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이슈 로봇이 온다

[淡淡한만남] 세계로 뻗는 K-배송로봇... 최재원 와트 대표 “글로벌 톱5 로봇 기업 꿈꿔”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물류로봇 전문기업 와트의 최재원 대표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용학 기자 yhkim@sportsworldi.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찾은 서울 왕십리의 기업형 임대주택 지웰홈스 왕십리에선 팔 달린 로봇이 분주히 택배 상자를 나르고 있었다. 이 로봇은 택배 보관함에서 물품을 받아 몇 층의 어느 곳에 배송할지 정하고 스스로 움직였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뒤에는 사람처럼 움직이는 팔로 승강기 호출 버튼을 눌렀다. 이동 중 사람이나 장애물이 나타나면 스스로 피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로봇은 현관문 앞에 택배를 내려놓고 다른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 다시 택배 보관함으로 향했다. 배송 과정에서 사람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

이 로봇은 자율배송로봇 솔루션 기업 와트(WATT)가 개발한 층간 자율주행 배송로봇 제임스다. 이날 만난 최재원 와트 대표는 “와트의 건물 내 배송로봇 솔루션은 물품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룬다”며 “적재 가능한 최대 하중은 25㎏ 정도다. 2개 이상 물품 동시 적재가 가능하고, 1시간에 물품 약 20개를 배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류로봇 전문기업 와트의 최재원 대표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용학 기자 yhkim@sportsworldi.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로봇 기업 CEO가 된 공대생

와트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최재원 대표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대학원에서 전자공학 코스웍(Coursework)을 마쳤다. 최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창업을 꿈꿨다. 그는 “2011년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을 때 전 세계적인 추보 분위기가 조성됐다. 사람들이 잡스를 추모한 건 그의 제품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도 제품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공유 킥보드 스타트업에서 제품 양산 경력을 쌓은 최 대표는 2020년 후배 연구자와 함께 와트를 세운다. 최 대표는 “공유 킥보드 스타트업 초기 멤버로 들어가서 1년 정도 일했다. 그곳에서 일하면서 스타트업이 어떻게 성장하고, 투자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배울 수 있었다. 당시 경험이 와트를 창업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돌아봤다.

최 대표는 배송로봇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와트를 창업했다. 그는 와트 공동 창립자들과 물류사업을 이해하기 위해 택배 분류, 상∙하차, 배송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아르바이트가 끝난 뒤 문제점과 개선점을 파악한 결과 라스트마일(물품이 소비자에게 배송되는 마지막 단계) 관련 솔루션 개발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고, 2020년 5월 로봇이 택배기사 대신 라스트마일 구간을 배송하는 것을 사업 아이템으로 확정했다. 이후 2020년 8월 와트의 로봇 제임스와 택배 보관 시스템 W 스테이션이 탄생했다. 최 대표는 “처음부터 큰 시장에서 사업을 하고 싶었다. 창업 당시 가장 뜨거웠던 사업 분야 중 하나가 물류산업이었다. 쿠팡 로켓배송, 켈리 새벽배송 등이 처음 등장했을 때다. 내가 가진 기술로 물류시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기업명 와트는 스코틀랜드의 발명가이자 기계공학자인 제임스 와트(James Watt)에서 따 왔다. 최 대표는 “와트는 일의 효율을 뜻하는 단위이기도 하다. 제임스 와트가 산업혁명 때 증기 기관을 개량해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증진한 것처럼 부끄럽지만 우리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로봇으로 생산성을 증진해 보자는 취지로 기업 이름을 와트로 지었다”고 웃었다.

층간 이동 자율주행 로봇 제임스가 서울 지웰홈스 왕십리에서 택배를 배송하고 있다. 이정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람보다 일 잘하는 로봇

와트는 건물 내 배송로봇 솔루션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오피스텔과 아파트, 지식산업센터 등 규모가 크고 층수가 많은 건물 안에 배치해 물품을 24시간 무인 배송하는 솔루션이다. 무인 물품 보관 로봇 W 스테이션과 층간 이동 자율주행 로봇 제임스를 함께 운영하는 구조다. W 스테이션은 건물 내 임의의 구역에 자리 잡은 채 물품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로봇이다. 물품을 받으면 W 스테이션은 부피와 송장에 쓰인 주소를 자동으로 파악해서 알맞게 분류한다. W 스테이션이 컨베이어 벨트로 물품을 전달하면, 제임스는 물품을 받아 문앞까지 배송한다. 물품 배송자가 직접 제임스에 물품을 넣고 목적지를 입력해도 된다.

와트의 목표는 사람보다 일 잘하는 로봇으로 물리적 서비스의 자동화를 앞당기는 것이다. 최 대표는 “택배, 배달음식, 입주민이 날라야 할 무거운 짐 등 건물 안에서 오가는 모든 짐을 다 로봇으로 나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물류업체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택배기사들은 업무량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와트 포터로봇이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운행 중이다. 와트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와트는 최근 생활 밀착형 로봇 솔루션 포터로봇 서비스도 선보였다. 지난 3개월간 삼성물산과 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 내에서 포터로봇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다. 포터로봇은 자동문, 엘리베이터를 제어하는 자율주행 로봇으로, 엘리베이터 내부나 좁은 복도에서도 원활한 이동 가능한 스워브 드라이브(Swerve Drive) 기술과 3㎝ 이상의 방화문 턱도 안정적으로 넘을 수 있는 설계를 갖췄다. 신축은 물론 구축 아파트 단지에도 쉽게 도입할 수 있다. 이번 시범 운영 기간 포터로봇은 지하주차장과 세대를 오가며 짐을 운반해 입주민들의 높은 만족도를 끌어냈다.

물류로봇 전문기업 와트의 최재원 대표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용학 기자 yhkim@sportsworldi.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日 물류혁신에 앞장... 글로벌 시장 공략 가속

와트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와트가 글로벌 시장 공략 첫 무대로 선택한 국가는 일본이다. 비대면 배송이 뉴노멀로 자리 잡은 국내와 달리 일본은 여전히 대면 배송이 일반적이다. 와트는 이런 일본의 물류 환경에 주목했다. 최 대표는 “일본은 아직 대면 배송이 일반적이다. 택배기사와 고객이 따로 약속을 잡는다. 건물 안에 여러 사람이 있는데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다 다르다 보니 기사가 한 건물에 여러 번 방문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다. 물류업체의 배송 비효율 문제가 큰데 우리 로봇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와트는 일본 최대 물류기업 야마토운수에 택배 배송솔루션을 판매하며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양사는 지난해 7월 일본 도쿄에 있는 야마토운수 본사에서 시범 운행을 통해 기술력과 사용성을 검증했다. 이후 같은 해 9월 양사는 일본 내 로봇 택배 서비스 도입 및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올해 1월에는 솔루션 공급 계약을 통해 로봇 배송 솔루션 도입과 실증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야마토운수는 차세대 물류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로봇을 활용한 운영 효율 향상을 목표하고 있다.

와트의 로봇 배송 솔루션은 올 하반기 도쿄 내 고급 주거 단지 및 고층 오피스 빌딩에서 실증 운영될 예정이다. 실증 기간 야마토운수는 일본 내 주요 건설사들과 협력해 건물 내 로봇 택배 배송 운영 모델을 검증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올 하반기에 일본 도쿄에 있는 건물 4개소에서 테스트 운영을 할 예정이다. 지난해 고객사 본사 건물 내에서 테스트 운영을 했는데 고객사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고 말했다.

와트는 일본 시장 진출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참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2025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최종 선정되면서 해외 진출을 위한 현지화 및 안정화를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최 대표는 “건물 안에서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 배송하는 수요 자체는 글로벌한 니즈라고 생각한다”며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한 뒤 미국,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 진출을 추진하는 등 수출국 다변화를 꾀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술 고도화와 사업 확장을 통해 와트를 글로벌 로봇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최 대표는 “늦어도 20년 안에는 로봇이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대체할 것이다. 미래에는 와트도 휴머노이드 등 더 고도화된 로봇 제품들을 개발하고 싶다”며 “와트를 한국 최고의 로봇 회사로 키우고 싶다. 글로벌 5위 안에 드는 로봇 회사로 만드는 게 제 꿈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