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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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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교회협의회,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 '아파르트헤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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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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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에 대해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라고 규정하며 세계교회의 연대와 저항을 촉구하고 나섰다.

    WCC 중앙위원회는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된 제70차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성명을 공식 채택했다. 이번 성명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대한 인도주의 위기와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 사태 속에서, 세계교회가 참혹한 현실에 침묵해선 안된다는 메세지를 담았다.

    아파르트헤이트 본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백인 분리 정책에서 유래한 용어로,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체계적으로 억압하고 지배하는 체제를 의한다. 국제형사재판소(로마규정)와 UN 아파르트헤이트 협약 등에선 '조직적이고 제도적으로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억압·지배하며 이를 유지하려는 정책과 실천'을 아파르트헤이트로 규정하고 있다.

    WCC는 '공의가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르게 하여라'(아모스 5장 24절)로 시작하는 이번 성명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위기가 국제 인도주의 및 인권법과 가장 기본적인 도덕 원칙을 명백히 위반하는 수준으로 확대됨에 따라 깊은 한탄과 분노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작전이 제4차 제네바협약을 중대하게 위반했고, 이는 국제형사재판소(ICC) 규정상 집단학살 또는 기타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서는 폭력이 심화되고, 불법 정착촌 확장과 체계적인 인권 침해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러한 행위는 유엔 헌장, 제네바협약, 국제 인권조약, 안보리 결의 등 다수의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자지구 희생자가 5만 8000명을 넘기고 기대를 모았던 휴전 협상이 이스라엘군 철군 범위를 두고 이견이 커지며 다시 교착 국면으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이번 성명은 교회가 단순한 관망자나 중립적 중재자에 머물 것이 아니라, 정의와 평화 실현의 중대한 주체임을 상기시키며 국제법의 원칙에 입각해 연대와 저항의 목소리를 분명히 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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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18일부터 24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된 세계교회협의회 제70차 중앙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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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CC는 유대인을 비롯한 모든 종교·민족 공동체에 대한 존중을 거듭 강조하면서, 비판의 대상이 유대인 전체가 아니라 이스라엘 정부의 정책과 군사행동임을 분명히 했다.

    WCC는 "우리는 유대인들과 이스라엘 정부의 행위를 명확히 구분하고, 반유대주의· 반아랍 등 모든 종류의 인종차별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하지만 가자지구 주민들의 참을 수 없는 고통, 격화되는 폭력과 억압 앞에서 교회 공동체가 '국제법과 도덕 윤리에 입각한 정의의 원칙'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4가지 주요 요구사항으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부과하고 있는 차별적 지배 체제가 국제법에 위배되는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라는 것을 분명히 할 것과, ▲ 표적 제재· 투자 철회· 무기 금수 조치 등 국제법 위반에 대한 제재 및 책임 이행, ▲ 가자지구 봉쇄 해제와 점령 종식 등 팔레스타인 인권 및 자유 확인, ▲ 팔레스타인 기독교 공동체의 회복 지원과 권리 보호가 제시됐다.

    '정의의 열매는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이 평화를 위하여 그 씨를 뿌려서 거두어들이는 열매입니다'(야고보서 3장 18절)의 성경구절로 마무리된 이번 성명은 "모든 국가가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판결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며 "전 세계 교회는 "증언하고, 목소리를 내며, 실질적으로 행동하도록 부름받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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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이번 성명은 세계교회협의회 내에서도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열린 WCC 중앙위원회 보고회에서 김서영 목사는 "이번 중앙위원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논의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이슈였다"며 "WCC의 역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아파르트헤이트', 즉 인종차별 정책으로 규정하는 성명을 채택했다"고 보고했다.

    김 목사는 이어 "이번 성명에 대해 '용기 있었다', '교회의 윤리적 책임이다', '지지한다'라고 평가하는 교회들도 있지만, 이스라엘의 정책을 아파르트헤이트와 동일시 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부정확하고 정치적으로도 매우 위험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독일의 한 총회는 이의제기를 하면서 일부 WCC 탈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중"이라며 "그럼에도 교회는 불의 앞에 침묵하지 않는다는 신앙고백으로 이 성명을 채택했고, 오늘날 교회의 정체성과 윤리적 책임이 무엇인지 다시금 묻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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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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