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7차전서 서울 SK에 62대58 이기며 4승3패로 패권
MVP 허일영은 사상 최초로 서로 다른 3팀에서 우승
LG 선수들이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7차전을 승리한 뒤 조상현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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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만에 이뤄낸 ‘V1’이었다.
창원 LG가 17일 열린 2025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7차전에서 서울 SK를 62대58로 따돌리고 4승3패로 정상에 올랐다. LG는 이번 7전4선승제 시리즈에서 3연승을 한 뒤 3연패를 당했으나, 마지막 7차전에서 극적으로 이기며 1997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감격을 맛봤다.
LG는 KBL(한국농구연맹) 출범 두 번째 시즌인 1997-1998시즌부터 리그에 참여했다. 현재 10팀 중 창단부터 지금까지 구단 이름과 연고지를 바꾸지 않은 유일한 팀이다.
LG는 그 동안 정규리그에선 1위 1번(2013-2014시즌), 2위는 이번 시즌까지 7번을 했다. 앞선 두 차례의 챔피언전(2001년·2014년)에선 고배를 마셨으나 세 번째 도전이었던 이번에 염원하던 트로피를 차지했다.
조상현 LG 감독은 선수(2000년·SK)와 코치(2016년 오리온)에 이어 감독으로 우승을 일궜다. 김승기 전 고양 소노 감독과 전희철 SK 감독에 이어 역대 3번째 기록이다.
허일영은 챔프전 MVP(최우수선수)로 뽑혔다. 기자단 투표 결과 80표 중 32표를 얻어 동료 칼 타마요(23표)와 아셈 마레이(22표)를 제치고 영예를 안았다. 그는 서로 다른 세 팀에서 선수로 챔피언전 우승을 차지하는 최초의 기록을 썼다. 고양 오리온(2016년), 서울 SK(2022년)에 이어 LG에서 세 번째 기쁨을 누렸다.
창원 LG 허일영이 챔피언전 시상식에서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된 뒤 환호하고 있다. 2022년 SK 소속으로 우승했던 그는 올해 '친정팀'에 아픔을 안겼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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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생으로 팀의 최고 베테랑인 허일영은 이번 챔프전 7경기에서 총 123분을 뛰며 56점(평균 8점)을 넣었다. LG 선수들 중 출전 시간 대비 효율성이 가장 뛰어났다. 패권이 걸린 7차전에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14점(5리바운드)으로 활약했다. 특히 3점슛을 4개(5개 시도)를 터뜨렸다. 4쿼터 종료 5분36초전, 55-45로 달아나는 3점포를 꽂은 것이 결정타였다. 허일영은 “나는 항상 조연이었는데...SK에서 LG로 옮기면서 여러가지 스트레스를 받았다. 감독님과 의견 대립도 많았는데, 플레이오프에선 그런 마음을 버렸다. 정말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LG의 2001년생 트리오인 유기상(12점 3스틸), 양준석(11점), 칼 타마요(12점 10리바운드)도 두 자릿수 득점을 했다. 아셈 마레이(5점)는 리바운드 14개(공격 리바운드 7개), 어시스트 8개, 스틸 2개로 활약했다. 그는 55-54로 쫓기던 종료 38.9초전, 양준석의 속공 레이업 슛이 림을 맞고 나오자 리바운드에 이어 득점에 성공했다. 유기상은 SK의 반칙 작전으로 얻은 자유투 4개를 모두 넣어 승리를 굳혔다.
조상현 감독은 LG 지휘봉을 잡은 지 3년 만에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지난 두 시즌은 연속 팀을 정규리그 2위에 올려 놓으며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하고도 챔피언전엔 오르지 못했다.
이번 시즌은 시작부터 꼬였다. 새로 영입한 베테랑 두경민과 전성현이 부상 탓에 전력에서 빠지는 기간이 길어졌다. 핵심 선수인 아셈 마레이가 개막 초반 한 달간 결장하면서 한 때 8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조 감독은 마음을 다잡고 2001년생인 3년차 가드 양준석을 중심으로 조직력을 다져나갔다.
맷집을 키운 LG는 마레이의 복귀 이후 8연승과 7연승을 한 번씩 하는 등 상승세를 탔다. 2위 경쟁을 했던 울산 현대모비스엔 정규리그 3연패 뒤 3연승을 했고, ‘봄 농구 재대결’이었던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3승 무패라는 압승을 거뒀다.
조 감독은 팀에 융화하지 않는 두경민을 플레이오프 전력에서 일찌감치 제외했고, 부상 회복이 더딘 전성현에도 미련을 두지 않으며 기존 선수들의 조직력을 극대화하는데 힘을 쏟았다.
조 감독은 첫 도전이었던 챔피언전을 앞두고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자세로 선수들을 독려했고, 통합 우승을 노리던 SK를 뿌리치고 패권을 잡았다. 그는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5월이다. 시즌 스타트가 힘들어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삼았는데 여기까지 왔다. 믿고 따라와 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SK는 3연패 후 3연승을 거둬 사상 첫 리버스 스윕(역싹쓸이)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4쿼터 종료 5분여를 남기고 45-55까지 끌려갔던 SK는 이후 3분여 동안 실점하지 않으면서 맹추격을 했다. 김형빈(11점)이 3점슛 2방을 연속으로 적중시키고, 김선형(8점 4어시스트)의 2점슛과 김태훈의 자유투 1득점으로 종료 1분58초전 54-55까지 쫓아갔다. 그러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자밀 워니(11점 8리바운드)의 파괴력이 떨어졌다. 안영준(9점 11리바운드 5어시스트)과 최원혁(8점)의 노력도 빛이 바랬다.
SK는 2024-2025 정규리그에서 사상 최단 경기 1위(54경기 중 46번째 경기)를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10연승과 9연승을 한 차례씩 하며 41승13패로 정규리그를 마무리했다. 2위 LG에 승차 7경기를 앞섰다. 너무나 압도적인 격차로 일찍 축배를 든 것이 결과적으로는 독이 됐다. 전희철 SK 감독은 “선수들은 끝까지 잘 해줬다. 내가 부족해서 마지막 단추를 못 끼웠다”고 말했다.
[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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