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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종교계 이모저모

    '자살률 1위' 대한민국에 던진 종교연대의 경고와 실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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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민 기자]
    문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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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뉴스 이지민 기자) 종교계가 연대한 생명존중 실천 세미나가 제주에서 열렸다.

    30일 제주 서귀포시 법화사에서 한국종교인연대와 한국생명운동연대 주최로 '생명존중·상생평화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는 1999년 7대 종단(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민족종교)을 중심으로 창립된 한국종교인연대가 공동 주관한 행사로, 생명운동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세미나는 자살률 1위라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극복하고 종교 간 연대를 통해 생명존중 문화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는 실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한국생명운동연대 공동대표 조성철 씨는 개회사에서 "이제는 종교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생명을 지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고, 공동대표 무원 스님은 "고통받는 생명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종교의 본령"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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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축사를 통해 제주가 생명과 평화의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법화사 도성 스님은 환영사에서 "종교와 이념, 세대와 지역을 초월한 연대가 오늘 이 자리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조강연에 나선 김대선 상임대표는 "생명은 나와 너, 종교와 종교의 경계를 넘어 함께 지켜야 할 공동의 가치"라며 "종교는 생명과 평화를 위한 '소금과 목탁'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주제 발표에서는 이범수 동국대학교 교수가 "자살예방은 종교계의 사명이자 사회적 과제"라며 디지털 시대에 적응한 새로운 방식의 생명운동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영갑 전 성균관유도회 회장은 "급변하는 시대에 종교가 상생과 평화를 실현하는 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합토론에는 전영록 제주관광대 교수, 양두석 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 김현호 성공회 신부, 윤창원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등이 참여해 종교계의 역할, 자살 유가족 지원, 디지털 캠페인 전략 등을 주제로 논의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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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미나 종료 후에는 종교계 인사 1,000명이 참여한 '생명살리기, 자살예방을 위한 종교인 1,000안 선언문'이 발표됐다.

    선언문은 생명을 고귀한 가치로 인정하며 자살 문제를 단순한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사회 구조적 원인과 제도의 한계까지 함께 책임져야 할 공동 과제로 천명했다.

    선언에 참여한 종교인들은 자살의 정당화 불가, 생명 보호의 우선성, 지역공동체와의 연대, 혐오와 배제를 넘는 상생문화 실천, 자살 유가족과 이주민에 대한 맞춤형 지원, 설교를 통한 생명 메시지 확산, 디지털 콘텐츠 활용, 청년세대와 함께하는 캠페인 추진, 제도개선 요구 등 9대 실천지침을 발표했다.

    염상철 상임대표는 "이 선언이 단지 문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실제로 실천되는 운동으로 확산되도록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한국종교인연대와 한국생명운동연대는 이번 선언을 계기로 전국 종교기관, 시민단체, 지자체 등과 협력해 생명지킴이 교육, 자살예방 콘텐츠 제작, 자살 유가족 지원 네트워크 강화 등 구체적인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생명살리기, 자살예방을 위한 종교인 1,000명 선언문생명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고귀한 가치입니다. 우리 대법원의 판결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생명은 한 번 잃으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고,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이며, 한 사람의 생명은 전 지구보다 무겁고도 귀중하고 엄숙한 것이며,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입니다.

    이처럼 소중한 생명의 가치를 지키고 일깨우는 일은 종교의 본분이며 사명입니다. 종교의 생명은 곧 생명 그 자체입니다.

    지난 2019년 6월 18일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638명의 성직자들이 생명살리기, 자살예방을 위한 종교인선언을 했지만 오늘 우리는 이 사명을 온전히 다하지 못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 OECD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현실 앞에 우리는 때때로 침묵했고, 때때로 무관심했습니다. 한 해 1만 명이 넘는 이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고 지난해는 15,000명이 생명을 달리 했음에도 우리는 그 고통을 충분히 껴안지 못했습니다.

    자살을 개인의 선택으로만 보거나, 자살 유가족의 고통을 보듬는 데 소홀했으며, 심지어 낡은 종교적 관행이나 교리로 그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생명존중의 문화를 확산하는 데도, 위기에 처한 이웃을 돌보는 사랑의 실천에도, 공동체 회복을 위한 생명운동 참여에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사회의 고립과 정신건강 위기, 청소년 · 노인 자살 증가 등 새로운 위협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AI · SNS 기반 사회에서의 '비대면 외로움'과 '정서적 단절'은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생명의 위기입니다. 이주민, 미등록외국인, 다문화청소년, 북한이탈주민의 자살율은 한국의 평균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제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습니다. 우리 종교인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지난날을 깊이 참회합니다. 진정한 참회는 행동의 변화입니다.

    우리는 "생명을 살리고 북돋는 일이 선이다"라는 슈바이처의 외침에 다시금 귀 기울이며, 이제는 생명을 지키는 선한 실천에 우리가 먼저 나설 것을 선언합니다.

    종교가 생명의 방파제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절망의 끝자락에서 생명의 끈을 다시 잡을 수 있도록 손 내미는 종교가 되겠습니다.

    우리는 지역사회에서 생명을 지키는 '연결망'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 선언이 종교계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우리 모두가 생명존중의 문화를 실천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 합니다.

    1. 자살은 더 이상 안 됩니다. 그 어떤 이유로도 생명 가치는 훼손되어서는 안됩니다.

    2. 종교인들은 지역공동체의 연결자로서 더 생기 있고 밀착된 관계망을 만들겠습니다. 특히 힘없고 병들고 외로운 이웃들을 적극적으로 돌보며 따뜻한 공동체를 이루겠습니다.

    3. 우리는 갈등과 혐오, 배제를 넘어 다양성과 상생, 회복의 문화를 실천하겠습니다.

    4. 지역사회 · 지자체 · 보건기관 · NGO와 연대하여 생명지킴이 네트워 크를 촘촘히 구축하겠습니다.

    5. 자살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그들의 애도와 회복을 위한 지원에 적극 나서겠습니다. 특히 청소년 유가족 및 이주민 유가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맞춤형 치유를 지지하겠습니다.

    6. 설교, 설법, 강론 등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겠습니다.

    7. 디지털 콘텐츠, 온라인 법회,미사,예배 유튜브/팟캐스트 등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해 생명 메시지를 확산하겠습니다.

    8. 생명존중 서약 캠페인 등 시민참여형 생명운동에 적극 동참하겠습니다. 지역청년, 교회·사찰·성당·교당 청소년들과 함께 '생명살리기 행동'으로 확산 시키겠습니다.

    9. 자살로 인한 공소권 없음 처분은 진실 규명을 가로막고, 사회적 책임을 흐 르게 합니다. 자살을 개인의 선택으로만 보지말고, 구조적 원인을 밝히고 예 방할 수 있는 제도 개선에 앞장서겠습니다.

    사진=한국종교인연대

    문화뉴스 / 이지민 기자 ijimin2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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