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류현진(38)은 눈에 띄게 난감해했다. 평소 웬만한 일은 그저 껄껄 웃어넘기던 그가 모처럼 정색했다. "은퇴 후 한화 감독이 되고 싶다"는 수년 전 발언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괜한 오해를 받은 탓이다.
한화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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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이렇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 스프링캠프 인터뷰에서 "은퇴하면 한화 감독이 되고 싶다. 감독실 문을 활짝 열고 선수들과 교감하는 감독이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먼 미래의 막연한 꿈이자 당시 '친정팀'이던 한화를 향한 애정을 표현한 거나 다름없다.
이 에피소드가 최근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 소개됐는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일부에서 앞뒤 상황 설명을 다 자르고 "한화 감독을 하고 싶다. 소통하는 감독이 되고 싶다"는 부분만 발췌해 퍼 나르기 시작한 거다. 해당 발언이 소셜미디어(SNS) 등으로 일파만파 퍼지면서 불필요한 논란이 일자 류현진은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직접 나섰다. 그는 "토론토 시절에 먼 훗날의 얘기를 한 것뿐이다. 시즌이 한창인 지금 내가 그런 얘길 하는 게 말이 되겠느냐"며 "내 계약 기간은 (올해를 제외하고도) 아직 6년 더 남았다. '선수'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 한다"고 웃어 보였다.
승리투수가 된 뒤 김경문 감독과 하이파이브하는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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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화 사령탑인 김경문 감독은 '투수 류현진'을 무척 존중하고 아낀다. "류현진이 투수진 최고참 역할을 잘해준 덕에 팀이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수차례 언급해왔다. 류현진도 한화 더그아웃의 수장인 김 감독을 존경하고 따른다. 김 감독과 류현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을 합작한 인연도 있다.
류현진은 "팀이 하나가 돼 1위를 달리고 있는데, 뜻밖의 얘기가 인터넷에 오르내려서 깜짝 놀랐다"며 "감독님께도 죄송했고, 구단과 팀 동료들에게도 미안했다. 오해를 차단하고, 이 뜻을 꼭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류현진은 한국 야구의 '리빙 레전드'다. 2006년 데뷔와 동시에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왕을 석권하며 KBO리그를 평정했다. 이후 7년간 한화와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다 2013년 MLB로 떠났다. MLB에서도 첫 시즌부터 2년 연속 14승을 올리며 정상급 선발 투수로 자리 잡았다. 2019년엔 MLB 올스타전 선발투수로 나서고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차지하며 최고의 자리에 섰다.
류현진이 보유했던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17개)을 깬 폰세와 그를 안아주며 축하하는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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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해 2월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에 사인하면서 친정팀으로 금의환향한 뒤 2년째 한화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최고 투수 자리를 예약한 한화 외국인 에이스 코디 폰세는 "류현진은 우리 선수단의 실질적 리더다. 그와 함께 뛸 수 있어 영광"이라고 했다.
류현진은 한국 복귀 당시 '한화의 우승'을 남은 선수 생활의 1순위 목적지로 삼았다. 은퇴할 때까지 그 장면 하나만 바라보고 달릴 생각이다. 한화는 올해 전반기 1위를 확정하고 시즌 50승에 선착하면서 그 꿈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류현진은 "팀이 1등을 하고 있으니 기분이 정말 정말 좋다. 전반기 동안 투수들과 야수들 모두 최고로 잘해줬다"며 "올스타 휴식기를 잘 보내는 게 중요하다. 후반기에도 선수들 모두 준비를 잘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대전=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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