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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25년 4월 4일 아침, 온 국민의 눈길이 헌법재판소에 쏠렸지만 나는 한강을 넘어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했다. 하필 오늘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재판이 잡혔기 때문이다. 지하철 안에서 휴대폰으로 헌법재판소 상황을 검색하다 얼마 전 완성한 뉴스타파 새 영화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 시나리오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2023년 9월 14일 아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검사와 수사관 20여 명이 들이닥쳤을 때 상황이다. 당시 촬영 영상을 편집하면서 대치 현장을 그대로 대본에 옮겼다.
#대치 현장
검사: 저는 그냥 제시만 해드리는 겁니다.
변호사: 제가 변호인이니까
검사: 제시는 해드릴 수 있는데 이 촬영 때문에
#압수수색 영장-피해자 윤석열 CU
#영장 확인하는 변호사
변호사: 이거 윤석열 씨가 피의자 처벌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가 없네요. 명예훼손죄니까.
검사: 법상으로 그렇죠.
변호사: 그렇죠? 그럼 윤석열 씨가 지금 뉴스타파 기자들이 처벌을 원하시나요?
검사: 영장이 발부된 것만 아시면 될 것 같고.
직원: 그것을 확인할 수 있잖아요.
검사: 저희들이 그걸 말씀드릴 의무는 없다는 거죠.
변호사: 확인을 하실 거죠? 확인은 하신 거죠?
검사: 당연한 거죠. 그리고 이거는 친고죄가 아니라 반의사불벌죄입니다.
변호사: 그러니까 원래 수사 관행이 반의사불벌죄도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지 않습니까?
검사: 그러니까 저희들이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변호사: 어쨌든 윤석열 씨의 그 내용을 확인하실 거죠? 피해자 윤석열이라고 쓰여 있어서...
검사: 제시하는 수사 부분의 의견을 묻지 마십시오.
변호사: 뭐라고요?
검사: 이유는 묻지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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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일어서 주십시오”
법정 경위의 건조한 말과 함께 재판은 정각 오전 10시에 시작했다. 한 시간 뒤면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의 파면 여부가 결정난다. 검사석에 앉은 우리 사건 담당 검사 4명의 표정은 별로 밝아 보이지 않았다.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재판은 작년 7월부터 지난 1월 21일까지 공판준비기일을 포함해 모두 11차례 열렸다. 이후 70여 일 만에 재판이 재개된 거다. 오랜만에 낯익은 검사들을 보니 솔직히 반갑기도 했다. 그 사이 법원 정기 인사로 재판부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러나 새 재판부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오늘 공판 도중 내려질 윤석열 파면 소식에 검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가 개인적으론 더 큰 관심사였다.
특수부 검사 출신 대통령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특수부 검사들이 특별수사팀까지 만들어 ‘특수 수사’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그 우러러 보이던 선배가 내란을 일으키고 파면되는 순간을 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역사적 순간의 그 표정 하나하나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모처럼 열린 오늘 공판은 새로 재판을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와 한상진 등 피고인이 일어서서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를 말한 뒤 재판부가 변경됐을 때 하는 공판갱신절차를 논의하고 30분도 안 돼 끝나버렸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충무로 뉴스타파 함께센터로 복귀했다.
뉴스타파 뉴스룸에선 동료들이 삼삼오오 모여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탄핵심판 선고문 낭독을 지켜보고 있었다. 11시 22분 마침내 주문이 나왔다.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환호하는 동료 후배들과 악수를 나눴다. 서로 수고했다, 축하한다, 등의 덕담을 나눴다.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은 2022년 3월 장차 내란 수괴가 될 윤석열이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 그를 검증한 뉴스타파 기사를 겨냥해 시작됐다. 보도 시점에서 무려 1년 6개월이나 지난 2023년 9월 압수수색, 출국금지, 통신영장 등 강제수사가 시작됐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그가 검찰총장 출신이 아니었다면, 검찰 특수부가 그렇게 움직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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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오늘 공판에서 다음 기일은 5월 말로 잡혔다. 그 사이 아마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도 본격 시작될 것이다. 그와 우리는 요일은 달라도 아마 서울중앙지법 서관에서 같이 재판을 받는 사이가 될 것 같다. 끈질긴 인연이다. 내가 연출을 맡은 뉴스타파필름의 새 다큐 영화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은 뉴스타파와 윤석열의 7년 전쟁을 담은 르포르타쥬다.
이 영화는 윤석열 파면이 종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웅변한다. 내란은 윤석열 제거로만 끝나지 않는다. 윤석열 시대를 만든 토양은 건재하다. 현재 언론, 검찰, 관료 시스템으로 새 민주 사회를 만들어내기는 불가능하다. 새 틀을 짜야 한다. 그리고 “이기는 역사”를 써야 한다.
뉴스타파 김용진 muckraker@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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