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 있는 전직 총리 2명도 내각에 합류
사회당 대표, “정부 아닌 도발” 강력 비난
녹색당에서도 “우스운 가면 무도회일 뿐”
프랑수아 바이루 신임 프랑스 국무총리. AF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3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는 전날 새 내각 구성을 마무리한 뒤 오후에 프랑스 방송사 BFM TV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새 정부가 야당에 의해 전복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7월 총선에서 좌파 정당들 연합체인 ‘신인민전선’(NFP)은 193석을 차지하며 원내 1당으로 올라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여당이 166석으로 2당, 극우 성향 ‘국민전선’(RN)은 142석으로 3당이 됐다. 전체 577석의 과반(289석 이상)을 점유한 단일 정치 세력이 없는 가운데 여당이 소수당으로 전락하며 여소야대 국면이 된 것이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9월 우파 성향의 소수당인 공화당 출신 미셸 바르니에를 새 총리로 임명했다. 프랑스 헌법상 총리 임명에는 의회의 동의가 필요없다. 하지만 바르니에 내각은 예상대로 소수당 정권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며 표류를 거듭하다가 이달 초 하원의 불신임안 가결로 좌초했다. 하원의 불신임 투표에서 찬성이 절반을 훨씬 넘는 331표나 나온 것에 비해 반대는 243표에 그친 점을 보면 바르니에 내각이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서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결국 마크롱 대통령은 바르니에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고 바이루 전 법무부 장관을 새 총리에 임명했다. 중도 성향의 바이루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여당 소속은 아니지만 2017년과 2022년 대선에서 모두 마크롱 후보를 지지했던 인물이다.
마누엘 발스 신임 프랑스 해외영토 장관(왼쪽)과 엘리자베트 보른 교육부 장관. 두 사람은 국무총리까지 지낸 거물급 인사이나 최근 새롭게 꾸려진 프랑스 내각에 장관으로 자리를 낮춰 합류했다. AF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비록 정부가 붕괴하고 새 내각이 들어섰으나 주요 부처 장관은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브뤼노 르타이오 내무부 장관,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국방부 장관, 장 노엘 바로 외교부 장관, 라시다 다티 문화부 장관 등이 그들이다. 또 마크롱 정부에서 이미 각료를 지낸 제랄드 다르마냉 전 내무부 장관이 새롭게 법무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총리를 지낸 정계 거물 2명도 장관으로 자리를 낮춰 바이루 내각에 합류한 점이다. 엘리자베트 보른 전 총리가 교육부 장관, 마누엘 발스 전 총리는 해외영토부 장관으로 각각 기용됐다.
정부가 의회 의원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바이루 총리도 언제든 불심임을 당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가 “새 정부가 야당에 의해 전복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한 것은 이처럼 쟁쟁한 인물들이 내각에 포진한 데 따른 자신감의 표출로 풀이된다. 그는 오는 1월14일 취임 후 처음으로 새 정부의 시정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야권의 생각은 전혀 다른 듯하다. 좌파 연합에 참여하고 있는 사회당 올리비에 포르 대표는 22일 새 내각 명단을 본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이것은 정부가 아니라 도발(provocation)”이라고 비난했다. 녹색당 마린 통들리에 대표는 바이루 내각의 일부 각료가 과거 좌파 진영에서 활동했던 점을 겨냥한 듯 “그들은 좌파와 결별한 지 이미 오래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이루 총리의 내각 구성을 우스꽝스러운 ‘가면 무도회’(masquerade)에 비유하며 “진짜 존엄한 사람들은 이 가면 무도회에 참여하길 거부한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