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발행된 "러시아 군함 X나 먹어라"라는 문구가 적힌 우크라이나의 한정판 우표.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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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 발발 두 달 뒤인 2022년 4월 항전 메시지가 담긴 한정판 우표를 처음 발행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우정청은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 군함, X나 먹어라"라고 적힌 우표를 판매한다고 알렸다. 우표에 쓰인 글귀는 러시아군에 항전하다 포로로 붙잡혔던 병사 로먼 흐리보우가 한 말을 인용한 것이었다.
해당 우표엔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함인 모스크바함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의 모습도 담겼다. 우표는 시판 닷새만에 500만장 이상 팔렸고, 일주일만에 매진됐다고 한다.
이후 우크라이나 우정청은 항전 메시지를 담은 한정판 우표 시리즈를 더 발행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의 유명 지뢰 탐지견부터 세계적인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가 그린 '업어치기 당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벽화 등을 우표에 담았다. 판매량이 800만장에 달할 정도로 우표 인기는 높았다.
우정청이 우표 구매자들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가장 인기 있었던 우표는 '러시아 탱크를 견인하는 우크라이나 트랙터'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가 그린 ‘업어치기 당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벽화가 담긴 한정판 우표.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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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수익은 주로 우크라이나 정부의 방위기금으로 쓰였다. 우정청 측은 해당 기금으로 지뢰 제거 장비나 방공호 등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정판 우표 발행은 이호르 스밀란스키 우정청장의 발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호르 청장은 BBC에 "기존 규칙에서 벗어난 발상이었지만, 유머는 전쟁 속에서 우리에게 투쟁의 힘이 되어줬다"고 말했다.
국장의 염원이 이뤄진 걸까. 우표소 앞엔 구매자들이 북새통을 이뤘고, 기대와 웃음으로 가득한 우크라이나인들의 모습이 외신에 실렸다. 영국의 우표 경매사 ‘스탠리 기븐스’의 오스카 영은 BBC에 “솔직한 그림이 우표를 유명하게 만들고 (우크라이나 전쟁 속 사회적 분위기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통상 국가에서 발행하는 우표는 공식적이거나 전통적인 사진, 그림들로 구성돼 있다.
한정판 우표는 전 세계 우표수집가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한 우표수집가는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절대 굴복하지 않는 우크라이나인들의 강한 사고방식이 엿보인다”며 인기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우체국은 매진된 한정판 우표들을 재발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티셔츠 등 굿즈(상품)를 제작해 판매할 계획이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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