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영화 감독으로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최악의 수를 경험한 김형주(45) 감독이 불굴의 의지로 승부수를 던진 소회를 전했다.
휴먼 드라마 영화 '승부'(영화사월광 제작)를 연출한 김형주 감독. 그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승부'의 연출 계기와 주연 배우의 리스크로 맘고생을 겪은 과정을 밝혔다.
'승부'는 바둑이 최고의 두뇌 스포츠로 추앙받던 90년대를 배경으로, 전 세계가 인정한 바둑 레전드 조훈현 국수(國手)와 이창호 국수를 실제 모델로 삼아 만든 작품이다. 제자로부터 정상을 지켜야 하는 스승과 스승을 꺾어야 정상을 차지할 수 있는 제자의 치열한 승부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우여곡절 끝에 4년 만에 개봉하게 된 소회도 특별했다. 김형주 감독은 "개봉을 앞두니 정말 만감이 교차한다. 다시 극장으로 개봉하게 돼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며 "원래 '승부'는 극장용 영화로 준비됐다가 넷플릭스 공개로 바뀌었다. 그 당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배우, 스태프와 마지막으로 시사를 해보자고 해 2022년 겨울 극장을 대관해 다같이 보기도 했다. 그 이후에는 넷플릭스 OTT 플랫폼에 맞춰 다시 영화를 손 봤는데 아무래도 디테일 부분이 작은 화면에서는 잘 안 담겨 아쉬움이 남긴 했다. 그러다 다시 극장 개봉을 하게 되면서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니까 배우들의 연기나 디테일이 더 잘 보이고 많이 보이는 것 같아 좋더라. 애초에 극장용으로 작업했던 영화라 감독으로서는 만족스럽다"고 자평했다.
실존 인물인 조훈현 국수와 이창호 국수는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김형주 감독은 "조훈현 국수가 시사회 때 와서 영화를 봤다. 직접 듣지 못했지만 스태프를 통해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봤고 그때의 감정과 기분이 되살아난 것 같다'라는 평을 해줬다고 전해 들었다. 인상적이었던 평가는 영화 속 이병헌 선배가 했던 것처럼 본인 스스로는 '좋은 선생이었나?'라며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하더라"며 "아쉬운 부분도 이야기를 해줬는데 조훈현 국수가 바닥을 치고 재기하는 과정이 영화에는 축약돼 나왔다는 것이었다. 실제 재기하기까지 과정이 굉장히 힘들고 쉽지 않았는데 너무 짧게 다뤄졌다고 하더라. 솔직히 영화 촬영 때 찍어놓은 분량이 많았지만 길게 보여준다고 해서 관객이 그 감정을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간략하게 축약해 설명했다. 연출한 감독으로서 실제 조훈현 국수가 영화를 볼 때 기분이 상할까봐 조마조마한 순간도 있었다. 영화 초반 조훈현 국수를 연기한 이병헌의 소인배적인 모습이 담겨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언급은 없었다. 처음부터 조훈현 국수는 이 영화에 대해 허락했을 때 쿨하게 모든 것을 맡겼다. 다만 딱 두 가지 부탁만 있었다. 이병헌이 바둑돌만 제대로 잡았으면 좋겠다는 것과 이 전의 바둑 소재 영화들이 너무 폭력적이었는데 그런 부분은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 두 가지를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훈현 국수와 달리 이창호 국수는 시사회 날 대국이 있어 아쉽게 영화를 아직 못 봤다. 원래도 표현 잘 안 하는 분인데 (유아인 사건이 터지고) 이창호 국수가 제작진에게 '제작진이 무슨 잘못이겠느냐. 개봉을 응원한다'라고 해줬다. 그 말 덕분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중에 영화도 극장에서 보겠다며 기대한다는 이야기도 남겨줬다"며 "이창호 국수가 촬영 당시 배우들과 만남을 완강히 거부했다. 노출을 자제하는 분이더라. 나도 딱 한 번 봤는데 왜 돌부처라고 하는지 알겠더라"고 덧붙였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승부'는 2021년 4월 크랭크 업을 끝으로 개봉을 준비 중이었다. 이병헌과 유아인의 만남, 조훈현과 이창호라는 두 바둑 레전드의 이야기를 소재로한 이유로 당연히 기대작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승부'는 기대와 달리 무려 4년 만에 빛을 보게 된 기구한 운명을 가진 작품이 되어버렸다. 애초 '승부'의 투자와 배급을 맡았던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가 팬데믹 상황으로 극장이 어려워지자 극장 개봉을 포기, 넷플릭스에 영화를 넘기면서 2023년 OTT 플랫폼으로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그해 1월 '승부'에 출연한 유아인의 상습 마약 투약 혐의가 터지면서 돌연 공개 일정이 올스톱됐다. 유아인의 마약 스캔들로 갈 길을 잃은 '승부'는 한동안 표류하다 지난해 바이럴 마케팅 전문 기업이었던 바이포엠스튜디오가 사들여 우여곡절 끝에 이달 관객을 만나게 됐다.
유아인은 2020년부터 14개 병원에서 181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비롯한 여러 마약류 약물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받아 석방됐다.
이와 관련해 김형주 감독은 유아인의 마약 스캔들로 영화가 개봉까지 여러 풍파를 겪게 된 것에 대해 "그 사건이 터지고 몇 달은 술만 진창 먹으며 세월을 보냈던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인생이 늘 좋을 수만 없지만 이런 일을 겪게 되니 지난 내 인생도 돌아보고. '내가 잘 못 살았나' 싶은 생각도 하게 됐다.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고 하지 않나? 그 이슈를 덮기 위해 나는 그 사이 결혼을 하기도 했다"고 씁쓸하게 웃어 넘겼다.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유아인 분량의 편집에 대한 고민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형주 감독은 "우리 영화에서 유아인의 장면이 편집 된 부분은 없다. 이 사건이 있기 전에도 당연히 유아인 분량이 영화 속에서 많이, 빨리 등장하는 게 좋은 연출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이창호와 성인이 된 이창호는 다른데 특히 성인이 된 이창호는 표출하지 않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그렇지만 관객이 이창호라는 인물에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을 충분하게 벌기 위해 어린 이창호(김강훈) 분량을 많이 넣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김형주 감독은 "이번 작품을 계기로 내 멘탈은 단단해졌다. 어지간해서 흔들리지 않는 감독이 된 것 같다. 요즘 극장 시장이 너무 안 좋지만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극장에 개봉을 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내가 e스포츠를 좋아하고 특히 T1의 오너라는 선수의 팬인데 그 선수가 과거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하고 한 말이 있다. '얼마나 예쁜 꽃이 피려고 하나'라는 말인데 그 말이 내게도 정말 힘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