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택 대주교 "교황의 사랑과 자비 이어가야"
이용훈 주교 "한반도의 평화 염원하셨던 분"
23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 마련된 프란치스코 교황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조문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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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에 참석하는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한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유 추기경을 비롯해 한국 천주교 사제들은 선종한 교황을 애도하며 교황이 재임 기간 한국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교황, 한국 분단 현실 안타까워해... 방북 의향도"
2014년 교황 프란치스코(흰옷)가 바티칸 교황청에서 당시 한국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를 면담하고 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한국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윤리적, 영적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천주교 대전교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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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추기경은 23일 추모 메시지를 통해 "교황은 대한민국의 분단 현실을 특별히 안타까워하며 형제와 가족이 갈라진 이 크나큰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면 당신께서 직접 북에 갈 의향이 있다고 하셨을 만큼 한국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분이었다"며 "교황의 기도 가운데 한국에 관한 기도에는 남과 북이 모두 포함된 기도였음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제의 쇄신 없이 교회의 쇄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교황을 가까이에서 보좌하면서, 그분이 바라는 교회와 성직자의 모습을 깊이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유 추기경은 교황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한국인 성직자로 손꼽힌다. 교황은 대전교구장으로 재직하던 2021년 주교였던 그를 한국인 최초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발탁했고, 이듬해 추기경으로 서임했다.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에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참석한다. 피선거권이 있는 유 추기경은 유력 차기 교황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천주교가 전 세계 평화지킴이 돼야"
이용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이 22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 마련된 프란치스코 교황 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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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도 전날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조문을 마치고 "한국 천주교회가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한반도와 전 세계에 희망과 평화 지킴이로서 수행할 책무가 있음을 강조하시고 무엇보다 먼저 가난한 이들을 비롯한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기를 당부하셨다"고 교황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교황에 대해 "지상 생활의 마지막 여정을 하느님 섭리에 오롯이 내맡기시면서도 끝까지 세상에 관심을 두시며 전쟁과 반목이 없는 온전한 평화를 염원하신 분"이라며 "교황님께서는 아름답게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시는 모범을 온 세계에 보여 주셨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도 "교황으로 선출되신 이후 신앙과 사랑의 길을 몸소 실천하며 우리 모두에 깊은 영적 가르침을 주셨다"며 "특히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는 삶을 몸소 실천하시며 우리 국민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그분을 떠나보내지만 복음을 삶 속에서 실천하며 그분의 사랑과 자비를 이어가야 한다"며 "교황님께서 평생 신자들에게 부탁하셨던 말씀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를 기억한다"고 애도했다.
실제 교황은 즉위 후 아시아 첫 순방지로 한국을 택하고, 2014년 방한해 고통받고 소외받는 이웃을 위로하며 한국 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2023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아시아 최초로 성 김대건 아드레아 신부(1821~1846)의 성상을 세우고, 생애 마지막 결정 중 하나로 2027년 '세계청년대회'(WYD)의 서울 유치를 확정하며 한국인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을 남겼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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