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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자주 나오는 논쟁이 있다. 그 종목의 역사상 최고의 선수를 뜻하는 단어인 ‘G.O.A.T’(Greatest Of All Time)가 누구냐는 것이다. 한국의 4대 프로스포츠로 꼽히는 야구-축구-농구-배구에서도 ‘G.O.A.T’ 논쟁이 팬들의 주요 논쟁거리다.
야구에선 타자는 ‘추강대엽’(추신수-강정호-이대호-이승엽), 투수는 선동열, 박찬호, 류현진을 놓고 누가 최고냐며 팬들이 다툰다. 축구는 손흥민, 박지성, 차범근을 두고, 농구는 허재, 서장훈 중 누가 최고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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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는 ‘G.O.A.T’ 논쟁이 없다. 이견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녀를 통틀어도 ‘G.O.A.T’는 딱 한 명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흥국생명의 ‘배구여제’ 김연경이다. 그렇다. 우리는 배구 역사상 최고 선수인 ‘김연경의 시대’에 살았고, 그의 마지막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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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은 지난 14일 서울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다. 개인 통산 일곱 번째 정규리그 MVP이자 두 번째 만장일치 MVP였다. 배구여제는 코트를 떠나는 길에도 그가 최고의 선수였다라는 것에 이견이 없었단 얘기다. V리그에서 딱 8시즌을 뛰었는데, 7번이나 MVP를 수상한 선수가 아니면 누가 ‘G.O.A.T’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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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을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 그의 은퇴가 아쉬운 것은 단순히 ‘G.O.A.T’인 선수가 코트에 서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어서만은 아니다. 김연경은 최고의 배구선수이기도 하지만, 너무나 훌륭한 인터뷰이다. 어느 질문에나 달변으로 답해주기도 하지만, 그만의 특유의 위트 섞인 농담도 다른 선수들에겐 쉽게 볼 수 없는 면모다. 14일 시상식에서도 그의 농담은 시상식장을 더욱 유쾌하게 만들었다.
이날 김연경은 무대에 세 번이나 섰다. V리그 20주년 베스트7으로, 2024~2025 V리그 베스트7, 그리고 정규리그 MVP까지 수상했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재치와 평소의 식견을 담은 수상 소감으로 더욱 빛난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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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베스트7을 받고나서는 “오랜만에 언니들을 봐서 좋다. 더 좋은 건 제가 여기 7명 중에 두 번째로 어리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베스트7 수상자 중 양효진(현대건설)을 제외하면 황연주(현대건설)를 비롯해 이효희, 정대영, 한송이, 임명옥(도로공사)이 모두 선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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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는 정규리그 MVP 수상 후였다. KOVO는 코트를 떠난 김연경을 위한 헌정 영상을 준비했다. 데뷔 초창기 짧은 머리 스타일로 코트를 호령했던 ‘꼬꼬마 시절’ 김연경이 화면에 자주 나왔고, 20여년 간 V리그와 해외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로 활약했던 김연경의 활약상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영상이었다. 영상을 다 본 뒤 수상 소감을 밝힌 김연경은 “생각도 못했는데, 이런 영상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그런데 흑역사 시절의 사진이 너무 많이 나와서 감동을 받다가도 옛날 사진이 나와서 웃음이 많이 나왔다”라고 또 한 번 특유의 너스레를 떨었다.
수상 소감과 MC들의 질문에 답을 한 뒤 김연경은 마지막 한 마디를 부탁받았다. MC였던 오효주 아나운서가 객석에 울고 있는 분들도 보인다라고 말하자 김연경은 “아무도 안 울고 계신거 같다. 몇분은 지루하니까 하품하는 분도 보인다. 배고프다고 빨리 끝내달라고 하시는 것 같다”며 마지막까지 그만의 농담으로 시상식장을 유쾌한 분위기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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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에서도 김연경의 농담은 여전했다. 이날 새하얀 수트 차림을 입고 나선 그에게 의상 컨셉을 묻자 “마지막 시상식이라 제일 튀어보이고 싶었다”라고 답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기사가 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김연경을 어떻게 보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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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김연경은 은퇴 후에도 배구계 근처에 있게 됐다. 흥국생명의 어드바이저 역할을 맡는다. 5월에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이 열리는 튀르키예도 어드바이저 자격으로 참가한다. 미운정 고운정 다 든 흥국생명과도 앞으로도 함께 하는 김연경이다. 김연경은 “흥국생명과는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처음으로 해외로 보내준 구단이기도 하고, FA 문제로 그걸 막은 구단이기도 하다. 서로 관계가 좋다가도 좋지 않을 때도 있었다. 헤어질 듯 헤어지지 않은. 미운 정이 무서운 것 같다. 결국은 새로운 고운 정이 생겨서 참 고마운 구단인 것 같다”라고 소속팀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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