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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이슈 미술의 세계

    눈앞 풍경에서 출발한 추상적 회화…강명희 60년 화업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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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립미술관 대규모 개인전…196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125점 소개

    연합뉴스

    강명희 작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를 여는 강명희 작가. 2025.3.5. zitrone@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화가 강명희(78)는 30대였던 1986년 화가인 남편 임세택과 함께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2인전을 열었다. 이어 1989년에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남편과 함께 2인전을 개최했다. 젊은 시절부터 이처럼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1972년 한국을 떠나 오랫동안 프랑스를 중심으로 작업해서인지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그의 작품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작가의 60년 작업 세계를 돌아보는 대규모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시작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2023년 남서울미술관의 김윤신 전시 이후 한국 여성작가를 발굴해 재조명하는 두 번째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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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희, '접시꽃 蜀葵', 2023, 캔버스에 유채, 97x146㎝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는 2007년 귀국해 제주도에 살며 그린 제주의 풍경 등 최신작으로 시작해 시간을 거슬러 가며 1960년대 초기작까지 125점을 한 데 소개한다.

    전시장 초입에 걸린 그림들은 얼핏 보면 관념적인 추상화 같지만, 실제 눈앞에 보이는 자연을 그린 풍경화다. 야외로 나가거나 화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을 연필로 데생하고 캔버스로 옮겼다.

    대상을 묘사하는 뚜렷한 선(線) 대신 흐릿한 색으로 채워진 그림은 처음엔 알 수 없는 이미지 같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느새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제주의 바다가 되고 안덕 계곡이 되고 산방산의 모습이 되어 눈앞에 떠오른다. 화면 속에서는 동백꽃, 감꽃도 피어나고 귤밭도, 작가의 안경을 만들어주던 안경사의 집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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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희 '방문 III', 2013, 캔버스에 유채, 112x145cm[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처음부터 이런 그림을 그렸던 것은 아니다. 전시 후반부에 소개되는 1960∼1980년대 초기작들은 이후 작품들보다 구상적인 성격이 강하다. 대상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드러나고 직접적으로 현실에 관해 발언하기도 한다.

    정치적으로 암울한 시기 한국을 뒤로하고 프랑스로 건너간 뒤에도 한동안은 고국에 대한 생각이 그림에 담겼다. '개발도상국' 연작에는 1970년대 한국의 정치적 사건과 월남 파병 등을 담았다. 전시에 나온 '개발도상국 "교수형"'(1975)은 유신정권 당시 판결이 나온 지 18시간 만에 사형이 기습적으로 집행됐던 '인혁당 사건'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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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희 작가의 1975년작 '개발도상국 "교수형"', 유신정권 당시 인민혁명당 사건을 다룬 그림이다. [사진 황희경]


    개막일인 지난 4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한국을 왜 떠났느냐는 물음에 "답답했다"고 말했다.

    "(한국을 떠난 건) 1972년 10월 유신이 단행되기 몇 달 전이었어요. 주변 사람들이 빨리 떠나라고 하더라고요. 프랑스에 가서도 너무 답답했어요. 그래서 그때는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바로 전달하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죠."

    작가의 작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여행이다. 1994년 몽골과 칠레를 시작으로 1990년대 후반까지 거의 반년마다 여행을 떠났다. 특히 여덟번이나 방문했던 몽골 고비 사막은 작가의 이후 작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

    작가는 "큰 그림을 그리게 된 것도 여행 이후"라면서 "고비사막과 파타고니아, 안데스산맥의 광활한 대자연을 표현하기에는 큰 화면이 아니면 부족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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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희 작가가 남편인 임세택 작가와 함께 1986년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열었던 2인전 팸플릿. [사진 황희경]


    전시에서는 프랑스에서의 작업과 해외 각지를 여행하며 그린 작품들, 처음으로 자연의 풍경을 마주하고 그린 가로 4m, 세로 2m 크기의 대작 '서귀포'(1987-1988), 자화상, 퐁피두센터 전시 팸플릿도 함께 볼 수 있다.

    팔순을 바라보는 작가는 지금도 그림을 그리느라 바쁘고 예전보다 더 빠르게 작업하고 있다고 했다.

    "그림을 그릴수록 색의 농도 같은 것에도 민감해져서 염료를 직접 만들기도 하죠. 더 정확하게 그리고 싶고 자신에게 더 엄격해지죠. 하지만 가능한 한 벌려놓은 것들을 다 하고 싶어 더 열정적으로 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 운동선수처럼 체력도 관리하고 있습니다."

    전시는 6월 8일까지. 무료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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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희 '비둘기', 1977,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x195cm[사진 황희경]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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