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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화웨이 사태’로 규제 허점 드러낸 美 … “韓·日 수출 통제 강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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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대만 신주에 위치한 TSMC 본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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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출 규제를 받는 화웨이 칩 일부를 TSMC가 제조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미국 정부가 처음으로 대만에 수출 통제 담당관을 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출 규제의 허점을 발견한 미국이 대만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기업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대만에 처음으로 지역 수출 통제 담당관을 보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닛케이는 TSMC가 화웨이 칩을 우회 주문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팹리스 기업 최소 2곳과의 거래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당초 로이터 등 외신 보도를 통해 중국 화웨이에 칩을 전달한 고객사 1곳과 거래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추가로 의심 정황이 드러난 기업들에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웨이는 지난해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가 만든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가 내장된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이번에 TSMC가 거래를 중단한 기업들도 TSMC의 7㎚ 공정을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시 당시 7㎚ 공정의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장비 없이 이를 생산한 것에 중국 안팎에 의구심이 따랐는데, 이번 사태로 미국의 수출 규제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국에 대한 제재에 빈틈이 있다는 것을 인지한 미국이 대만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 대한 수출 통제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닛케이는 “미국은 화웨이와 기타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이 첨단 칩 기술에 대한 접근을 우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인 대만과 한국, 일본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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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12단 적층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SK하이닉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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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와 마찬가지로 중국 팹리스 고객사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도 향후 중국 기업과의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TSMC와의 거래가 중단된 중국 팹리스 기업이 반도체 생산을 위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몰려올 수 있다”면서도 “다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미국의 산업 규제 정책을 지속 예의주시해야 하는 만큼 중국 기업과의 거래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파운드리 제조 공정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HBM이 AI를 보다 효율적으로 구동하기 위한 필수 부품이 됐다”며 “HBM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며 병목 현상이 발생하자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본국인 한국에 수출을 제한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일렉트론 같은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도 중국 매출 비중이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의 추가 반도체 규제 관련 합의로 이르면 연내 도쿄일렉트론의 중국 수출 및 서비스 제공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장비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규제가 강화되고, 이를 통제하는 형태도 정교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첨단 장비를 공급하는 도쿄일렉트론에 대한 제재도 까다로워져 중국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도쿄일렉트론에 앞서 실적을 발표한 네덜란드 ASML의 경우 미국의 대중 제재로 중국 지역 매출 비중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로저 다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중국 매출 비중이 약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2분기 ASML 전체 매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육박했다. 도쿄일렉트론도 ASML과 유사하게 전체 매출액 중 50%가량이 중국에서 발생한다.

전병수 기자(outstand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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