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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금)

홍준표-명태균, 여론조사 '대면 보고' 정황 최초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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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하 홍준표 후보)이 지난 2021년 4월, 명태균 씨를 직접 만나 여론조사 결과를 '대면 보고'받은 정황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명태균PC'를 입수해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한 결과, 홍 후보 최측근과 명 씨의 카카오톡에서 2021년 4월 19일, 국회 건너편 오피스텔에서 '홍준표-명태균' 미팅 일정을 잡은 메시지가 나왔다. 실제로 이날 명 씨가 서울로 올라간 사실도 물증으로 확인됐다.

홍 후보는 그간 일관되게 "명 씨를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다"며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했는데, 이를 뒤집을 만한 구체적인 물증이 처음 나온 것이다.

뉴스타파, '명태균PC'에서 홍준표 최측근 ↔ 명태균 카카오톡 복원·확보
뉴스타파는 '명태균PC'를 입수해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했다. 그 결과, 홍 후보의 최측근인 정장수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명 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가 복원됐다.

2021년 4월 17일, 명 씨는 정 전 부시장에게 카톡으로 여론조사 설문지를 보냈다. 이에 정 전 부시장은 명 씨에게 "옙"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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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홍준표 전 대구시장 최측근의 카카오톡 대화(2021.4.17.) 명태균PC 포렌식 결과 그래픽 재구성.
명 씨가 보낸 설문지를 확보해 살펴봤다. 당시 홍 후보의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묻는 문항이 질문에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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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17일, 명태균 씨가 홍준표 전 대구시장 최측근에게 카카오톡으로 전송한 여론조사 설문지. 홍 전 시장의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묻는 문항이 포함돼 있다.
다음 날인 2021년 4월 18일 오후 1시 28분. 이번에는 정 전 부시장이 명 씨에게 조사가 잘 되고 있는지 물었다.

약 9시간 뒤인 밤 10시 4분. 명 씨는 정 전 부시장에게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냈다. 그러면서 명 씨는 내일 공표될 여론조사니까 어디에 유출하면 절대 안 된다는 취지로 "보안 유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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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홍준표 전 대구시장 최측근의 카카오톡 대화(2021.4.18.) 명태균PC 포렌식 결과 그래픽 재구성.
말 바꾼 최측근, "명태균과 소통한 적 자체가 없다" → “기억이 안 난다”
그렇다면 정 전 부시장과 명 씨가 홍 후보 관련 여론조사 설문지와 결과보고서를 주고 받은 이유가 뭘까.

정 전 부시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물어봤다.

○뉴스타파 기자: 여론조사 관련해서는 ‘명태균 씨 쪽과 거래한 게 없다’ 이렇게 주장을 하신 것으로 제가 확인을 했는데 지금도 그 주장에는 변함이 좀 없으신 건가요?
●정장수 전 부시장: 네.
○뉴스타파 기자: 그럼 부시장님께서는 명태균 씨와 이 여론조사 관련해서 뭐 카카오톡이나 이런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기억이나 이런 게 전혀 없으신가요?
●정장수 전 부시장: 제가 그날 얘기했잖아요. 제 수사기관에서 제 통신 기록 조회해 보면 다 나올 거라고.
- 뉴스타파-정장수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통화녹취록(2025.4.10.)


이번에는 정 전 부시장에게, 명 씨와 자신이 직접 주고받은 카카오톡을 '명태균PC'에서 복원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 전 부시장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뉴스타파 기자: 명태균 씨한테 조사가 잘 진행되는지도 거듭 여쭈시고.
●정장수 전 부시장: 네.
○뉴스타파 기자: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은 부시장님한테 보고를 해요, 명태균 씨가. 보안 유지 부탁드린다면서.
●정장수 전 부시장: 저 전혀 기억이 안 납니다. 진짜 저한테 한번 보내줘 보세요. 그럼 내가 기억을 찾아볼게요.
- 뉴스타파-정장수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통화녹취록(2025.4.10.)


이후 취재진은 카톡 내용 가운데 일부를 캡처해 정 전 부시장에게 보낸 뒤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정 전 부시장은 여전히 "정말로 제 기억에 한계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그때 선거에 관여하거나 무엇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정장수 전 부시장: 정말로 제 기억에 한계가 있을지 모르겠지만은 제가 그때 선거에 관여하거나 무엇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전혀 아니었어요.
- 뉴스타파-정장수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통화녹취록(2025.4.10.)


카톡에 홍준표-명태균 '대면보고' 정황..."대표님 보고드렸다"
뉴스타파는 정 전 부시장에게 당시 명 씨와 여론조사 보고서를 주고받은 이유를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물었다.

○뉴스타파 기자: 명태균 씨와 좀 아까 요 여론조사 관련해서 이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그 시기에 이를테면은 명태균 씨를 홍준표 의원실 관계자라든지 아니면 홍준표 의원의 측근이라든지 이런 분과 명태균 씨를 연결해 주거나…
●정장수 전 부시장: 아니요. 아니요. 전혀요.
○뉴스타파 기자: 명 씨로부터 이 대선 후보 관련해서 조언이라든지 컨설팅을 받아봐라 이렇게 (홍준표 측과) 연결해 주신…
●정장수 전 부시장: 제가 그 시기에 그럴 입장이 전혀 아니었다니까요.
- 뉴스타파-정장수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통화녹취록(2025.4.10.)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은 카톡 내용과는 어긋난다. 2021년 4월 18일, 정 전 부시장은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 보고서를 전달받은 직후, "대표님 보고드렸고 오후로 일정 잡아달라 했습니다. 갈 때 조사 보고서 한 부 출력해가세요. 시간 정해지면 연락드릴게요. 오늘 수고 많았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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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홍준표 전 대구시장 최측근의 카카오톡 대화(2021.4.18.) 명태균PC 포렌식 결과 그래픽 재구성.
여기서 '대표님'은 측근들이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낸 홍 후보을 지칭할 때 쓰는 말로 파악된다. "대표님 보고드렸다"는 말로 보아 '명태균 여론조사' 결과가 홍 후보에게 보고가 됐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정 전 부시장은 자신이 홍 후보에게 대면 보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테니 여론조사 보고서를 한 부 출력해오라고 말했다. 명태균의 '대면 보고'가 이때 이미 계획됐던 것이다.

홍준표-명태균 '미팅' 약속 당일 아침..."오늘 오후 5시. 맨하탄21 921호."
다음 날인 2021년 4월 19일 아침 9시 3분. 정 전 부시장이 명 씨에게 홍 후보를 만나 '대면 보고'를 진행할 시간과 장소를 보냈다.

"오늘 오후 5시. 맨하탄21 921호."

맨하탄21은 국회 바로 건너편에 있는 오피스텔이다. 당시 무소속 의원으로 평일에 주로 국회에 있던 홍 전 시장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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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홍준표 전 대구시장 최측근의 카카오톡 대화(2021.4.19.) 명태균PC 포렌식 결과 그래픽 재구성.
홍준표-명태균 '미팅' 약속 3시간 전… "미팅 시간 5시 30분으로 조정"
대면 보고 약속 3시간 전인 오후 1시 57분. 정 전 부시장이 명 씨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낸다.

"미팅시간 5시 30분으로 조정."

원래 오후 5시였던 홍준표-명태균의 여론조사 대면 보고 시간을 오후 5시 반으로 30분 늦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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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홍준표 전 대구시장 최측근의 카카오톡 대화(2021.4.19.) 명태균PC 포렌식 결과 그래픽 재구성.
홍준표-명태균 '미팅' 2시간 30분 전… 명태균, 서울 김포공항 도착
뉴스타파는 명 씨의 항공권 구매 내역을 검증했다. 홍준표 '대면 보고'가 잡힌 당일, 명 씨는 실제로 서울행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 서울 김포공항 도착 시간은 대면 보고 2시간 전인 오후 2시 55분이었다.

카톡 속 대화 내용과 명 씨의 동선이 정확히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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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씨의 항공권 구매 내역
홍준표-명태균 '미팅' 약속 14분 전… "도착 예정 시간?", "5분요"
대면 보고 10여 분 전인 오후 5시 16분. 정 전 부시장이 명 씨에게 언제 도착하는지 재촉하는 메시지를 보낸다. 명 씨는 5분 후 도착한다며 정 전 부시장을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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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홍준표 전 대구시장 최측근의 카카오톡 대화(2021.4.19.)
명태균PC에서 복원한 카카오톡을 토대로 한 뉴스타파의 취재를 종합하면, 명태균 씨는 2021년 4월 19일 월요일 오후 5시 22분 경에 홍준표 후보를 직접 만났다. 뉴스타파는 최근 석방된 명 씨에게 이날의 '대면 보고'를 기억하는지 물어봤다. 명 씨는"4년 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하나씩 떠올리고 있다"면서 "조만간 정확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홍 후보에게 해당 의혹에 대해 묻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도 남겼다. 하지만 그는 뉴스타파 기자들의 전화번호를 차단한 채, 끝내 어떠한 반론도 하지 않았다. 앞서 홍 후보는 자신의 '명태균 게이트' 연루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뉴스타파 임선응 is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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