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7 (일)

    이슈 '오징어 게임' 전세계 돌풍

    [클로즈업 필름]이건 흡사 포스트 아포칼립스 '오징어 게임3'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3' 리뷰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3'(6월27일 공개)는 당연히 절망으로 가득차 있다. 전작에서 벌어진 반란은 대패했다. 이제 게임을 끝내고 밖으로 나가길 원했던, 다시 말해 아직 남아 있는 인간성을 수호해보려 했던 이들은 대거 사망했다. 게임으로 끝을 보려는 이들만 남았고, 작전도 실패하고 친구까지 잃은 성기훈은 무기력하다. 시즌3는 비관과 좌절과 체념과 낙담과 실의로 꽉 들어차버려서 그 무게로 보는 이를 짓누르려는 것만 같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흔히 데스게임 장르로 구분되는데, 시즌3는 흡사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다. 다만 새 시즌의 엄숙함과 진지함이 온전히 화면 밖을 뚫고 나가 시청자에게 가닿는 건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작품엔 기-승-전-결의 기-승이 빠져있고,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에서 발단-전개-위기가 없다. 마음이 달궈지지 않은 상태에서 맞닥뜨리는 그 절절한 마음들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안 그랬던 시즌이 없지만 '오징어 게임3'의 가장 큰 재미는 역시 게임이다. 시즌3가 보여주는 게임 세 가지는 기본 설정이나 각 캐릭터가 얽히고 설키는 세부 사항 모두에서 앞선 두 시즌이 보여준 게임을 압도한다. 말초적으로 선정적이기 만한 게 아니라 참가자 선택과 결정 하나 하나가 극 긴장감을 끌어올리 데 일조할 뿐만 아니라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에 접근하며 연타를 날린다. 결정적 한 방을 때리는 건 결국 마지막 게임. 본격적인 게임에 선행하는 각종 설정 부여와 생존자 면면, 게임의 양상과 게임 과정에서 이들이 나누는 대화, 참가자의 딜레마와 그들의 선택 등 모든 부분을 공들여 설계했다는 게 감지된다. 이 게임 하나로 앞서 나온 모든 게임은 물론 '오징어 게임'이 시즌1에서부터 시즌3에 이르기까지 전달하려 한 이야기를 단번에 아우른다는 점에서 빼어나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배우 연기 역시 돋보인다. 이병헌은 시즌2와 비교할 때 출연 시간이 많지 않은데도 프런트맨이 성기훈에 가진 복잡한 심경을 눈빛 하나에 모두 담아낸다. 프런트맨 전사(前史)가 짧게 나오는데도 그의 사연이 이해가 되는 건 그걸 연기한 게 이병헌이기 때문일 것이다. 강애심과 양동근은 절절하고, 박성훈과 조유리는 단단하다. 노재완과 이다윗은 번쩍이고, 임시완은 폭발한다. 그래도 '오징어 게임3'는 결국 이정재의 것이다. 그는 이 시리즈가 그려내는 비관을 온 몸에 담아 표현한다. 고꾸라져버린 성기훈이 보여주는 침묵과 무표정은 어쩌면 황 감독이 가진 동시대성일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희망을 놓치 않으려는 성기훈의 발악은 황 감독이 원하는 최소한의 인간성일 것이다. 이정재는 황 감독의 비전을 온전히 이해한 듯한 눈으로 결국 마음을 흔든다.

    빼어난 지점이 있고 장점도 많지만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시즌2가 공개됐을 때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받은 대목은 이야기가 중간에 끊겨버린다는 것. 서사를 반토막 낸 선택은 시즌3에 와서도 계속해서 악재가 된다. 간단히 말해 시즌3는 느닷없다. 앞서 쌓아온 것 없이 1회부터 성기훈을 비롯한 주요 인물이 가진 고조된 감정을 내보일 수밖에 없어 시청자와 호흡이 자꾸만 엇박자가 난다. 시즌2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알고 있는 것과 그 이야기 속 캐릭터의 감정을 계속해서 따라가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어떤 빼어난 시리즈라도 실시간으로 느껴지는 몰입감을 6개월 간 유지할 재간은 없다. 게다가 '오징어 게임'은 성기훈의 이야기가 절정을 향해 가는 중간 지점에서 시즌을 나눠버리며 스스로 완성도를 낮추는 악수를 뒀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마도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시즌인데도 구조가 산만한다는 건 치명적인 단점이다. 앞서 두 개 시즌이 성기훈의 게임과 황준호의 수색이라는 두 개 축으로 진행됐다면, 새 시즌은 성기훈의 게임과 황준호의 수색 그리고 강노을의 탈출까지 세 가지 이야기가 교차된다. 시청자가 성기훈 등 게임 참가자 서사에 재몰입할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황준호·강노을의 고투를 오가다보니 정작 중요한 대목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황준호·강노을의 서브 플롯이 그 자체로 밋밋하다는 점도 자꾸 발목을 잡는다. 이와 반대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부분은 얼렁뚱땅 넘어간다는 인상을 준다. 시즌3 최대 관전 포인트로 여겨졌던 성기훈이 프런트맨 정체를 알게 되는 과정과 그 이후 그려지는 성기훈 반응은 서사에 굴곡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그 순간 발생하는 감정의 임팩트도 약해 보인다.

    황 감독은 지난 9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오징어 게임' 스핀오프에 관심은 있다고 하면서도 후속작을 만들 계획은 없다고 했다. 다만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시리즈 세계관 확장을 명확히 예고한다. 이번 시즌 에필로그는 대체로 불필요해 보이는데, 마지막에 이르러 이 시대 최고 배우 한 명을 등장시켜 기대감을 높인다. 앞서 이 시리즈 출연 물망에 올랐다고 거론된 할리우드 스타 중 한 명이 아닌 데다가 40년 가까이 연기 생활을 하면서 시리즈엔 거의 나온 적이 없어 앞으로 이 배우가 '오징어 게임'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이 배우와 함께 시리즈의 세계관이 넓어질 때 또 어떤 역동적인 스토리가 탄생하게 될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