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리비아 관리 인용 보도…"리비아, 시리아 대체 군사 거점으로 쓰려는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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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 붕괴 후 시리아 내 군사기지를 잃을 위기에 놓인 러시아가 시리아에 있던 방공시스템과 주요 군사 무기를 리비아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간 협력 관계였던 아사드 정권 붕괴로 중동의 군사 거점을 시리아에서 리비아로 옮기려는 행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다만 서방 관리들은 리비아가 서방의 압박으로 자국 내 러시아 군사 입지 확대를 허용하지 않을 거란 전망도 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리비아 관리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시리아에 있는 공군·해군 기지에서 첨단 방공시스템과 기타 주요 무기를 빼내 리비아로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 화물기는 S-400 및 S-300 요격 시스템용 레이더를 포함한 방공 장비를 시리아에서 리비아 동부 기지로 운반했다고 한다.
러시아는 2015년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이번에 러시아로 망명한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원했다. 러시아는 그 대가로 지중해에 접한 시리아 흐메이밈에 공군 기지를, 시리아 2대 항구인 타르쿠스에는 해군 기지를 뒀다. 시리아 군사기지는 군대, 용병, 무기를 공급하는 허브 역할을 하며 중동과 아프리카 내 러시아 군사 입지 확보의 초석이 됐다. 특히 타르투스의 해군 기지는 지중해에서 러시아 해군의 유일한 보급 및 정비 역할을 했다.
시리아 내 러시아 주요 군사 기지의 위성 사진. 위 사진은 흐메이밈 공군기지, 아래는 타르쿠스 해군 기지 / AFPBBNews(위)·로이터(아래)=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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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러시아 반군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하면서 시리아 내 러시아 군사기지 유지도 위태로워졌다. 이번 시리아 사태 이후 러시아 정부는 아사드 대통령 축출을 주도한 반군 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 측과 시리아 군사 기지에 대한 논의를 나눴으나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WSJ은 "아사드 정권 붕괴로 시리아 군사기지를 잃을 위기에 놓인 러시아는 중동·아프리카 지역 군사 영향력 유지를 위해 오랜 (동맹) 파트너인 리비아를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도 리비아에 군사 기지와 군함을 두고 있다.
시리아처럼 오랜 내전에 시달린 리비아는 현재 동부와 서부로 쪼개진 무정부 상태다. 리비아 동부는 칼리파 하프타르가 이끄는 리비아국민군(LNA)이 지지하는 국가안정정부(GNS)가, 서부는 국제사회 인정을 받는 통합정부(GNU)가 이끌고 있다. 러시아는 동부를 장악한 리비아국민군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민간용병 기업 바그너 등을 통해 리비아에 진출해 리비아국민군의 군사시설 특히 공군 기지를 다른 아프리카 국가로의 이동 거점으로 이용했다. 또 리비아 서부에 기반을 둔 튀르키예의 지원 단체로부터 리비아국민군을 지키는 데도 도움을 줬다.
WSJ은 하프타르가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오랜 독재가 무아마르 카다피가 축출된 이후 리비아에서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러시아에 방공 시스템을 수년간 요청해 온 만큼 러시아의 이번 무기 운반을 환영할 것이지만, 이를 막으려는 서방의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방 관리들은 "S-400을 포함한 러시아 방공 시스템 및 무기가 리비아로 향했지만, 리비아에 계속 남을지 러시아로 다시 돌아갈지는 불분명하다"며 "러시아가 리비아에 주요 군사 지기를 세워도 시리아에서의 손실을 완전히 만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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