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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이슈 미술의 세계

    기안용지에 적힌 "꼭 입수하세요"…박물관 얼굴이 된 청화백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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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림박물관, 국보·보물 등 100여 점 모은 특별전 '호림명보' 개최

    600년 만에 일본서 돌아온 고려 사경·40대 정선이 그린 산수화 등 눈길

    연합뉴스

    전시로 만나는 국보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1일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신사 분관에서 열린 '호림명보'(湖林名寶) 특별전에서 관람객이 국보 백자 청화매죽문을 살펴보고 있다. 2025.2.11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비싸더라도 꼭 입수하세요. 명품입니다."

    1974년 7월 중순, 혜곡 최순우(1916∼1984) 선생은 메모를 남긴다.

    성보실업 회장이었던 호림 윤장섭(1922∼2016) 선생이 전한 '편지'에 답하는 글이었다. '1974.7.13'이라는 날짜가 찍혀 있는 기안 용지에 쓴 편지에는 뚜껑이 있는 항아리에 대한 설명과 그림이 있었다.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장이었던 최순우 선생은 "참 훌륭합니다. 대표적인 유물이 되겠습니다"라고 전하며 "꼭 입수하세요"라는 말을 두 번이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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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로 만나는 국보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1일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신사 분관에서 열린 '호림명보'(湖林名寶) 특별전에서 관계자가 국보 백자 청화매죽문을 설명하고 있다. 2025.2.11 mjkang@yna.co.kr


    수개월 협상한 끝에 결정된 금액은 4천만원. 소장자가 처음 제시한 2억원과 비교하면 괜찮은 가격이었으나, 서울 시내에 있는 집 20채를 살 수 있을 만한 거액이었다.

    흰 바탕에 푸른 빛으로 그린 매화나무와 대나무가 돋보이는 국보 '백자 청화매죽문 유개항아리'는 그렇게 호림의 품에 안겼다. 매년 국내외에서 전시 대여 요청이 잇따르는 대표 유물이다.

    호림 컬렉션을 대표하는 명품 100여 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11일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개막한 특별전 '호림명보'(湖林名寶)를 통해서다. 2006년 열린 '국보전'(國寶展) 이후 약 19년 만에 국보, 보물 등을 모두 아우른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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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보 분청사기 박지연어문 편병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1일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신사 분관에서 열린 '호림명보'(湖林名寶) 특별전 기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국보 분청사기 박지연어문 편병을 둘러보고 있다. 2025.2.11 mjkang@yna.co.kr


    이원광 학예연구실장은 이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호림박물관을 대표하는 '명품'을 선보이는 자리"라며 "현재 대여 중인 유물 2건을 제외하고 지정 문화유산과 명작을 모두 모았다"고 소개했다.

    호림박물관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사립 박물관 중 한 곳이다.

    윤장섭 선생은 1971년 고미술 중개상인으로부터 '청자상감유로연죽문표형주자'를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평생에 걸쳐 도자, 전적, 서화 등 다양한 우리 문화유산을 수집했다.

    그는 고향인 개성 출신 선배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황수영(1918∼2011) 전 동국대 총장, 진홍섭(1918∼2010) 전 연세대 석좌교수와 교유하며 감식안을 기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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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 '백자 반합'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1일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신사 분관에서 열린 '호림명보'(湖林名寶) 특별전 기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보물 백자 반합을 둘러보고 있다. 2025.2.11 mjkang@yna.co.kr


    1982년 박물관을 세운 뒤 지금까지 모은 소장품은 1만9천여 점. 그중에는 국보 8건, 보물 54건, 서울시 유형문화유산 11건 등 문화·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문화유산도 여럿이다.

    박물관 측은 "국보, 보물을 비롯한 지정 문화유산은 국내외 유수 박물관 전시에도 출품돼 한국 미술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호림의 대표 얼굴 격인 문화유산을 시대순으로 소개한다.

    1974년 처음으로 국보로 지정된 '분청사기 박지연화어문 편병', 1984년 국보가 된 '백지묵서 묘법연화경'과 '백자 청화매죽문 유개항아리', 보물 '백자 반합' 등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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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보 '백지묵서 묘법연화경 권1~7'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1일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신사 분관에서 열린 '호림명보'(湖林名寶) 특별전 기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국보 백지묵서 묘법연화경 권1~7을 둘러보고 있다. 2025.2.11 mjkang@yna.co.kr


    하얀 닥종이에 먹으로 불교 경전인 묘법연화경을 정성껏 쓴 고려 사경(寫經·경전을 베껴 쓰는 작업)인 국보 '백지묵서 묘법연화경'은 윤장섭 선생이 특히 아낀 문화유산이다.

    책 끝부분에 있는 기록에 따르면 이 유물은 세종 25년(1443)에 일본으로 건너간 뒤 선조 38년(1605)에는 '광대원'(廣大院)이라는 곳에 소장돼 있었다고 한다.

    이 실장은 "황수영 전 동국대 총장의 주선으로 윤장섭 선생께서 1971년 일본에서 직접 환수한 것"이라며 "600년간 일본에 있다 한국 품으로 돌아온 귀한 유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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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 '금동 탄생불입상'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1일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신사 분관에서 열린 '호림명보'(湖林名寶) 특별전 기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보물 금동 탄생불입상을 둘러보고 있다. 2025.2.11 mjkang@yna.co.kr


    보물 '분청사기 철화당초문 장군'은 호림박물관의 역사가 깃든 소장품이다.

    장군은 물이나 술, 간장 등 액체를 담는 그릇의 하나로, 이 유물은 두껍게 바른 백토(白土·빛깔이 희고 부드러우며 고운 흙)와 자유분방한 덩굴무늬가 돋보인다.

    이 실장은 "1981년 성보문화재단을 세우고 이듬해 박물관을 개관한 뒤에 출연한 문화유산"이라며 "다른 소장품과 비교해 조금 더 애착을 가지셨던 유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1990년대∼2000년대를 다룬 전시실에서도 주목할 만한 소장품이 많다.

    풍만하고 단정한 몸체에 가늘고 작은 아가리, 굵은 손잡이가 더해진 국보 '백자 병형 주전자'는 조선 왕실에서 사용할 고급 자기를 생산하던 가마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2006년 보물로 지정된 다양한 종류의 청자와 백자는 빼놓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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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월관음도와 지장시왕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1일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신사 분관에서 개막한 '호림명보'(湖林名寶) 특별전 전시실에 고려 불화인 수월관음도와 조선 전기 불화인 지장시왕도가 전시돼 있다. 2025.2.11 yes@yna.co.kr


    평소 보기 힘든 불화 또한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고려 불화인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와 조선 전기 불화인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 두 점은 나란히 전시돼 있어 불교 미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총 3개 전시실 가운데 마지막 부분에서는 2014년 보물로 지정된 불경 '초조본 불정최승다라니경'을 포함해 2010년대 지정된 보물, 서울시 유형문화유산 등을 소개한다.

    겸재 정선(1676∼1759)이 41세에 그린 그림 7폭을 모은 사계산수화첩, 1591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회화 '총마계회도' 등 국가지정문화유산 후보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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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백자 항아리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1일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신사 분관에서 개막한 '호림명보'(湖林名寶) 특별전에 조선시대인 18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61㎝ 높이 백자 항아리가 전시돼 있다. 2025.2.11 yes@yna.co.kr


    전시는 순백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61㎝ 높이 백자 항아리를 비추며 끝난다.

    박물관 측은 "지정 문화유산 못지않게 예술적, 역사적 가치를 지닌 숨어 있는 보물을 통해 한국 미술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7월 26일까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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