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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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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앞에 총기가 배달됐다…무너진 총기 청정국, 넷플릭스 ‘트리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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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길·김영광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

    ‘대한민국에 총기가 풀린다면’ 발칙한 상상

    평범한 사람 앞에 놓인 총…감정과 선택 집중

    헤럴드경제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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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별 것도 아닌 xx들이 까불고 xx이야”.

    달라진 것은 없다. 그저 총을 들었을 뿐이다. 순식간에 세상이 만만해진다. 자신을 벌레취급했던 세상에 심판의 방아쇠를 당기는 성 범죄자. “제발 살려주세요”. 총구 앞에선 사람들의 애원은 제 역할을 하지못한 채 단발과 함께 사라진다. 최악과 최악이 더해진 상황. 무방비 상태의 ‘총기 청정국’에 대한 경고인가 했는데, 드라마보다 더한 현실의 뉴스가 가슴을 더욱 갑갑하게 한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다.

    ‘트리거’는 총기 청정국 대한민국에 택배를 통해 총기가 풀린다는 설정으로 출발한다. 전직 스나이퍼이자 현직 경찰인 이도(김남길 분). 그는 한 고시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과 출처를 알 수 없는 수십개의 총알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불법 총기 수사를 본격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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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도는 불법 총기 수령이 의심되는 전원성의 집을 찾았다가 숨어있던 문백(김영광 분)을 만난다. 택배로 총을 받은 이들과 달리 총알과 주소록을 전달받았다는 문백. 자유로운 영혼인듯 속을 알 수 없는 문백은 우연처럼 총기 사건 현장마다 나타나 이도의 수사를 돕는다. 그 사이 불법 총기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대한민국 곳곳에 퍼져나간다. 이도와 문백은 불법 총기의 출처를 찾아낼 수 있을까. 더이상 총기 청정국이 아니게 된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트리거’는 기존에 총기를 다룬 액션물과는 차별화를 꾀한다. 총을 쏘는 장면이 아닌 ‘총’을 잡게 된 이들의 동기와 과정, 그리고 선택을 깊게 들여다본다. 권오승 감독은 “‘누가, 왜 그 총을 들어야 했는가’가 중요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에서 총은 단순한 액션의 도구가 아닌, 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싣는 매개체로 존재한다.

    규칙이라고는 지키지 않는 고시원 사람들 틈 속에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는 고시생, 노동 현장에서 세상을 떠난 아들을 위해 매일 1인 시위를 하는 어머니,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 그리고 일진들의 도 넘는 괴롭힘에 지쳐가는 고등학생까지. 결국에는 총과 마주하는 이들의 선택은 각자의 사연과 맞물리며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서 격한 파동을 만들어낸다. “총은 바이러스처럼 퍼져 마음이 취약한 사람들을 감염시킨다”(김영광). ‘트리거’는 극도로 불안해 진 사회와 그 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흔들리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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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 감독은 “한국 사회가 언제부터인가 대립과 갈등이 증폭되고, 불안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런 것을 역 이용해서 총이 주워졌을 때 사람들이 쏠지, 쏘지 않을지가 그들이 갖고 있는 사연과 만났을 때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트리거’를 기획한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화려한 총기 액션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총을 잡는 주체가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누구의 손에 총이 들리냐에 따라 다른 형태의 액션이 펼쳐진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 총을 잡았을 때와 총을 처음보는 사람이 잡았을 때가 다르고, 게임에서만 총을 다뤄본 이가 총구를 겨눌 때의 형태와 느낌이 다르다. ‘트리거’는 총을 쏘는 장면에서까지도 인물의 심리상태를 실어보낸다. 스나이퍼 출신의 이도가 작중 선보이는 총기 액션도 예외는 아니다.

    절도 있는 몸놀림 속에 감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움직임. 김남길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딛고, 감정이 아닌 신념으로 움직이는 경찰 이도를 설득력있게 표현한다. 그간 쌓아온 액션 내공이 이도와 총을 한몸처럼 보이게 한다. 스나이퍼로 복무했고, 그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얻었지만 그것을 세상에 그대로 되갚지 않으려 애쓰는 이도. 다른 등장인물들에게 총이 세상을 향해 쏟아내는 ‘울부짖음’이라면, 이도에게 총은 그저 세상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도구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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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길은 “보여주기 위한 액션보다는 지켜내기 위한 액션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 “이도가 총을 드는 이유는 공격이 아니라 방어, 보호 목적에 가까워서 불필요한 동작을 덜어낸 절제된 액션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문백이란 매력적인 캐릭터가 단순히 악으로 소비되는 것은 아쉽다. 서사는 있지만, 캐릭터 자체가 가진 입체성은 부족하다. 후반부 작품을 닫기 위해 전개의 호흡이 점차 빨라지고, 그 안에서 개연성의 공백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트리거’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대한민국에 총기가 퍼진다면?’이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시청자를 끌어당기고 몰입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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