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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4 (금)

LG 50억 투자도 대성공… 야구 도사의 탄생, 타자들은 왜 그 느린 공을 못 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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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에서 시작된 구속 혁명은 일본을 거쳐 KBO리그도 강타하고 있다. 너도 나도 구속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고, 비싼 학비를 들여 미국에 있는 유명 아카데미에 등록하는 일도 이제는 흔하다. 심지어 아마추어 선수들도 스카우트들의 눈에 들기 위해 구속 위주의 훈련을 한다. 다른 것을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공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선수가 있다. 오랜 기간 LG 토종 선발진의 일원으로 활약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우완 임찬규(33)가 대표적인 선수다. 임찬규의 구속은 요즘 추세에서 평범하다 못해 리그 평균보다도 떨어진다. 패스트볼 구속은 대개 140㎞대 초반이다. 그럼에도 타자들은 임찬규의 공을 잘 치지 못한다. 분명 다른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임찬규의 장점은 완급 조절이다. 임찬규는 포심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까지 크게 네 가지 구종을 던진다. 이 네 가지 구종을 자유롭게 던지며 피치 터널을 만드는 데 굉장히 능한 선수다. 포심패스트볼의 구속은 140㎞대 초반대, 슬라이더는 130㎞대 초반대, 체인지업은 120㎞대 중반대, 그리고 커브는 110㎞ 정도가 나온다. 느린 커브를 던질 때는 100㎞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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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터널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비슷한 구속의 구종을 다르게 회전시키는 것이다. 포심과 투심, 포심과 커터 조합 등이다. 마지막 순간 공이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타자로서는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임찬규는 구종의 구속 차이를 둔다. 각자 다르게 움직이는 구종의 구속 차이가 뚜렷하다. 한 가지 구종을 노리기가 어렵다.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는데 커브가 들어오면 타자로서는 ‘공이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온다’는 느낌을 받는다. 여기에 제구도 뛰어나다. 그렇게 느린 변화구를 보다 패스트볼이 들어오면 타자는 140㎞의 공도 그 이상으로 착시할 수밖에 없다. 그냥 패스트볼만 던진다고 말하면 구속이 느리기에 공략이 어렵지 않은 투수지만, 야구는 스피드 하나로 하는 것은 아니다.

임찬규는 이 완급 조절을 앞세워 지난 3월 26일 잠실 한화전에서 자신의 데뷔 후 첫 완봉승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당시 공을 받은 포수이자, 타 팀에서는 임찬규의 공을 쳐 봤던 박동원의 평가는 어떨까. 박동원은 임찬규의 공을 치기 가장 어려운 포인트로 느린 커브를 뽑는다. 다른 구종의 완성도도 좋지만, 이 커브가 타자의 타이밍을 완전히 깨고 또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는 것이다.

박동원은 “일단 임찬규는 체인지업이 좋다. 체인지업도 굉장히 좋은 선수인데, 여기에 언제든지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이 굉장히 좋은 선수다”면서 “(느린 커브가 들어오면) 손이 나가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타이밍을 이미 뺏긴 상황이기 때문에 타격을 시도하기가 어렵다. 제일 좋은 레벨의 선수들은 어느 정도 커버가 되지만, 그 선수들은 진짜 A+인 선수들이다. 그 밑의 선수들은 구속이 20㎞ 이상 차이가 나면 노리지 않고서는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다. 찬규는 20㎞ 이상의 스피드를 벌릴 수 있는 구종이 있어서 정말 좋은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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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로서는 변화구를 버릴 수는 없다. 언제든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포수로서는 제구가 되는 다양한 구종을 던질 수 있는 투수와 호흡이 언제든지 즐겁다. 힘으로 윽박지르는 맛은 부족하지만, 상대 타자와 수싸움을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버튼’이 많다는 것은 큰 힘이다. 박동원은 “(배터리를 이루면) 조금 재밌다. 찬규도 그런 부분을 조금 즐거워한다. 그런 부분도 마음이 잘 맞는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염경엽 LG 감독은 임찬규가 구속에 대한 욕심을 버린 게 오히려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진단한다. 물론 구속을 확 높일 수 있다면 더 좋은 투수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에는 한계가 있었고, 무리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연구하고 또 연마한 것이 지금의 10승 투수 임찬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누구나 문동주나 김서현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임찬규도 스피드와 계속 싸웠다. 내가 와서 딱 한마디 한 것은 ‘스피드하고 안 싸웠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커브도 좋고, 체인지업도 구종 가치가 나쁘지 않으니 이 두 가지를 더 살리면 편안하게 143~144㎞를 던지면서도 150㎞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면서 “결국 본인이 생각을 바꾸는 게 엄청 중요하다. 찬규도 결과가 좋게 나오면서 이제 거기에 더 집중하며 매년마다 좋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흐뭇하게 바라봤다. 경험이 쌓이면서 이제는 ‘야구 도사’의 느낌이 나는 임찬규다. 구속에 의존하지 않는 선수이기에 더 오랜 활약을 기대할 수 있고, 그렇다면 ‘오버페이’라는 논란에 시달렸던 4년 50억 원 FA 계약도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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