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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0 (목)

[인터뷰] 탑의 결심, 진심일까 “이제 건실하게 살겠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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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전 멤버 최승현(탑). 사진=더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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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인사드린다. 11년 만에 인터뷰를 하면서 정말 많은 고민도 있었고, 적절한 시기를 찾아서 신중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그동안 송구했던 점도 많았다.”

11년 만에 인터뷰에 임한, 대마초 흡연 사건 이후 8년 만에 언론 앞에 선 빅뱅 전 멤버 최승현(탑·37)은 두 손을 모으고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사과부터 했다.

인터뷰를 자처할 때부터 시끌시끌했다. 그를 둘러싼 논란과 의혹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 2017년 대마초 흡연 협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후 SNS에서 팬들을 상대로 벌인 기 싸움과 은퇴 선언, 그리고 번복. '오징어 게임' 시즌2 합류 단계에서 불거진 인맥 캐스팅 의혹, 작품 공개 직후부터 터져나온 연기력 혹평까지. 주어진 50분 내에 이 모든 논란을 언급할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세간의 관심이 쏠린 자리에 나선 최승현은 말끔한 슈트를 입고 취재진을 맞았다. 어떤 민감한 질문을 해도 실수 없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답변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연속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과오, 경솔, 염치, 과분한 사랑, 추락 등의 단어를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미리 준비하고 암기해온 답변으로 보였지만, 이 자리에서 과거를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각오는 엿보였다.

인터뷰 말미 최승현은 “건실하게 살겠다”고 강조했다. 눈 앞의 취재진을 넘어 대중에게 내건 공약이다. 최승현은 진심을 말한 것일까. 그리고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최승현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빅뱅 전 멤버 최승현(탑). 사진=더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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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시즌2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제작사를 통해서 오디션 제의를 처음 받았다. 타노스 캐릭터를 보고 고민이 많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 과오도 있고 부끄러운 점과 직면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지 박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운명적으로, 이런 역할을 하라는 것도 뭔가 뜻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오디션 영상을 찍어서 제작사에 보냈다. 감독님이 좋게 봐줘서 미팅을 했다. 두 세번 대본 리딩을 함께 하면서, 마지막 과정에서 한번 더 자세하게 보고 싶다는 의견을 줘서, 다시 오디션 영상을 찍어서 제작사에 보냈다. 그렇게 참여하게 됐다.”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다는 입장인데, 처음 터져나온 인맥 캐스팅 논란이 억울했나.

“억울하다는 생각보다, 저라는 사람이 이렇게 크고 위대한 작품에 피해를 주는 것 같아서 굉장히 속상한 마음이 컸다. 저 때문에 오해받은 선배님들에게도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오해'를 받은 이병헌 등의 배우들과 관련 이야기를 나눈 바 있나.

“그런 대화를 일부러 하지 않았다.”

-오디션 영상에서는 어떤 연기를 했나.

“한 신의 대본을 받아서 찍은 것도 있고, 랜덤하게 주어진 자유 연기도 있었다.”

-캐스팅과 관련해 황동혁 감독의 피드백은 무엇이었나.

“그런 말은 직접적으로는 없었다. 저의 광기를 봤다고 한 (황동혁 감독의) 인터뷰를 봤다.”

-타노스 캐릭터를 맡으면서 어땠나.

“처음에는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조금 그런 생각은 했었다. 캐릭터 자체가 덜 떨어진 찌질이 힙합 루저다. 그런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부분에 끌렸던 것도 있다. 가장 컸던 건, 햇수로 10년간 아무도 저에게 손을 내밀어주거나 저를 쳐다봐준 적이 없었던 시기를 겪었는데, 감독님이 저에게 손 내밀어줬고, 저에게 기회를 줬고, 저에게 믿음을 준 것에 대해서 제가 꼭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 마음으로 출발하게 됐다.”

-SNS를 통해 은퇴를 선언했다가 번복했는데.

“저라는 사람은 20대 때 찬란한 영광을 누리기도 하고, 과분한 사랑도 받았지만, 너무나도 큰 실수를 저질렀다. 그걸로 제가 겪어보지 못한 추락과 몰락의 시절이 있었고, 스스로 어둠의 끝까지 갔었다. 이성적인 판단도 내릴 수 없었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족, 팬들에게 너무나도 큰 상처와 배신감을 드렸다. 그 안에서 저는 너무나도 무너져있던 상황이다. 눈 앞이 보이지 않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없었다. 그 당시 정말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에 힘이 없었다. 그런 마음에 SNS를 통해서 컴백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라이브로 그런 말을 했다. 어둠 속에 힘들었던 시기에 판단력이 없는 상태에서 너무 경솔하게 그런 말을 했던 게 너무나도 후회스럽다. 평생 죄송하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시 왜 그렇게 무너졌나.

“극단적인 선택도 했었고, 일어나 보니 부모님과 가족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큰 상처를 줬다.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정신 차리고 나니 그걸 알게 됐다.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과 수치심, 모든 것이 피폐하고 부정적으로 변했다. 그것 또한 저의 과오다.”

빅뱅 전 멤버 최승현(탑). 사진=더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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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는 당초 예정했던 일정이 아닌데, 이렇게 나선 이유가 있나.

“경솔하게 SNS로 심경이나 이런 걸 전하면서, 오해를 살 수 있을 만한 경솔한 행동도 있었다. 단추가 하나하나 잘못 끼워지다 보니, 한도 끝도 없이 오해가 오해를 낳고 안 좋아졌다. 만나서 사죄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다. 그동안은 (인터뷰를 통해 심경을 전할) 명분도 없었다. 지금은 '오징어 게임' 주요 배우 인터뷰가 끝난 상황이어서, '지금 타이밍에는 (내가) 나서도 작품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타노스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었나.

“타노스라는 캐릭터는 만화적으로 과장된 캐릭터다. 조금 덜 떨어지고 한심한, 실패한 힙합 루저 캐릭터다. 단순 무식하기도 하다. 그런 부분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랩 하는 장면, 조금 우스꽝스럽고 엽기적인 랩 신부터 담긴다. 감독님이 써준 랩이 있었는데, 그것보다 조금 더 바보 같이 오그라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친구가 주는 루저 같은 느낌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나하나 감독님과 조율하고 상의하면서 캐릭터를 치밀하게 만들었다. 다들 겁에 질린 상황을 환기시켜줄 수 있는, 타노스는 광대 같은 캐릭터다. 정신 연령으로 따지면 짱구 정도 되는 것 같다. 30대 후반이다 보니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 캐릭터가 가진 힘이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감독님의 디렉션에 충실히 따르면서, 표현했다.”

-짝짓기 게임 중에는 빅뱅 '뱅뱅뱅' 안무를 떠올리게 하는 춤을 췄는데.

“빅뱅 '뱅뱅뱅'을 생각하진 않았다. 카우보이 춤에서 안무를 갖고 왔다. '둥글게 둥글게'라는 노래 가사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나왔다.”

-빅뱅 활동은 안 하는 건가.

“빅뱅이라는 팀으로 20대 때 화려하고 과분한 사랑을 많이 받았다.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 역사다. 과분한 사랑을 받으면서 너무 큰 실수를 저질렀다. 빅뱅이란 이름에 엄청 큰 피해를 준 사람으로서, '팀에서 떠나겠다'는 이야기를 전 소속사와 멤버들에게 한 지는 오래 됐었다. 앞으로 혼자 해나가는 것에 대해 질타를 받는 것은 제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저라는 사람이 빅뱅이란 팀 안에 들어가서 그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염치가 없었다.”

-멤버들과 연락을 하나. 최근 빅뱅 무대가 화제가 됐는데.

“연락은 하고 있지 않다. 무대 반응 봤다. 너무나도 멋지더라. 멤버들이 정말 잘 되기를 평생 응원하는 마음 뿐이다. 저라는 사람이 저지른 과오를 그 친구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더 크다. 그 생각이 단 한번도 변한 적 없다.”

-활동을 하지 않은 지난 10년간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던 건가.

“사실 '오징어 게임' 오디션 제의가 들어오기 전에는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기보다, 지난 7~8년 전부터 거의 사회와 단절한 채 집과 음악 작업실만 오갔다. 음악 작업을 쭉 해왔다. 목적이 있는 작업은 아니었다. 심리적으로 힘들 때, 머리 속에 생각이 많고 어둠 속에 있을 때, 음악을 만들었다. 마이크 앞에서 음악을 만들 때, 그때만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만들면서 모은 음악을, 제가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쌓였다. 저라는 사람의 존재 목적을 좀 깨달았다. 그러면서 어둠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음악 활동을 더 할 예정인가.

“아직 그렇게 확실하게 정해진 게 많진 않다. 만들어놓은 작업물이 많고 그걸 하나하나 공개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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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플라워' 랩이 화제다.

“제가 쓴 가사다. 이 랩의 포인트는 힙합 루저답게 오그라드는 부분들을 강조한 것이다. '오징어 게임'이 청소년 관람불가 작품이지만, 요즘에는 쇼츠 영상으로 어린 친구들이 찾아보더라. 이 장면 자체가 밈이 돼서 초등학생, 중학생이 따라할 수 있는 랩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캐릭터를 그런 방향으로 설정한 것인데, 연기력 논란이 따라온 건가.

“물론 캐릭터에 대한 호불호는 제가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해서는 제가 함부로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냥 겸허히 다 받아들이겠다.”

-과거로 돌아가도 '오징어 게임' 출연 기회를 잡을 건가.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보다도 더 많은 뭇매를 맞을 순 없을 것 같다. 조금 더 스스로도 단단해진 것 같다.”

-그래도 즐거웠던 순간이 있나.

“너무 많은 사람들, 스태프들과 합심해서 함께 해나간다는 걸 10년 만에 느꼈다. 굉장히 뭉클했다. 히늘에 감사함을 느꼈다.”

-캐스팅을 고집한 황동혁 감독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은 건가.

“저는 정말 모르겠다. 함부로 말씀드릴 순 없을 것 같다. 워낙 감독님은 무뚝뚝하고 표현이 없는 사림이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다. 저도 감독님 인터뷰를 보고 캐스팅한 이유로 '그 친구에게서 광기를 봤다'는 인터뷰를 봤다. 처음에 캐스팅 기사가 났을 때 나라는 사람 때문에 중요 작품에 피해를 주게 되는 것 자체를 견딜 수 없었다. 하차까지 생각했다. 그래도 감독님이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준비한 캐릭터이고, 촬영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한번 해보자'고 기회를 줬다.”

-마약 투약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했나.

“타노스가 하는 약물은 굉장히 강력한 환각제다. '하이 텐션'이 되기를 감독님도 원했다. 이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약물에 의존하는 사람들에 대해 연구하고 찾아봤다. 타노스가 게임장에 처음 등장해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약물을 투약하지 않기 때문에, 약물 중독자의 불안과 초조함 같은 심리적인 것들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찾아보니까 그런 약물을 하는 사람들은 치아가 많이 손상됐다고 하더라. 미국 남부 힙합 중 멈블랩이라고, 발음이 잘 안 돼서 흐트러지는 랩이 있다. 초반 명기에게 다가가서 랩처럼 대사를 하는 것도 '타노스라면 멈블랩처럼 이야기할 것 같다'는 논의를 하면서 연기했다. 약을 했을 때는 혼자서 '하이 텐션'이 돼 있는 캐릭터가 돼서 움직이는, 비현실적인 캐릭터였던 것 같다.”

-극 중 먹던 약은 뭐였나.

“설탕으로 만든 것이었다. 아폴로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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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계기로 성장한 면이 있나.

“과거의 과오와 제 경솔했던 모습을 너무나도 후회하고 반성해야 하지만, 앞으로 정말 건실하게 사는 모습과 안정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 그런 소망이 있다.”

-앞으로의 성장 말고 현재의 성장이 궁금하다.

“아. 조금 더 긍정적이 됐다. 어릴 때는 저 스스로를 감당 못하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긍정적이 됐다.”

-달에 가는 우주선 탑승 프로젝트 소식도 있었는데.

“프로젝트가 지연되면서, 일단은 보류가 됐다.”

-연예 활동을 재개하니, 빅뱅 멤버들과 재회하는 상상도 하나.

“많이 상상한다. 서로 축복해주고….저는 사실 그냥 미안한 마음을 평생 갖고 있다. 제가 염치가 없어서 떠난 것이다. 참 미안한 마음 뿐이다.”

-시즌3에 나올 가능성은 없나.

“타노스는 나쁜 것에 의존하는 캐릭터라서 그 타이밍에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누구보다 건실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박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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