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여야 공약이었던 ‘해병대 독립’
이재명, 이달 초 “논의 본격화 해야” 제안
단독작전 수행능력 확보가 관건이라는데
병역자원 감소에 채상병 사건까지 겹쳐져
이재명, 이달 초 “논의 본격화 해야” 제안
단독작전 수행능력 확보가 관건이라는데
병역자원 감소에 채상병 사건까지 겹쳐져
해병대를 타군에 버금가는 규모와 체계로 확대하는 ‘4군 체제(육군·해군·공군·해병대)’ 개편안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논의됐다. 해병대 예비역들 사이에서 숙원사업처럼 여겨지는 까닭에 표심을 노린 여야 정계 인사들이 대선공약으로 종종 제시하기도 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때도 당시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를 공통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이후 야권을 중심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연일 거론되는 가운데 이 대표가 다시금 이를 공론화해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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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특수수색대대 저격 사격 훈련. [사진 출처 = 해병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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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는 여수·순천사건을 계기로 상륙작전의 필요성이 제기된 뒤 1949년 4월 창설됐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통영상륙작전, 인천상륙작전, 서울탈환작전, 도솔산지구전투 등에서 전과를 올렸고, 베트남 전쟁 때는 국군 전투부대 중 첫 해외파병에 나서기도 했다.
창설 24년 만이자 유신정권 시절인 1973년 10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돌연 해병대사령부 해체를 지시했다. 군의 경제적 운용이 표면적인 이유였으나,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쿠데타 우려 등 정치적이고 복합적인 이유로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결정으로 해군에 통합된 해병대는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1987년 11월에야 해병대사령부를 재창설할 수 있었다. 자체 사령부는 갖췄지만, 여전히 현행법이 해병대를 해군 예하로 규정하고 있어 독립된 구조라 보기는 어렵다.
현행 국군조직법 2조 1항은 “국군은 육군, 해군 및 공군으로 조직하며, 해군에 해병대를 둔다”고 규정하고, 10조 3항은 “해병대에 해병대사령관을 두며, 해병대사령관은 해군참모총장의 명을 받아 해병대를 지휘·감독한다”고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육·해·공군에 모두 있는 참모총장(4성 장군)이 해병대에는 없고, 해병대사령관의 계급도 중장(3성 장군)에 그친다. 박 전 대통령이 해병대사령부 해체를 지시하기 전에는 해병대사령관 중에도 4성 장군(7대 강기천 대장, 8대 정광호 대장, 9대 이병문 대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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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신병 1312기 수료식. [사진 출처 = 해병대 교육훈련단,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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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를 해군으로부터 완전히 분리하자는 ‘4군 체제’ 제안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경우 한나라당 최고위원 시절이자 북한의 연평도 무력도발 직후인 2010년 12월 해병대와 특전사를 통합한 ‘해병특전사령부’ 창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해병대의 주임무인 상륙작전과 특전사의 역할인 특수전이 잘 부합하지 않는다는 데서 그의 제안이 현실화하진 않았다. 다만 이후에도 해병대 독립의 효용성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키는 데는 충분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2022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었던 2022년 9월 해병대사령관을 4성 장군으로 진출시키는 것과 해병대를 해군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을 안보 공약으로 발표했다. 공약 발표 후 12일 만에 국내외 60여개 해병대 예비역 단체의 공개 지지를 받는 등 화제가 됐을 정도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반환점이 3개월여 지난 현재는 제동이 걸린 상태다. 당초 국방부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4군 체제 전환에 앞서 정책연구를 수행 중이었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관련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로 전해졌다.
그러던 중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병대를 독립하고 준4군 체제로 개편하는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대표 역시 제20대 대선 당시 해군으로부터 해병대 독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던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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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도서 방어훈련 중인 해병대. [사진 출처 = 해병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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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독립이 현실화하려면 단독작전 수행 능력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게 군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과거 해상 침투 방식에 매진했던 해병대는 현재 해상·공중을 통한 입체적 상륙작전 수행력을 키우는 데 매진하고 있다. 미래 전장을 위한 무인 전력 확보에도 노력 중이다.
해군으로부터 해병대 독립을 결정할 경우 가장 큰 쟁점은 그 규모일 것으로 보인다. 머릿수만 놓고 보면 미국 해병대에 이어 세계 2위급 전력이지만, 장교와 부사관, 병사를 모두 합쳐 2만명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병역 자원 감소로 인한 직격탄 역시 피하지는 못했다.
군이 급여 인상 등 복무 여건 개선에 나섰지만, 취업·구직을 위한 개인 시간이 보장되는 타군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해병대 인기는 급락한 상태다. 또 2023년 7월 채상병 사건 이후 해병대의 안전사고 등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도 모병에 악영향을 끼쳤다.
내달 입대를 위한 공군의 지원서 접수 현황에 따르면 1308명 모집에 신청한 인원이 1만3214명(2024년 12월 기준)에 이른다. 경쟁률이 10대 1을 넘어선 것인데 같은 시기 해병대의 경쟁률은 1.7대 1에 그쳤다. 채상병 사건 직후에는 해병대 경쟁률이 0.2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공개 제안으로 다시금 4군 체제 논의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은 난관이 많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해병대 관계자는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도 희망하지만, 인구절벽과 지원자 감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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