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무덤 속에서 나무 상자 한 개가 발견됐다. 그 안에는 다름 아닌 인골들이 담겨 있었다. 일제 발굴자들이 당시에 나온 인골들을 모아 놓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듬해 7월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현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등은 인골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인골의 주인공은 ‘60~70대 노년층 남성, 신장은 161~170㎝, 사망 시기는 620~659년 사이’라는 게 핵심 내용이다. 무왕의 재위 기간(600~641)과 겹치는 부분이 있는 데다 무덤의 규모, 구조로 볼 때 인골 주인이 무왕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왕묘가 무왕의 무덤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은 상황이다."(95쪽 「유골, 새 차원의 ‘유물’로 거듭나다_고인골」 중에서)
이 책 '발굴과 발견'(눌와)는 20여 년간 문화유산·현대미술 관련 현장을 종횡무진한 문화부 기자인 저자(도재기)의 '발견'의 기쁨과 호기심이 가득 담겼다.
‘신라 금관’은 사극에서처럼 왕이 평소 쓰던 것이었을까? 삼국시대 ‘천마총 유리잔’에 어떻게 이집트산 광물이 쓰인 걸까? 신라 공주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쪽샘 44호분’에는 왜 바둑돌과 돌절구가 출토됐을까? 등 역사적 한국 역사·문화사에 길이 남을 유물·유적을 소개한다.
각 문화유산이 처음 현장에 나타났던 순간부터, 국내·국제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가치와 의미, 최근 밝혀진 사실과 논쟁, 당대의 걸작 ‘미술품’으로서 아름다움과 현대적 활용 가능성 등을 제시한다. 특히 발굴·발견 당시 현장 관계자들의 증언, 가장 최근의 연구와 조사들, 현대에 복원되고 재조명되는 지금의 상황을 종합한 서술로 발굴·발견 현장의 최전선으로 안내하는 점이 특징이다.
백제금동대향로는 많은 이들이 그 모습을 알고 있는 국보 중의 국보다. 정교한 장식으로 백제 금속공예 기술력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산수풍경과 상상 속 동물이 새겨진 뚜껑, 연꽃이 표현된 몸체의 조각에서 불교와 도교가 융합된 당시의 문화까지 엿볼 수 있다. 그런데 백제금동대향로가 ‘향로’라면 구멍은 어디에 있을까? 뚜껑 꼭대기의 봉황상에 있는 구멍 2개 외에 10개의 구멍이 꼭꼭 숨겨놓은 듯 뚜껑에 솟은 산봉우리 조각 뒤에 바짝 붙어 있다. 이중의 오각형 형태로 구멍이 배치되어 향을 피우면 산봉우리 조각 빗면을 타고 연기가 서로 풍성히 어우러진다. 기능성, 흥미로운 이야기, 아름다움을 모두 갖춰 지금 우리에게 공예품의 본보기를 보여준다.
인신공희 성벽 의례를 국내에서 처음 고고학적 실물로 확인하며 터번 쓴 토우 등 10여 년째 흥미로운 유물이 발굴되고 있는 ‘경주 월성’, 한반도 선사시대 사람들의 고래사냥을 증언하고 최근 일대에 공룡과 고대 동물 발자국까지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 한성백제의 왕성임이 유력하지만 대규모 주거단지가 자리해 개발과 보존이 충돌하는 ‘풍납토성’ 등의 풍경을 생생히 전한다.
‘금동반가사유상’, ‘달항아리’, ‘고려청자’ 등이 큐레이팅과 현대미술·문화상품으로 재해석·재조명되는 모습도 소개해 문화유산의 발견·발굴이 오늘날 갖는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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