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구 인천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빈소.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6일 97세 일기로 작고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17일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천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길 할머니 빈소를 찾아 “길원옥 할머니의 명복을 빌며, 고통 없는 세상에서 평안히 잠드시길 바란다”면서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 인천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에서 왔다는 50대 이모씨는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반 차를 썼다”면서 “수요집회에 참여한 10여년간 길 할머니는 인사드릴 때 마다 밝은 표정으로 손을 잡아줬다. 학생들을 참 좋아하셨던 분이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신재철 부산외국어대 초빙교수는 “길 할머니는 친어머니 같은 분”이라면서 “위안부 문제가 드러났을 때 일본군의 만행을 널리 알리는 데 힘썼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근조 화환을 보내 오랜 지기의 넋을 기렸다.

길 할머니는 최근 1주일간 감기에 시달리며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전날 연수구 자택에서 향년 97세로 생을 마감했다.

길 할머니 며느리인 조근순 씨는 “어머니는 의식이 온전치 않아도 가족들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면 다 알아듣고 눈물을 흘리셨다”면서 “‘후손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 같아 미안하다. 역사적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길 할머니는 살아생전 일본군 위안부의 진상을 국내외에 알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에 앞장섰다.

2004∼2020년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평화의 우리 집’에서 생활하며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 꾸준히 참여했다.

2012년에는 평화의 우리 집에서 함께한 김복동 할머니 등과 일본 정부로부터 법적 배상금을 받게 되면 그 돈을 세계 전쟁 피해 여성을 돕는 데 기부하겠다며 ‘나비기금’을 만들었다.

2014년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실을 찾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전 세계 150만명의 서명을 전달하기도 했다.

길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7명으로 줄었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모두 240명으로 이 중 233명은 사망했다.

나이별 생존자는 90∼95세 2명, 96세 이상 5명이다. 평균 연령은 95.7세다. 길 할머니는 18일 오전 9시 30분 인천적십자병원에서 발인 후 인천가족공원에 안장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