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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이슈 미술의 세계

    물감·머리카락으로 제주4·3의 아픔 그려낸 제주 미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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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명식 작가 제주도문예회관서 전시

    연합뉴스

    오명식 작품 '시간이 흘러도'
    [오명식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어느 날 붓을 들었고, 캔버스에 물감과 머리카락을 담으며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제가 가장 잘하는 것, 주변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을 캔버스에 담아 저만의 그림을 그립니다"

    22일부터 27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제3전시실에서 '4·3과 그리움'을 주제로 두 번째 개인전을 하는 오명식(51) 작가는 현직 미용사다.

    특전사 중사 출신인 오 작가는 24세 때부터 미용 일을 시작해 27년째 미용사로 일하면서 광주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미용학 박사학위를 받고 제주관광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오 작가는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보통 화가들이 붓이나 팔레트 나이프 등으로 물감을 칠하며 그림을 그리지만 나는 머리카락이나 돌가루 등으로 그림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제가 그림을 배우지는 않았는데 어릴 때부터 만들기 같은 것은 상당히 잘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림을 그린다고 표현하지 않고 만든다고 표현합니다."

    그림은 2023년에 처음 그렸다. 그해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에서 열린 제주대학교 평생교육원 출신의 동아리인 청아회의 제7회 정기전에 아크릴물감으로 그린 꽃 그림 1점을 출품했다.

    당시 제주대 평생교육원 강의에 10차례 정도 나갔으나 도제식 교육에 실망했다. 오히려 유튜브로 혼자 공부하며 그림은 차곡차곡 쌓아 올려야 된다는 나름의 방식을 터득했다고 한다.

    이후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머리카락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기다란 머리카락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고, 아주 잘게 자르고 탈색하거나 염색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연합뉴스

    머리카락과 아크릴물감으로 작업하는 오명식
    [오명식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마음 깊은 곳의 그리움을 불러본다'라는 부제의 이번 전시회에 아크릴 물감과 머리카락, 제주 화산석 등을 활용해 제작한 작품 26점을 선보인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4·3으로 집단 학살을 당해 스러져간 사람들과 살아남아 생을 이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전시회 기간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간(오후 1시 제외)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작품 설명을 할 예정이다.

    오 작가는 "어른들에게 우리 가시리 마을 사람들이 희생당한 처참하고 가슴 아픈 실상을 듣고 제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이런 것들을 표현하고 알리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태관 전 제주문화예술진흥원장은 "머리카락과 돌가루를 재료로 사용하고, 쇠와 철을 용접하고 붙이는 조소와 설치미술적인 요소를 더한 토탈미술, 종합미술의 형태로 작품을 구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2월 '머리카락 이야기'라는 주제로 제주도문예회관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했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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