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완전 전소 땐 가치 상실
복구해도 국가유산 의미 없어”
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1일 통화에서 “연수전과 가운루 완전히 전소된 것이라면 보물 해제가 불가피하다”며 “사적(史蹟)은 터나 장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불이 탄 후에도 그 지역을 유지할 수 있으나 보물은 대상 건물 자체를 지정하는 거라 다 타버리면 더 이상 보물로서의 가치는 없어 보물 지정이 해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행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에 따르면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가치를 상실하면 지정이 해제될 수 있다.
지난달 26일 경북 의성군 고운사 연수전이 불에 타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게 무너져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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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전 소장은 “두 보물에 대해 향후 복구를 하더라도 국가유산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기는 어렵다”며 “산불로 보물 지정이 해제된 선례가 있다. 낙산사 동종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낙산사 동종은 1469년 예종(재위 1468∼1469)이 아버지 세조(재위 1455∼1468)를 위해 낙산사에 보시한 종으로, 한국 종을 대표하는 걸작이다. 하지만 2005년 4월 낙산사 일대를 덮친 산불로 사찰이 전소되면서 동종이 녹아내렸다. 문화유산위원회(당시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그해 7월 보물 지정이 해제됐다.
반면 2008년 2월 국보인 숭례문은 화재로 크게 훼손됐으나 당시 문화재위원회는 과거 ‘국보 1호’의 지위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2008년 방화로 훼손된 숭례문이 국보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전소된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숭례문 문루의 경우 1층은 90%, 2층은 10% 남아 있었고, 뼈대와 석축이 유지돼 있었다”며 “문화재위원회도 숭례문이 지닌 역사적 의미 등 복합적 요소를 고려해 국보 유지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물 해제 위기에 놓인 고운사 연수전은 2020년 보물로 지정됐다. 조선시대 영조(재위 1724∼1776)와 고종(재위 1863∼1907)이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간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불에 타기 전 고운사 연수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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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소는 70세가 넘는 정이품 이상의 문관들을 예우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다. 단청과 벽화 수준이 뛰어난 데다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도상이 남아 있어 역사·문화적 가치가 크다. 지난해 7월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는 정면 5칸, 측면 2칸 규모로 1668년에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중·후기에 성행했던 건축양식이 잘 남아 있는 독특한 사찰 누각이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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