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과거에도 갈등 상황이 생기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해왔다. 그러나 실제로 봉쇄한 적은 없다. 해협을 봉쇄하면 이란의 우방국도 타격을 입고 이란 원유의 주요 수입국인 중국도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무역이 해상으로 이뤄지는 이란도 큰 타격을 입는다. 다만 해협을 봉쇄하지 않아도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해협을 지나는 선박의 속도를 늦추기만 해도 유가와 선박 운임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픽=정서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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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은 1984년 이라크와의 전쟁 당시 수위가 가장 높았다. 당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기뢰를 붙이는 방식으로 위협을 가했다. 당시 상선 등 540여 척이 피해를 입었다.
이후에도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국제사회가 제재를 가하자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며 인근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거나 선박을 나포했지만, 실제로 전면 봉쇄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이 때문에 미국도 처음부터 해협의 봉쇄 가능성을 작게 봤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봉쇄는 이란인들에게 자살 행위”라며 “이란 경제 전체가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란이 왜 그러겠나”라고 말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지 않더라도 봉쇄 가능성만 높아져도 유가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두바이유 현물 거래가는 배럴당 68.57달러에서 지난 20일 76.84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평균 폭이 55㎞ 정도지만, 대형 원유 운반선(VLCC)이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수심이 깊은 곳은 이란 해안선에 근접해 있다.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생산한 원유도 이곳을 통과해야 해 국내 수입되는 중동산 원유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친다. 지난해 국내 원유 도입량은 10억2942만배럴이었는데, 이 중 중동산이 71.5%를 차지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적 긴장감이 커지면 선박 보험료가 크게 오르고 해상 운임도 상승한다. VLCC의 용선료는 지난 13일 평균 3만2302달러에서 지난 20일 5만3449달러로 66% 급등했다.
양범수 기자(tigerwate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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