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우리의 삶은 한층 빠듯해졌다. 2021년 초반부터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는데,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을 보면 2021년 2.5%를 거쳐 2022년에는 무려 5.1%로 정점에 다다랐다. 이후 2023년 3.6%, 2024년 2.3%를 기록했다. 이처럼 물가가 전반적으로 꾸준히 오르고 반대로 돈의 가치는 하락하는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이는 부풀어 오른다는 뜻의 라틴어 ‘Infla’에서 기원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소 진정되는 듯하지만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찰스 굿하트와 마모즈 프라단은 ‘인구 대역전(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이란 책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와 세계화의 후퇴가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젊은 노동자는 대개 소비하는 것보다 더 생산하는 반면 노인과 같은 피부양자는 생산하는 것보다 더 소비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억제했던 글로벌 생산시스템이 도널드 트럼프 시대 보호무역주의의 영향으로 약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금야금 오르는 물가가 시간이 흐르면서 꾸준히 축적되면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협하는 큰 리스크가 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노후 생활의 인플레이션은 현역 시절의 인플레이션보다 더 충격이 크다.
은퇴 이후 생활자금 규모가 줄어든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기초생활의 비중이 높고 고령에 따른 건강 문제가 발생하기에 의료비 지출이 늘어난다. 이러한 항목들은 다른 항목들보다 더 빠르게 오르는 경향이 있는 데다 줄이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인플레이션이 노후 준비에 미치는 영향은 3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첫째, 인플레이션 때문에 필요한 노후 생활비가 빠르게 증가한다. 국민연금공단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에 따르면 2023년 현재 부부 기준 적정 노후 생활비는 월 296만원이다. 10년 전인 2013년에는 225만원이었다. 이런 추세라면 10년 후인 2033년에는 월 400만원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 둘째, 노후 준비를 위한 자산운용의 실질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퇴직연금의 80% 이상이 정기예금으로 운용되고 있는데 2023년 평균 금리(1년)는 3.83%로 가장 높았는데 인플레이션 3.6%를 빼면 실질금리는 0.24%에 불과하다. 2022년에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질금리는 -1.98%로 손실을 기록했다. 셋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준비한 연금 자산이 부족해질 수 있다. 현재가치 월 100만원의 연금을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평균 2%라면 10년 후 82만원, 4%라면 절반 가까운 67만원까지 실질 가치는 떨어진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기 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노후 생활이 빠듯해 질 위험이 크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낮은 금리의 국채 투자자, 연금 생활자, 서민들의 피해가 크다. 반면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실물 투자자, 물가 상승에 따라 월급이 오르는 봉급 생활자는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다. 결국 인플레이션을 대비하는 방법은 가능한 한 오랫동안 노동시장에 남아 소득을 올리고 그동안 모은 자산을 적극적으로 운용해서 인플레이션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경영학(연금금융)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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