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중석 에그이즈커밍 대표가 19일 진행된 2025 콘텐츠산업포럼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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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압도적인 가입자 수는 글로벌 OTT 크리에이터들이 탑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글로벌 플랫폼과의 공생이 ‘K-드라마’의 생존전략일 수 밖에 없습니다”(홍성창 대표).

19일 서울 광화문 CKL 스테이지에서 진행된 ‘2025 콘텐츠 산업 포럼’에서 콘텐츠 제작 전문가들은 넷플릭스와 디즈니+(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과의 협업과 공생이 K-콘텐츠 성장과 생존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OTT를 시장 확장의 파트너로 삼으면서, 동시에 IP(지식재산권)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다.

‘글로벌 스트리밍 전쟁에서의 NEXT 전략’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섹션에서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확장에 맞선 ‘K-콘텐츠’의 생존 전략에 대한 업계 전문가들의 발제와 토론이 진행됐다.

▷홍성창 스튜디오S 드라마부문 대표 ▷고중석 에그이즈커밍 대표 ▷김희열 팬엔터테인먼트 드라마부문 대표가 발제자로 나섰고, 강재원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와 배대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총장, 김영근 세명대 미디어콘텐츠창작학과 교수가 토론 패널로 참석했다.

홍성창 스튜디오S 드라마부문 대표는 제작 환경이 점차 팍팍해지는 국내 콘텐츠 시장의 현실을 꼬집으며 거대 자본을 업은 글로벌 OTT와의 파트너십이 제작사들의 불가피한 선택임을 지적했다.

그는 “기존에 일본과 동남아, 중국에 국한됐던 한류가 전세계로 퍼져나간 것은 글로벌 OTT가 진입한 영향이 컸다”면서 “글로벌 OTT가 투자를 하지 않으면 한류 콘텐츠의 세계화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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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제작한 팬엔터테인먼트의 김희열 드라마부문 대표 역시 넷플릭스와의 협업 이유로 제작비를 꼽았다. 6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웰메이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라는 판단이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높아진 제작비와 편성수의 감소로 인해 오늘날 드라마 시장은 만들수록 손해보는 구조를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폭싹 속았수다’의 안정적인 재정적 확보가 필요했고, 넷플릭스에 노크를 할 수 밖에 없었다”다고 말했다.

글로벌 OTT들의 거대 자본이 국내 콘텐츠 시장에 침투하면서 일각에서는 ‘K-콘텐츠’가 외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종속’을 ‘공생’의 관계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국내 콘텐츠 제작 플레이어들의 숙제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어쨌든 글로벌 OTT가 투자를 하기 때문에 그들의 입김이 작용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 “그 영향력을 어떻게 독자적으로 극복해 나가느냐가 K-콘텐츠의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공생의 핵심은 ‘자본’의 영향력을 극복하는 것이다. 특히 발제자들은 IP를 뺏기지 않고, IP 확장과 추가 사업화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콘텐츠의 생산과 IP 확장을 통해 형성한 수익이 다시 콘텐츠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홍성창 스튜디오S 드라마부문 대표가 19일 진행된 2025 콘텐츠산업포럼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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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슬기로운 전공의생활’, ‘지구오락실’ 등을 제작한 에그이즈커밍의 고중석 대표는 IP 확보가 자사 콘텐츠 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에그이즈커밍은 모든 콘텐츠 제작과 방영 과정에서 IP확보라는 원칙 하에 제작비의 최대 50%까지 직접 투자하고 있다.

그는 “넷플릭스는 쉽지 않지만, 우리의 원칙은 제작사가 IP를 가지고 가야한다는 것”이라면서 “어떤 플랫폼과 일해도 IP는 공동 혹은 단독으로 소유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OTT에 맞서 ‘K-콘텐츠’ 제작사의 협상력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발제자들은 일제히 K-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여야한다고 답했다.

홍 대표는 “우리가 세계화를 이야기하면서도 국내 제작사들은 여전히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세계화의 입맛에 맞춰 드라마를 만들었으면 지금의 한류는 없었다”면서 “우리의 경쟁력은 미국보다 가성비 있게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고, 가성비 있게 우리의 이야기를 해나가는 것이 K-콘텐츠의 생존전략”이라고 말했다.

고 대표는 더 나아가 글로벌 OTT에 맞서 국내 제작사들의 체급을 키우려는 노력도 동반돼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넷플릭스와 디즈니+ 같은 거대 OTT를 상대하려면 제작사가 힘이 있어야 한다”면서 “협업을 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 이제 제작사들도 마음이 맞으면 협업을 하고, 합벼을 해서 덩치를 키워 넷플릭스와 같은 곳과 당당하고 공정한 높이에서 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