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 출신의 대통령 파면 '도돌이표'
반성·성찰도 없이 반이재명 빅텐트만 혈안
심판자 역할하는 '한덕수 대망론'도 한계
보수궤멸 복수도 우려…정치가 제 역할해야
대통령 탄핵은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에 불운한 역사로 기록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들의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과 헌정 질서 준수를 재확인한 단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과거와 묘하게 닮아 있는 탄핵 정국 이후의 상황은 과거의 구태(舊態)를 반복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만 하다.
두 번의 자당 출신 대통령 파면을 겪은 국민의힘. 탄핵 정국에서 심판자인 헌법재판소를 줄기차게 압박하고 결국 조기 대선을 초래했지만 이후에도 진정한 사과나 성찰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앞서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8명 중 민심을 거슬러 탄핵 반대를 외쳤던 후보는 절반인 4명이며, 이 중 2명(김문수·홍준표)은 4강 경선에도 올랐다. 이들은 ‘탄핵 사과’에 대해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이다. 오로지 출마 선언 때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반(反)이재명’을 기치로 내걸고 정권재창출에만 혈안이 된 모습이다.
보수정당의 안이한 대선 전략도 도마 위다. 이젠 탄핵의 강을 넘어 새로운 비전을 보여줘야 하지만 되레 시대에 역행하는 모습이다. 내란 옹호 정당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도 국민이 원하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대선 2차 경선과 본선 최종 후보를 정할 때 또다시 당심 50%를 반영키로 했다. 여전히 당권을 친윤(親윤석열)계가 쥐고 있는 상황에서 친윤 성향의 후보가 당선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반이재명 빅텐트’를 위해 꺼낸 카드가 한덕수 대망론이다. 대선까지 어수선하기만 한 정국 안정을 도모할 관리자이자, 글로벌 관세 전쟁에 총력을 기울일 경제·외교통 출신의 관료에 목을 메고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보수진영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았던 인물은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였지만 불출마 선언 이후 여권은 상황은 더욱 암울해졌다. 결국 과거에 보수가 그렇게 부르짖던 황 전 총리는 이번 대선에서 부정선거 척결이라는 황당한 공약을 내걸고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과거의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의 불씨는 이제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으로 옮겨붙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본인이 대통령이 돼도 정치보복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내란 단죄는 예외로 했다. 벌써부터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가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보수궤멸에 올인할 것은 안 봐도 비디오다. 과거 문 전 대통령도 정치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정권 초반 적폐청산에 올인하며 허송세월을 보낸 것의 데자뷔다.
암울한 대선 이후의 전망은 현재 내우외환의 대위기를 맞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만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트럼프발(發) 통상·안보 대응문제, 러시아와 중국을 등에 업은 북한의 도발 강화, 내수 침체, 0%대 성장 전망 등 어느 한 곳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리빌딩이 시급하다. 이번 대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불행한 과거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정치가 이젠 정말 달라져야 한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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