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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서울과 은퇴 경기? 박주영은 고개 저었다 "은퇴한다는 말 어려워…내가 멈추면 그게 은퇴" [현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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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김환 기자) 울산HD 후배 동료들의 배려 덕에 약 2년 만에 축구화 끈을 동여맨 박주영이 오랜만에 경기를 뛴 소감과 은퇴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박주영은 '은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힘들다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울산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와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묵묵히 돕겠다면서도 자신이 멈추면 그게 은퇴가 될 거라는 말로 선수 박주영의 마지막이 머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박주영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 FC서울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 경기가 한창이던 전반 33분경 강윤구와 교체되어 지난 2022년 10월23일 홈에서 치러진 제주 유나이티드전 이후 약 2년 만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울산 선수들의 배려였다. 은퇴가 머지않은 팀 내 최고참 박주영이 친정팀 서울과의 홈 경기에서 서울 팬들에게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마련하자는 생각으로 울산 선수들이 마음을 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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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관계자는 경기에 앞서 "구단에서 박주영이 서울 팬들에게 인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판단했다. 교체 명단에 포함된 박주영은 테이핑을 하면서 경기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며 "은퇴 직전에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선수 본인은 물론 다른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했고, 김판곤 감독님도 받아들였다. 구단과도 이야기가 했다"고 설명했다.

울산의 김판곤 감독도 "선수들이 갑자기 요청을 했다. 우승을 하고 박주영 선수가 이제 공식적으로 은퇴하고 싶다는 말을 해서 홈에서 열리는 수원FC전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선수들이 박주영 선수가 홈 팬들에게 인사할 기회를 주는 게 어떠냐고 하길래 선수단 전체의 생각이라는 걸 확인하고 코칭 스태프들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팀적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좋은 계기인 것 같다"며 선수들의 선택을 기뻐했다.

서울과 울산 팬들은 모두 뜨거운 박수로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주영을 맞이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내는 팬들도 있었다. 서울 구단도 전광판에 박주영에게 감사를 전하는 이미지를 띄워 박주영을 환영했다.

하프타임까지 출전하는 것으로 약속됐던 박주영이 무언가를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기회도 많지 않았다. 박주영은 몇 차례 공격과 수비에 가담했지만 서울을 위협하지는 못한 채 전반전을 마치고 터널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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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난 박주영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도 경기에 뛴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왔기 때문에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걸 기대하고 있지도 않았고, 내가 원하는 것도 아니었다"면서 "선수들이 마음을 모아서 도와주고, 감독님께 말씀을 드리고, 코칭 스태프들도 그런 걸 들어주는 걸 봤을 때 굉장히 감동이었다. 선수들, 코칭 스태프, 감독님과 구성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박주영은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태로 유니폼도 급하게 입고 그랬던 걸로 안다. 일단 그런 마음들이 너무 고마웠다"며 "미안한 마음도 컸다. 선수들 개인의 입장도 있고, 선수들 누구나 경기에 나가고 싶어하기 때문에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많았다. 선수들이 잘 이해해주고 도와줘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며 다시 한번 선수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서울과 울산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투입되는 동안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묻자 박주영은 "특별한 기분은 아니었다. 이미 많은 시간들을 보냈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크게 막 이상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며 "평상시 선수들이랑 재밌게 운동한다는 느낌으로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했다.

또 "그동안 훈련을 계속 했기 때문에 몸 상태가 뛰는 데 문제는 없었다. 특별히 아픈 곳도 없어서 괜찮았다"며 오랜만에 경기에 출전했음에도 부담을 느끼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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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이 서울전에 교체로 나오면서 이번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 것이 공식화된 게 아니냐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박주영은 은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는 "내가 은퇴를 한다는 말씀을 드리는 건 어려울 것 같다"며 "사실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내가 멈추면 그게 은퇴다. 크게 은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기가 끝나고 과거 서울과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기성용, 이청용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묻는 질문에는 "아무 이야기도 아니다. (기)성용이는 몸이 좋아 보여서 경기를 더 많이 뛰어도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청용이도 마찬가지로 덕담 정도였다"고 말했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별로 없다. 계획은 별로 없고, ACL처럼 우리에게 남은 경기들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그 경기에서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하게 더 서포트를 할 준비를 하려고 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서울월드컵경기장, 김환 기자/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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