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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1일 세상을 떠난 뒤 사람들이 가장 주목한 장면이 무엇이었을까. 22일 미국 에이피(AP) 통신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영상’은 제이디(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교황 선종 직전인 20일 부활절에 교황을 만난 장면이었다. 1분가량 공개된 영상에서 교황은 휠체어에 앉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다소 굳은 표정이었다. 기력이 다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밴스 부통령은 홀로 많은 말을 했다. “만나뵙게 돼서 반갑다”, “몸이 좋지 않으시다는 걸 알지만 회복된 모습을 보게 돼 기쁘다”, “교황님을 위해 매일 기도한다” 등 계속해 말을 건넸다. 그리고 많은 선물을 받아 갔다. 바티칸 성직자는 교황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 자녀를 둔 밴스 부통령에게 커다란 초콜릿 달걀 세개 그리고 바티칸 기념 넥타이, 묵주 등을 주었다. 이튿날 교황은 선종했고, 밴스 부통령은 교황이 만난 마지막 손님이 됐다.
공개된 영상은 짧지만 이면에 담긴 이야기는 길다. 죽음을 앞두고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교황은 왜 많은 에너지를 할애해 밴스 부통령을 만났을까. 밴스 부통령이라면 지난 2월28일 휴전 협상을 위해 미국을 찾아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이 자리에서 고맙다고 말하라”며 면전에서 대놓고 면박을 준 매몰찬 성격의 미국 인사로 대중들은 기억한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 18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이탈리아에 왔지만 20일 교황 접견은 일정에 없던 일이었다. 그는 공식 회의 등을 소화한 뒤 아내와 세 자녀를 데리고 로마에서 가족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그를 산타 마르타의 집으로 초청한 이는 교황이었다. 교황은 선종 전날 수분가량 밴스 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밴스 부통령에게 이민자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올 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이민자 추방 계획을 세운 뒤 바티칸과 백악관은 줄곧 긴장 관계였다. 지난 2월 폐렴으로 입원하기 전에도 교황은 미국의 이주민 추방 계획이 이주민들의 존엄성을 박탈할 것이라며 우려의 메시지를 미국에 보냈다. 천주교 신자인 밴스 부통령은 가톨릭 교리상 이민자 추방 계획이 정당하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한달 이상 장기간 입원한 교황은 기력이 너무 쇠약해져 부활절 공식 미사를 집전할 수도 없었지만, 밴스 부통령을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만나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김미향 국제부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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