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대사 연기…22일 국립극장서 개막
"국악의 매력 잘 차려 아이에게 먹여준다는 마음으로 준비"
어린이 음악회 '신나락 만나락' 연습실 공개 |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나는 대금, 다른 악기와 달리 속이 텅 비어있어 큰 역할은 무리야…."
먼 곳에서 일하는 엄마를 찾아 집을 떠난 어린이 '선율'이 악기들이 살고 있는 '악기나무 숲'에 이르러 대금을 만난다. 여러 소리를 낼 수 있다며 의기양양한 해금과 달리, 대금은 내세울 것이 없다며 풀이 죽은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한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실감 나는 대사 연기를 선보이는 이는 전문 배우가 아닌 국립국악관현악단 대금 단원인 박병재 연주자다. 그는 대금 모양 모자를 쓴 채 대사 연기를 소화하다가도 곧장 화려한 대금 연주를 뽐내며 시선을 끌었다.
14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장면 시연으로 만나 본 국립국악관현악단 어린이 음악회 '신나락 만나락'은 아이들의 몰입을 위한 연주자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박인혜 연출은 장면 시연 이후 기자들을 만나 "평소 연기를 안 하던 사람이 무대에서 연기를 한다는 생경함에서 나오는 상쾌함이 있다"며 "연주자들이 다들 조금씩 연기를 보여주시는데, 갈수록 '메소드 연기'를 향해가고 있다"며 웃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신나락 만나락' 연습실 공개 |
오는 22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되는 '신나락 만나락'은 2004년부터 어린이 국악 공연을 제작해 온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신작이다.
판소리 창작자로 다수의 공연을 선보인 베테랑 박인혜 연출이 처음으로 어린이 공연을 선보인다. 바다 아래 흙을 떠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여신 '설문대할망' 신화를 모티브로 음악의 힘을 전달하는 공연을 제작했다.
박 연출은 "신화는 구전으로 전승되다 보니 중간중간 거칠고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이것이 전통악기가 내는 거칠고, 짙게 떨고, 위에서 툭 떨어지는 소리의 질감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오경자 악장은 "배우부터 연주자들까지 극 안으로 들어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연"이라며 "아이들이 악기들을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악기 하나하나를 전부 알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인사말 하는 박인혜 연출 |
주인공 선율과 여정의 동반자가 되어주는 애벌레 '오물' 등 인물을 본뜬 인형이 무대에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선율로 출연하는 소리꾼 박소영, 오물 역의 배우 송정수 등 출연진은 직접 인물을 연기하는 한편 손에 인형을 든 채 목소리 연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해금과 피리 등 독특한 소리를 내는 악기를 내세운 경쾌한 국악도 청중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요소다.
"내 아이가 보는 국악 공연인 만큼 국악의 매력을 잘 차려서 아이에게 먹여준다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국악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굿거리와 자진모리장단으로 아이들에게 장단의 흥과 리듬을 새겨주고 싶습니다."
어린이 음악회 '신나락 만나락' 연습실 공개 |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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