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개막한 24일(현지시간)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주최로 열린 기념 만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무엇인가를 응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나토 동맹국들 가운데 소련에 맞먹는 군사력을 지닌 나라는 미국뿐이었다. 그러니 설립 초창기부터 미국이 나토를 주도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1950∼1960년대에 나토는 미국에서 정책 초안을 마련하면 이를 영국하고만 협의한 뒤 기타 회원국들에게 최종 결정 내용을 통보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서방 3대 강국의 일원을 자처하는 프랑스로선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프랑스가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이후인 1966년 샤를 드골 당시 대통령은 “프랑스는 프랑스의 힘으로 지킨다”며 나토 탈퇴를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임기(2017년 1월∼2021년 1월) 당시만 해도 나토에 무척 부정적이었다. 미국과 동맹을 맺은 나라들이 국방비를 적게 쓰면서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이른바 ‘무임승차’ 행태를 벌여 왔다는 이유에서다. 오죽하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의 금액을 방위비로 지출하는 회원국 정상들만 따로 불러 점식 식사를 대접할 정도였다. 2기 집권기 들어 더욱 강경해진 트럼프는 동맹국들에게 “GDP의 5% 이상을 국방에 투입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개막한 24일(현지시간) 무장한 군인이 회의장 주변에서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개막한 가운데 회원국 거의 전부가 트럼프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트럼프를 향해 “마침내 동맹국 모두가 5% 상향에 서명했다”며 “지난 수십년간 어느 미국 대통령도 이루지 못한 업적”이라고 찬사를 바쳤다. 회원국 가운데 어느 한 나라가 침략을 당하면 모두가 전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나토의 집단안보 원칙은 흔히 ‘원 포 올, 올 포 원’(one for all, all for one)으로 불린다. 이제는 ‘올 포 트럼프’로 바꿔 불러야 할 듯하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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