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크 난민촌 대신 임시 정착촌 거주…'지푸라기 집' 고치기 반복
국경검문소서 만난 난민들, 정부군 하르툼 탈환 소식에 '반색'
수단-남수단 경계 국경검문소 지나는 수단 난민들 |
(렌크·조다[남수단]=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수단과 남수단 접경 지역 마을 렌크 중심가에서 차로 약 1시간을 달리면 운사우-조다 국경검문소가 나온다.
하루 평균 1천여명, 최대 2천명의 양국 국민이 오가는 곳이다.
기자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도움을 받아 이른 아침 조다 검문소를 찾았다.
서너 차례 중간 검문소에서 멈춰 신원 확인 등을 한 뒤에야 국경검문소에 다다를 수 있었다.
최근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 간 교전이 잇따르는 등 수단 남부 상황이 좋지 않아 남수단행 난민들이 다소 늘었다.
[그래픽] 수단 인접 남수단 렌크 난민경유센터 |
라마단 기간임에도 양국을 오가는 인파가 종일 이어졌다.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은 탓에 WFP 차량 운전기사는 틈틈이 무전기로 현장 상황을 확인했다. 전날 '회색'으로 상향된 유엔안전보안국(UNDSS) 보안 등급과 관련해 취재 가능성도 점검했다.
수단-남수단 경계 조다 국경검문소 모습 |
국경검문소에서 수단 경계까지는 도보로 불과 5분 거리다.
양국 국민이 당나귀 수레와 개인 차량 등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일정 구간에 완충 지대가 있었다.
'노 맨즈 랜드'(No Man's Land)로 불리는 흙길 위 차도는 이동할 수 없게 통제하고 있었다.
국경검문소 관계자들은 언론 취재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남수단 깃발이 있는 지역 쪽으로 절대 넘어가서는 안 되며 일정한 거리에서만 사진 촬영을 하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수단-남수단 국경 지역 렌크 임시 정착촌 모습 |
남수단 북부 카쉬왈에서 왔다는 한 수단 가족은 자동차와 농기계도 끌고 왔다.
이 가족처럼 자발적 의사에 따라 난민촌에 머무르기를 거부하는 수단 난민들은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기준 남수단 지역 국경에 거주하는 이들은 3만264명에 달한다.
난민캠프 등 수용 시설이나 정착촌으로 이동하기보다는 렌크나 국경 지역에 머물기를 선호하면서 렌크 난민촌 일대의 과밀 현상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백나일강 근처에 수십 가구씩 모여 사는 이들의 주거 환경은 열악했다.
임시 정착촌에서 만난 난민들은 정부군이 전날 수도 하르툼 탈환을 공식 발표했다는 소식을 언급하면서는 들뜬 모습을 보였다. 상황이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면서 '하르툼!'도 외쳤다.
남수단 조다 국경검문소서 절차 안내받는 수단 난민들 |
WFP와 유엔아동기금(UNICEF)은 갓 수단 국경을 넘은 난민들을 대상으로 입국 절차를 안내하고 있었다.
콜레라 감염과 예방 접종 여부, 영양 상태 등을 확인한 뒤 난민촌 이동 시 먹을 수 있는 고열량 비스킷을 긴급 식량 지원 차원에서 1인당 3개씩 나눠줬다.
당시 시장에서 장을 보던 그는 "지금 가야 한다"는 친구의 다급한 호소에 영문도 모르고 차에 올랐다고 했다.
뱅 씨는 "수단 정부는 남수단 및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강제로 추방하고 있다"며 "자녀들을 모두 데려오기 위해 수단과 남수단 정부에 공식 공문을 보내려고 한다. 비정부기구(NGO)들이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수단서 남수단으로 추방당한 귀환민 아촐 마롱 뱅 씨 |
수단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는 잠시 머뭇거리며 "(수단에) 남고 싶어도 남을 수 없는 게 아닌가"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국경검문소 취재를 마치고 오후 늦게 'TC 2'로 돌아오자 앞서 출발한 IOM 대형 트럭에서 난민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IOM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원조 중단 이후 트럭과 미니버스를 하루 2차례로 축소해 운영 중이다. 아프리카 난민촌에서 그 파장을 실감케 했다.
남수단 렌크 난민촌 도착해 수송용 트럭서 내리는 수단 난민들 |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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