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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배려-평등의 수단… 우크라 배신한 美선 공연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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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바이올리니스트 테츨라프

5월 1일 국내 팬에 선율 선사

5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여는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미스트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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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연주회를 즐기고 기분 좋게 집에 가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배려와 평등, 연민 같은 가치를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 바로 음악입니다.”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59)는 이달 21일 시작 예정이었던 미국 투어를 한 달 앞두고 일정을 취소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배신하고 있다”며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 미국에서 자선음악회 등을 제외한 공연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19년 서울시립교향악단 ‘올해의 음악가’로 활동하며 한국 팬들과 친해진 그가 5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년 만의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피아니스트 키벨리 되르켄과 호흡을 맞춰 수크의 ‘네 개의 소품’,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번, 시마노프스키 ‘신화’, 프랑크 소나타 A장조를 연주한다.

21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테츨라프는 미국 연주를 취소하게 된 이유에 대해 한층 자세히 설명했다.

“여러 음악가들이 자유와 평등 같은 가치를 분명히 곡에 표현했습니다. 베토벤이 교향곡 3번을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려 했다가 그가 황제가 되자 계획을 바꾼 것이 한 가지 사례죠.”

그는 “내년 4월까지 미국에서 연주회가 22회나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음악가가 정치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베토벤뿐 아니라 쇼스타코비치나 슈베르트 같은 작곡가들도 체제에 그냥 순응하지 않았습니다. 음악은 약자를 배려하고 사람들을 하나로 연합시키며 영혼을 어루만지는 인간적인 수단이라고 믿습니다.”

테츨라프는 첼리스트인 여동생 타냐 등과 ‘테츨라프 4중주단’을 결성해 활동했다. 타냐, 피아니스트 라르스 포그트와 함께 3중주 활동도 펼쳤다. 포그트가 2022년 암으로 타계한 뒤에는 이번에 동행하는 되르켄과 자주 연주를 함께하고 있다. 그는 “되르켄은 젊지만 매우 깊이 있는 소리를 갖고 있다. 포그트와는 성격이 다른 피아니스트”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사용하다가 지금은 2002년 제작된 슈테판페터 그라이너 바이올린을 쓰고 있다.

“깊이 있는 소리부터 밝은 소리까지 잘 들려주고 있는 데다 밸런스도 좋은 악기이기 때문에 사용하고 있죠. 만약 더 나은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있으면 그걸 선택할 겁니다.”

6년 전 서울시향과의 ‘올해의 음악가’ 활동에 대해서는 “오래 체류하다 보니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와 더 깊은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였다”고 그는 회상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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