산조건과 수율을 놓고 최대 고객인 엔비디아와 신경전을 벌였다는 말이 나올 만큼 벌써부터 파운드리 독점 체제에 대한 반도체 업계의 불만이 커지는 점도 TSMC엔 불안 요소다. 이 회사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은 47.5%에 달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사이에선 이미 내부적으로 ‘솔 벤더(sole vendor·단독 공급처)’가 된 TSMC를 둘러싼 위험 요소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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