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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2 (금)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21년 만에 시집 낸 김홍신 "한 번뿐인 인생, 잘 놀다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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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운 언어로 삶 노래한 서정시 모아 '그냥 살자' 발간

    내년 등단 50주년…"내 유언은 '머리맡에 만년필과 원고지 놔달라'"

    연합뉴스

    포즈 취하는 김홍신 작가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최근 시집 '그냥 살자'를 출간한 김홍신 작가가 17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7.20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어찌 살아야 합니까 / 인생사 전쟁터가 아니더냐 // 웃고 건강하고 신나게 살고 싶습니다 / 남을 기쁘게 하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게 살라 // 그리 살기가 어찌 쉽습니까 / 인생사 쉬우면 재미가 없느니라 // 잘 사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 그냥 살라" (시 '그냥 살자' 전문)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모든 사람의 공통된 고민이다. 그 어려운 질문에 원로 작가 김홍신(78)은 "그냥 살라"고 답한다, 최근 발간한 시집 '그냥 살자'의 표제시에서.

    17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김홍신은 "저는 화장실에 '인생 딱 한 번, 놀다 가지 않으면 불법'이라고 써서 붙여놓고 매일 되새긴다"며 "저 혼자만 잘 놀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잘 노는 방법'을 담은 시들을 썼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시집의 수록작들은 인생을 어떻게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해법이 담겼다. 현학적인 표현은 배제하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삶을 담아냈다.

    김홍신이 권하는 인생을 사는 방법은 '잘 노는' 것. 다만 이는 나태하게 살라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 푹 빠져 보라는 취지다.

    "자기 일에서 성공하고 존경받는 분한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물어보면 '나처럼 살지 말고 자유롭게 살라'고 해요. 반대로 한량 같은 사람한테 물어보면 '나처럼 살지 말고 진지하게 살라'고 하죠. 저는 둘 다 선택해야만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주어진 일을 알차게 가꾸는 것이 곧 잘 노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연합뉴스

    인터뷰하는 김홍신 작가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최근 시집 '그냥 살자'를 출간한 김홍신 작가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7.20 scape@yna.co.kr


    김홍신은 대한민국 첫 밀리언셀러 소설 '인간시장'과 발해 역사를 담은 대하소설 '대발해' 등 한국 문학사에 획을 긋는 대작을 쓴 작가다. 그런 그가 시집을 펴낸 것은 2004년 사별한 아내 이화영 씨를 향한 그리움을 담은 '한 잎의 사랑' 이후 21년 만이다.

    김홍신은 "젊을 때는 시인이 되는 꿈을 꾸기도 했다"며 "그 시절에 시를 공책에 많이 썼는데, 그 공책을 한 여학생한테 빌려줬더니 그걸 돌려주지 않고 이민을 가 버렸다. 나중에 물어보니 부모님이 버렸다고 하더라. 그런 일을 겪고 보니 시에 애착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언젠가 문예지에서 의뢰받아 시를 써서 보냈는데 굉장히 좋게 평가해주셨다"며 "그런 칭찬을 받으면 기억에 남지 않나. 그래서 언젠가 시집을 내야겠다고 생각했고 틈틈이 시를 써서 모은 것들을 펴내게 됐다. 이번 시집에 담지 못한 시도 많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인터뷰하는 김홍신 작가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최근 시집 '그냥 살자'를 출간한 김홍신 작가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7.20 scape@yna.co.kr


    이번 시집의 가장 앞에 실린 시는 '대바람 소리'다. 작년에 출간된 김홍신의 에세이 '겪어보면 안다'에 이 시를 쓰게 된 배경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

    김홍신은 경남 산청 군수의 초대로 기산국악당을 찾았는데, 그곳에서 이 국악당의 대밭극장을 상징하는 시 한 편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곧바로 쓴 시가 '대바람 소리'다. 이후 박범훈이 이 시를 노랫말 삼아 작곡한 곡을 장사익이 불렀다.

    "하늘에게 어찌 살라느냐 물으니 / 대나무처럼 살라 하네 / 대나무는 가늘고 길어도 쓰러지지 않아 / 마디 있고 속 비어 그렇다네 / 인생의 고비가 마디요 / 속을 비우는 건 마음 내려놓는 거라네" (시 '대바람 소리'에서)

    김홍신은 "한 번은 성철 대선사님께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달라고 하소연했더니 '대나무처럼 살라'고 하셨다"며 "그 뜻을 알 수 없어 상좌 스님께 여쭈었더니 '대나무가 가늘고 길어도 쓰러지지 않는 건 속이 비었기 때문이고, 대나무의 마디는 고난이다'라고 해석해주셨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 이야기를 듣고 메모해뒀던 것이 시간이 흘러 대밭극장을 위해 시를 쓰게 되자 떠올랐다"며 "결국 스님의 말씀과 제 경험이 시가 된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김홍신의 시 대부분은 평소 메모하는 습관에서 나온다고 한다. 경험과 감상이 메모가 되고, 메모는 시가 된다.

    연합뉴스

    시집 출간한 김홍신 작가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김홍신 작가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최근 발간한 시집 '그냥 살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7.20 scape@yna.co.kr


    인터뷰 서두에 말했듯 김홍신은 마치 놀이하듯 지치지 않고 계속 글을 써왔다. 1976년 등단해 내년 50주년을 앞둔 그는 이번 시집까지 총 141권의 책을 펴냈다. 올해 5월엔 동화 '수업이 끝나면 미래로 갈 거야'를 출간하는 등 소설에만 머물지 않고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밖에도 김홍신은 1982년 출간했다가 절판된 소설 '난장판'의 재출간을 준비하고 있고, 지금까지 쓴 시들을 엮어 다른 시집을 낼 계획이다.

    그가 쉬지 않고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은 건강 관리와 독서, 메모하는 습관이라고 한다. 김홍신은 매일 108배를 하며 건강을 유지하고, 일간신문 4종과 잡지 10여종을 구독하며 글 읽기를 멈추지 않는다.

    "능력이 닿는 한 저는 다양하게 일해보고 싶어요. 저는 자식들에게 '내가 죽으면 머리맡에 만년필과 원고지를 놔 달라'는 유언을 남기려고 합니다. 그만큼 쉬지 않고 죽을 때까지 글을 쓰고 싶어요."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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