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6 (토)

    이슈 소비심리와 경제상황

    미국 ‘나홀로 호황’ 끝?…소비심리 심상찮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제 유가가 두 달 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미국 소비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경기 침체 가능성이 고조되면서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엔 ‘인플레이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침체 불씨로 작용했다.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오는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5% 하락한 배럴당 68.93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70달러 선이 깨진 데다 지난해 12월 10일(68.59 달러) 이후 가장 낮다. 그동안 ‘나 홀로 호황’을 누린 미국 경기가 둔화해 원유 수요가 줄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다.

    침체 공포는 커지고 있다. 이날 미국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CB)에 따르면 2월 기준 소비자신뢰지수가 98.3으로 전달보다 7포인트 하락했다. 시장 전망치(102.3)를 크게 하회한 데다 8개월 만에 가장 낮다. 하락 폭은 2021년 8월 이후 제일 컸다. 소비자신뢰지수는 경기 선행지표 중 하나다. 지수가 기준(100)을 웃돌면 ‘낙관적’으로, 반대로 밑돌면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해석한다. 특히 소득·노동시장에 대한 단기 전망을 담은 기대지수는 72.9로 전달보다 9.3포인트나 하락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80선을 밑돌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오히려 수입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CB의 스테퍼니 기샤르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기대치가 오른 건) 계란과 같은 주요 필수품 가격의 급등과 관세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됐다”며 “특히 (설문 조사에서) 무역과 관세에 대한 언급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CB에 따르면 1년 후 인플레이션 기대치(지금보다 물가가 얼마나 뛸지 소비자가 예측한 수치)는 지난달 5.2%에서 이달 6%로 뛰었다. 미국 물가는 이미 들썩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대로 상승했다.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오르는(스태그플레이션)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시장은 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에 반응하고 있다. 이날 미국 국채금리와 주식가격은 동반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5일(현지시간) 한때 연 4.287%까지 급락(국채가격은 상승)했다. 10년물 금리가 연 4.2% 선까지 내려간 건 지난해 12월 12일 이후 처음이다. 나스닥 지수가 1.35% 하락하는 등 미국 3대 주가지수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수퍼달러(달러 강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유로·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5일 106.31로 주저앉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난달 20일(109.35)과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2.8% 하락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트럼프의 정책 불확실성이 미국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게 특징”이라며 “미국 경기 둔화가 지속하면 단기적으로 강달러가 진정돼 국내 외환시장 변동성은 줄지만,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가 가속화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전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원화 환율 변동성은 크지 않았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화값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전날보다 2.7원 내린(환율은 상승) 1433.1원에 마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