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흐름 속에서 신간 '서점 일기'는 책을 통해 사람 만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 '여운'은 책방 직원으로 일하면서 겪은 여러 에피소드를 풀고 있다. 작가는 책을 구매하기 위해 서점을 찾는 행위를 누군가의 세상과 연결하는 행위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한 할아버지는 작가가 일하고 있는 책방에서 '욤 키푸르 전쟁' 등 전쟁사와 관련된 책을 구매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그 책을 통해 1973년으로 가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을 탐구할 수 있게 됐다. 서점 직원인 작가는 이들과 세상을 연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서점 직원과 손님이 대면으로 만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작가는 서점을 찾은 사람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책을 찾는 사람을 보면서 어떤 인생을 살았을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 생각해본다. 한 예로 손주를 위해 책을 사가는 할머니가 있다. 그 할머니는 아직 어린 손주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는다. 작가는 그 할머니를 보면서 멋지고 부럽다고 생각했다. 할머니가 사 온 책을 보고 즐거워할 손주를 상상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작가는 글을 배우지 못했던 자신의 할머니도 떠올린다.
서점에서 일할 때마다 항상 즐거운 건 아니다. 서점은 우리 사회가 겪는 문제의 축소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역시 사람을 마주하면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중 하나로 물품을 허위 주문하고 연락을 끊는 '노쇼'를 골랐다. 책이 없어 주문 예약을 해놓고 서점에 찾으러 오지 않는 것이다. 작가는 노쇼로 인해 발생하는 업무 비효율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복 재고가 발생해 반품하는 일도 왕왕 있다.
작가는 서점에만 머물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책방을 만드는 게 꿈인 작가는 다른 책방도 찾으러 다닌다. 가는 곳마다 동네에 있는 책방을 구경하러 가는 식이다. 아무래도 작가는 유명한 책방보다 작지만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책방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그는 경북 경주시에서 여행하다가 우연히 그림책 전문 작은 책방을 찾아갔다. 그 책방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작가는 생각한다. "공간은 무릇 자기 철학이 담기고 기운이 어리는 법."
어쩌면 서점에서 책을 사는 행위 자체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책을 사면서 타인에게 내 생각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작가를 비롯해 서점 직원은 함부로 그 생각에 가타부타 말을 붙이지 않는다. 그 생각을 이해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서점과 책방, 책은 물론 책을 읽는 사람이 귀한 세상이 됐다. 독서에 대한 생각을 한 번쯤 환기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서점 일기 | 여운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24쪽 | 1만6800원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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