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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5 (월)

    불한당들의 뉴스 너머 뉴스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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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호라이즌 l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북하우스(2024)




    나는 새로운 단어를 알려주는 책을 좋아한다. 세상의 모든 단어 중 ‘경이와 감사’라는 단어에 가장 익숙했던 배리 로페즈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집필한 논픽션 ‘호라이즌’에는 경이와 감사의 내용을 꽉 채우는 새로운 단어들이 많이 나온다. 이를테면 달 무지개라는 단어. 달무지개는 햇빛이 아니라 달빛에 반사되어 만들어지는 무지개다.



    탤리스먼(talisman)이라는 단어도 있다. ‘신비한 힘이 있는 행운의 부적’이란 뜻이다. 배리의 탤리스먼들은 여남은 개의 여행 기념품들이다. 조개껍데기도 있고 반려 돌멩이도 있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포경 기지에서 가져온 탄피도 있고 은제 작살촉도 있고 유칼립투스 열매 두 개도 있다.



    각각의 탤리스먼에게는 역사와 이야기와 진실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잊을 수 없는 것은 유칼립투스 열매에 얽힌 이야기다. 호주 태즈메이니아주 남동부 포인트푸어에는 일명 자살 절벽이라는 절벽이 있다. 19세기 초 이곳에는 영국에서 이송된 죄수들을 수감하는 포트아서 교도소가 있었다. 포트아서 교도소는 사이코패스와 순하고 불운한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수용하였다. 포트아서에 수용된 소년들은 낮에는 벽장과 창고에서 성적 학대를 당하고 밤에는 참회와 육체노동을 강요하는 숙소 간부들에게 구타당하는 일상을 벗어나려는 절박한 마음에, 밤에 그 자살 절벽으로 가서 서로 손을 잡고 차가운 물속으로 뛰어내렸다. 유칼립투스 열매는 바로 그 절벽 아래에서 주워 온 것이다.



    이 기념품들이 그냥 추억의 물건들이 아니라 신비로운 힘이 있는 부적인 이유는 뭘까? “내 기념품들은 수많은 역설과 비일관성으로 가득한 혼란스러운 세계와 나의 연결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전략이 된다. 나아가 그것들은 나에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근본적인 사안을, 요컨대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의 역량을 보존하는 일의 중요성을 잊지 않도록 이끌어준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나에게도 탤리스먼이 꽤 있다. 이를테면 내 촛대는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미국의 콜럼바인에서 가져온 것이다. 총격이 시작되자 달려가 “애들아, 이쪽으로 가자” 아이들을 대피시키던 교사 데이브 샌더스는 등과 목에 총을 맞았다. 그는 쓰러지면서도 팔꿈치로 몸을 버티면서 턱으로 아이들에게 출구를 가리켰다. 촛대를 볼 때마다 무심코 그의 행동이 생각난다. 이 촛대도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 그동안 나에게 많이 알려줬다.



    불한당들의 한국사 그 자체인 뉴스를 보면서 배리 로페즈 생각을 많이 한다. 정치 뉴스로만 세상에 연결되면 세상은 난장판 자체인데 이런 세상을 만든 것은 바로 우리라는 것이다. 우리가 바로 어둠인데 빛이기도 하다. 그래서 제목 호라이즌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게 된다. 수평선 자체를 말하기도 하고 우리가 지금 사는 세상 너머, 다른 세상에 대한 상상을 말하기도 한다. 또 하나의 선은 우리 마음속 선이다. 우리는 대체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넘고, 넘어야 할 선은 넘지 않는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으면 선이란 것이 있었는지조차 너무 쉽게 잊힌다. 선의 이쪽과 저쪽은 완벽하게 다른 세상이다. 이 점을 정확히 아는 배리 로페즈는 이런 생각을 했다. 한 인간으로서 그 사람의 주변에 얼마나 사랑이 풍부했는지, 그의 행동이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어떻게 사랑을 행한 사람인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 뉴스다.



    한겨레

    정혜윤 시비에스(CBS)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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