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 부분이 상하좌우 90도 꺾여
의사 원하는 대로 제약 없이 동작
고난도 봉합도 안정적으로 수행
의료진들이 아티센셜 트레이닝 키트 집게 부분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 왼쪽부터 용인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노승윤·최문석 교수, 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강창무·홍승수 교수. 인성욱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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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강경 수술은 대표적인 최소침습 수술이다. 복부를 길게 절개한 후 절개창을 열고 시행하는 개복 수술과 달리 복부에 작은 크기의 구멍을 내 카메라와 각종 수술 기구를 넣고 움직여 수술한다. 수술할 때 절개 부위를 줄여 상처를 최소한으로 남김으로써 수술 후 통증을 줄이고 합병증 발생 위험을 낮추며 회복 기간을 단축한다. 복강경 수술 분야는 편의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기술력 향상을 이뤄냈다. 그중에서도 최근 주목할 만한 건 K-수술 기구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리브스메드의 복강경 수술 기구 ‘아티센셜(ArtiSential)’이 국내외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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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관절 기능으로 정밀 수술에 유리
아티센셜은 관절(Articulation)과 필수적인(Essential)의 합성어다. 복강경 수술에 필수적인 다관절 구조의 수술 기구라는 뜻을 담았다. 기존의 복강경 수술은 기본적으로 일자형 수술 기구를 활용한다. 수술자의 움직임에 제약을 줘 특정 각도에선 수술 부위로 접근하기 어렵다. 환자에겐 개선된 수술 경험을 제공하지만 정작 수술을 진행하는 의사에겐 불편함이 따른다. 이런 일자형 기구에서 야기되는 어려움은 관절을 가진 수술 로봇의 도입으로 크게 개선됐다. 로봇 팔의 집게 부분이 관절을 통해 자유롭게 구부러져 의사는 원하는 동작을 큰 제약 없이 구현한다. 다만 환자의 비용 부담이 큰 데다 수술받을 수 있는 시설이 한정적이란 한계가 있다.
아티센셜은 이런 장단점을 보완·개선했다. 수동형 복강경 기구에 관절 구조를 장착한 세계 유일의 의료기기다. 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강창무 교수는 “복강경 수술 기구의 가동성을 높이기 위해 수술 기구 끝에 손목의 움직임을 구현할 기술을 장착했다”며 “기존 복강경 수술의 단점을 보완하는 최종 해결사 같은 기구”라고 설명했다. 현재 강 교수팀은 ‘혁신형 의료기기 기업 기술 상용화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아티센셜 다기관 해외 임상 연구 과제에 참여하며 미국·캐나다·일본·싱가포르·태국·터키 등지의 외과 의사들과 아티센셜의 임상적 효용성·안전성을 연구 중이다.
아티센셜의 최대 강점은 기구 끝의 집게 부위가 사람 손과 같은 자유도를 가진다는 점이다. 인체 내부로 삽입되는 집게 부분이 다관절 구조로 돼 있다. 상하좌우 90도 꺾이는 관절 성능 덕분에 의사의 손동작을 그대로 구현해 냄으로써 정교하고 안정적인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강 교수는 “관절 기능에 익숙해지면서 수술의 차원이 달라졌다”며 “일자형 복강경 기구론 할 수 없는 모든 종류의 고난도 봉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직관적인 조종이 가능하단 점도 특징이다. 아티센셜은 수술하는 집도의가 해당 관절 구조를 직관적으로 조종할 수 있는 핸드헬드형이다. 의사가 기구 조종부에 손을 거치한 후 움직이면 기구의 관절이 집도의의 관절인 것처럼 느끼면서 수술할 수 있단 뜻이다. 또한 집게와 조종부가 기구적으로 연결돼 있어 집게에 가해지는 반력이 조종부에 전달되므로 의사가 좀 더 안전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성능·저비용 의료기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핸드헬드형 기구로는 유일하게 로봇이 가진 집게의 다관절 구조를 구현해 고성능 수술의 혜택을 좀 더 쉽게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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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직후 환자 통증 덜해 회복 수월
아티센셜은 8㎜ 굵기로 출시됐지만 2023년 9월부터 국내외 병원에 5㎜ 굵기의 라인업을 추가로 선보였다. 다관절·다자유도 형태로 세계에서 처음 선보인 제품이다. 수술 로봇에도 5㎜ 라인업이 있지만 집게 부분이 뱀처럼 휘는 형태여서 다관절 형태보다 개발 기술 난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5㎜는 외과 수술을 위한 가장 최소 크기의 절개부로 통한다. 환자의 고통과 출혈을 줄이고 좀 더 정밀하게 종양을 제거하며 회복 기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된다.
실제 임상 경험에서도 확인된다. 아티센셜은 간담췌외과 분야에서 가장 빈도가 높은 수술인 담낭절제술에 유용하게 쓰인다. 기존엔 4개 포트(절개창)로 수술했으나 최근 그 수를 줄여 진행하는 추세다. 강 교수팀은 아티센셜을 사용해 ‘싱글 포트+1’의 적은 절개로 진행하는 복강경 담낭절제술 술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의 복강경 수술보다 절개를 50% 줄이며 임상적 효용성을 높였다.
이와 동시에 기존 명치 부위 포트를 좌상 복부로 이동시키면서 수술 직후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 지표가 수술 로봇 대비 약 50% 감소했다. 연구에 참여 중인 용인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최문석 교수는 “담낭절제술에서 아티센셜을 활용했을 때 수술 직후 통증이 덜하다는 사실을 확인함에 따라 회복의 질적인 측면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술 로봇 못지않게 많은 환자가 술기에 대한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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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의료기기에 해외 외과 의사들 관심 높아, 전 세계에 보급 기대”
인터뷰 강창무·최문석 교수
아티센셜은 국내에서 주요 외과 수술 기구로 자리 잡았다. 해외 의료진 역시 관심이 높다. 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강창무 교수팀은 일선에서 아티센셜 관련 임상 연구를 진행하면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국내외에 술기 전파에 나선다. 강 교수와 용인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최문석 교수에게 아티센셜 사용 경험을 들었다.
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강창무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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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떨 때 활용하면 좋은가.
강창무 교수(이하 강 교수) 췌십이지장절제술의 경우 수술 후에 남아 있는 췌장, 담도를 연결하는 과정이 상당히 고난도여서 수술 로봇을 많이 활용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런 복잡한 췌장 수술에 아티센셜을 적절히 활용했을 때 임상적 수술 결과 면에서 로봇과 유사했다. 한국의 기술로 만들어진 아티센셜을 간담췌 영역에서 좀 더 적용·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용해 보니 어떤가.
최문석 교수(이하 최 교수) 아티센셜은 수술 시 조직에 대한 반력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는 복강경 수술의 장점과 자유로운 관절의 움직임이 가능한 수술 로봇의 장점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기구다.
-적용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최 교수 어떤 수술법이든 일정 수준에 도달하려면 러닝 커브(학습 곡선)가 필요하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겠지만, 일반적인 복강경 수술보다 아티센셜을 사용할 때 러닝 커브가 상대적으로 짧다는 게 장점인 것 같다. 수술 결과 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어 현재 환자들에게 잘 적용하고 있다.
-교육용 교재를 집필했다고 들었다.
강 교수 외과계 수술의 기본격인 담낭절제술에 관한 교재다. 기본적인 개념과 수술 방법을 설명한 1편과 좀 더 어려운 조건에서 적용하는 수술법을 서술한 2편이 있다. 2편에 아티센셜이란 새로운 기술과 그에 대한 적용 방법을 기술해 놨다. 이를 활용해 학생들은 사용 방법을 익히고 수술 내 적용법을 교육받기도 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최문석 교수 |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은가.
강 교수 지난해 8월 몽골에서 열린 국제 학회에서 아티센셜을 활용한 담낭절제술을 직접 시연했다. 많은 외과 의사가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한편으론 새로운 기술을 잘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기술로 개발된 의료기기가 전 세계적으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보급과 교육에 힘쓸 필요가 있다.
-임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남은 과제는 뭔가.
강 교수 그동안 국책과제의 일환으로 임상적 안정성·효용성 평가를 위한 다국가·다기관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새로운 기술과 적용 방안에 대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련 논문을 학술지에 투고하고 국내외 학회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아티센셜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나 특징은 알고 있으니 소규모 연구회 같은 방법을 통해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수술 기구를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본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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