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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8 (화)

[다큐 뉴스타파]대통령 윤석열 파면, 내란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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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시각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시각은 11시 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 문형배 /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2025.4.4.)


대통령 윤석열이 2025년 4월 4일 파면됐다. 헌법재판소는 역대 최장기 심리 결과 8대 0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윤석열 탄핵을 인용했다. 12.3 내란 사태 이후 123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 종결 이후 38일 만이다. 윤석열 파면을 바라며 헌법재판소 앞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시민들은 안도의 함성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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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역 인근 시민들이 헌재의 윤석열 파면 선고에 기뻐하고 있다
재임 기간 2년 11개월. 고작 임기 절반을 갓 넘긴 대통령이지만, 그는 대한민국 역사에 여러 기록을 남겼다. 헌정 사상 최초의 검찰 출신 대통령, 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 현행범으로 체포되고 구속됐던 첫 현직 대통령 등 그가 쓴 기록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았다.

민주주의 선진국을 자부하던 대한민국의 시계를 수 십년 전으로 후퇴시킨 내란 수괴 피의자 윤석열. 그의 몰락은 언제부터였을까. 뉴스타파가 그의 당선부터 파면까지 대통령으로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봤다.

123일간 지속된 ‘내란의 시간’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2024.12.3.)


123일.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12월 3일부터 대통령에서 파면된 4월 4일까지의 시간이다. 이른바 ‘내란의 시간’은 겨울을 지나 봄까지 이어졌다. 국회와 선관위에 무장한 군인들이 들이닥친 장면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시민들은 넉달 내내 불안했다. ‘내란성 불면증’, ‘내란 트라우마’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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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일 밤, 국회 보좌진들이 본청에 진입한 계엄군을 막아서고 있다
불안한 시민들은 매일같이 거리로 나왔다. 국회 앞으로, 남태령으로,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헌법재판소 앞에 모여 내란 수괴 윤석열 탄핵을 촉구했다. 2016년 박근혜 탄핵 때 타올랐던 촛불은 2024년 응원봉이 되어 밤마다 광장을 환하게 비췄다.

하지만 국민 염원과 달리 윤석열 파면까지는 매 순간이 쉽지 않았다. 지난 12월 14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윤석열의 직무는 정지됐지만, 내란의 시간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불법 계엄을 알고도 방치한 국무위원들은 무책임하거나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 이번 비상계엄 선언이 위헌적이고 위법하다는 것에 대해서 동의하십니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 : 그러한 문제는…제가 이것을 판단하는 것은 좀 어렵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것은 공식적인 수사 과정을 거쳐서…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 국회 본회의 (2024.12.10)


검찰에서 적정한 조치를 해서 수사에 필요한 그걸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저런 내란의 정범이라든지 저런 표현은 의원님 좀 과하신 것 같습니다.
-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2024.12.6.)


“정치적, 법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던 윤석열은 체포를 거부하고, 경호처를 방패 삼아 관저에서 버텼다. 헌정 질서 수호에 앞장서야 할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들은 직접 한남동 관저 앞에 나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섰다. 결국 공수처의 1차 체포 영장 집행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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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5일 오전 공수처가 내란 수괴 피의자 윤석열의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가운데 김기현,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여 체포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내란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극우 지지자들의 민주주의 파괴 현장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윤석열 구속영장 발부에 불만을 품고 법원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는가 하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광주로 몰려가 5.18을 희화화하고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극우 세력과 손을 잡았다. 전광훈 목사 등이 이끄는 탄핵 반대 집회로 달려가 극우 지지자들을 향해 내란 피의자 윤석열을 감싸고 헌법 파괴를 선동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여러분들의 외침으로 이제 우리 탄핵 재판 각하시킵시다 여러분.
-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 전광훈 목사 주최 탄핵 반대 집회(2025.3.1)


공수처, 선관위, 헌법재판소, 불법과 파행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 모두 때려 부숴야 합니다, 쳐부수자.
-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 / 전광훈 목사 주최 탄핵 반대 집회(2025.3.1.)


헌재로 이어진 윤석열의 거짓말 쇼
관저에서 버티던 윤석열은 12.3 내란 이후 43일 만에 체포됐다. 본격적인 헌재의 시간이 시작됐다. 하지만 헌재의 탄핵 심판 과정도 순조롭지 않았다. 재판정에 직접 나온 윤석열은 8차례의 변론 과정에서 거짓말과 궤변을 쏟아냈다.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입니다. (중략) 최소한의 병력을 실무장하지 않은 상태로 투입함으로써 군의 임무를 경비와 질서 유지로 확실하게 제한한 것입니다.
- 윤석열 전 대통령 / 헌재 탄핵심판 최후변론(2025.2.25.)


수많은 시민이 총을 든 계엄군의 국회 난입 장면을 직접 목격했는데도 버젓이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논리를 펼쳤다. 계엄 작전에 직접 투입된 군 지휘관의 일관된 증언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통령께서 비화폰으로 제게 직접 전화를 하셨습니다. ‘의결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질의(2024.12.10.)


윤갑근(윤석열 측 변호인) : 문을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라는 말은 누구한테 들었습니까?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 그건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겁니다.
-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 헌재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2025.2.6.)


헌재의 탄핵심판 과정을 지켜 본 법률 전문가들은 탄핵 인용을 확신했다. 하지만 탄핵 심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불안감이 높아졌다.

고통스러운 시간이 계속되던 지난 3월 8일, 또 다시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법원은 내란 피의자에게 ‘구속 취소’라는 이례적인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법에 명시된 ‘즉시항고’ 절차를 스스로 포기했다. 험난했던 체포 과정과 달리 석방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현행범 윤석열은 체포 52일만에 풀려나 관저로 돌아갔다. 극우 지지자들은 환호했고, 윤석열 체포를 위해 추운 겨울을 관저 앞에서 보낸 시민들은 다시 한번 분노했다. 그렇게 내란의 겨울은 길어지고 있었다.

예고된 몰락, 내란의 징후들
돌아보면, 불안의 징후는 대통령 취임 전부터 감지됐다. 막무가내식 대통령실 이전이 그 시작이었다. 윤석열은 당선인 시절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고, 국민 다수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전을 강행했다.

결단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윤석열 전 대통령, 대통령실 이전 발표(22.3.20.)


‘제왕적 권력구조 타파’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임기 내내 자신과 반대되는 목소리를 억압하면서 ‘입틀막’ 정권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언론 탄압이 대표적이었다.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 윤석열 전 대통령(2022.9.22.)


임기 첫 해인 2022년 9월, 윤석열이 미국 순방 당시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을 향해 했던 발언이 문제가 되자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 우기며 이를 첫 보도한 MBC를 소송과 중징계로 겁박했다.

뉴스타파

2023년 9월 14일, 검찰은 뉴스타파의 대선 검증 보도가 '윤석열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뉴스타파 기자들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뒤이어 윤석열의 대선 후보 시절 검증 보도를 했던 뉴스타파 기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를 씌워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대통령의 언론탄압에 정부 여당까지 전방위적 압박을 가했다.

저는 이런 가짜뉴스를 고의로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만들고 행동하는 매체에 대해서는 저는 폐간을 고민해야 한다.
- 고 장제원 / 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2023.9.3.)


민주공화국을 파괴하는 쿠데타로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 반역죄입니다.
- 김기현 / 전 국민의힘 대표(2023.9.7.)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국정 운영도 서슴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반대하는 의사들을 적으로 내몰았다. 무리한 정책 추진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결국, 전공의 파업 사태가 벌어졌고, 진료 공백으로 국민들의 생명이 위협 받았다. 비상계엄 포고령에는 의사가 ‘처단’대상으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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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고령 제1호 5항에는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이 48시간 내 복귀하지 않을 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돼 있다.
윤대통령은 정부 요직에 자신의 모교인 충암고 출신을 대거 앉혔다.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이다. 그들은 결국 내란 비호세력이 됐고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은 비상계엄을 주도했다. 이들은 헌재 탄핵 심판에 나와서도 끝까지 윤석열을 감쌌다.

이번 비상계엄이 그 당시에 위헌·위법이다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비상계엄이라는 것은 헌법에 엄연히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이고…
-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 헌재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2025.2.11.)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 가방 수수 등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취임 초부터 끊이지 않았다. 임기 말에 터져 나온 ‘명태균 게이트’에도 김 여사가 등장했다. 그러나 윤석열은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단 한 번도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언론이 “제 처를 악마화한다”며 감싸고 돌았다.

하여튼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까지 만들어서 그야말로 저를 타깃으로 해서 제 처를 많이 좀 악마화 시킨 것은 있습니다.
- 윤석열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2024.11.7.)


극우 유튜버와 판박이였던 대통령
윤석열은 임기 내내 자신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공산전체주의’, ‘조작 선동’ 세력으로 매도했다. 극우 유튜브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었다.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습니다.
- 윤석열 / 광복 78주년 경축사 발언(2023. 8.15.)


이른바 가짜 뉴스에 기반한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는 자유 사회를 교란시키는 무서운 흉기입니다.
- 윤석열 / 광복 79주년 경축사 발언(2024. 8.15.)


급기야 12.3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극우 유투버들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언급했다.

다량의 가짜 부정 투표용지, 그리고 투표 결과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통계학과 수리 과학적 논거 등에 비추어, 중앙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에 대한 투명한 점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중략) 일부 점검 결과 심각한 보안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에 중앙선관위 전산시스템 스크린 차원에서 소규모 병력을 보낸 것입니다.
- 윤석열 최후변론(2025.2.25.)


탄핵 심판 최종 변론 과정에선 ‘간첩’이라는 단어가 25차례나 등장했다. 159명의 희생자를 낳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 요구도 북한의 지령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거대 야당은 연일 진상규명을 외치면서 참사를 정쟁에 이용했습니다. 당시 북한이 민노총 간첩단에게 보낸 지령문에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이번 특대형 참사를 계기로, 사회 내부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투쟁과 같은 정세 국면을 조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각계 각층의 분노를 최대한 분출시켜라.’ 거대 야당이 북한 지령을 받은 간첩단과 사실상 똑같은 일을 벌인 것입니다.
- 윤석열 최후변론(2025.2.25.)


결국 그는 헌재 마지막 변론에서까지 자신의 과오를 사과하지도 반성하지도 않았다. 철 지난 종북 몰이로 극우 지지세력 결집에만 혈안이었다. 헌재의 탄핵 심판 과정을 생중계로 목격한 국민들은 다시 한번 절망했다.

(최후변론을) 보고 사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굉장히 많이 분노했었어요. 우리가 그렇게 만나고자 해도 한 번도 만나주지도 않고,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는데 대체 무슨 북한 지령을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일국의 대통령이 국민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도 하지 않고 이제와서 입으로만 어떠니 저떠니 이야기한다는 게 그게 부끄럽지 않은지…나는 참 제가 다 창피하네요.
- 이정민 /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장(고 이주영 씨 아버지)


윤석열 대통령이 ‘공산 전체주의’ 또 ‘종북 좌파’, ‘간첩’ 이런 얘기를 했잖아요. 지금 공산주의가 어디 있어요? 자본주의로 완전히 단일화된 세계 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 거지, 지금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어디 있어요? 이런 발언을 들으며 저는 충격을 받았어요. 아무리 그래도 정치 지도자가 이렇게 세상 물정을 모를 수가 있나…사실 절망적이죠.
- 김누리 /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파면 이후…대한민국에 봄은 올까?
윤석열은 결국 파면됐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멈춰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내란의 겨울을 지나 탄핵의 봄을 맞이한 시민들은 이제 온전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수많은 시민과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윤석열 탄핵이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윤석열과 그의 비호 세력이 무너뜨린 법치를 바로 세우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일, 내란 피의자 윤석열을 탄생시킨 사회 구조를 근본부터 개선하는 일이 우리에게 과제로 남았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윤석열 같은 사람이 왜 가능했을까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 봐야 돼요. 우리 사회에 윤석열과 유사한 사람이 너무나 많다고 봅니다. 윤석열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서 조금도 성찰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윤석열, 그리고 윤석열과 같은 사람이 만들어지는 이 사회적 구조, 교육적인 구조 이걸 반성해야 됩니다.
- 김선택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뉴스타파 뉴스타파 다큐팀 docu@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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