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대기 중 이런 경험이 자주 반복되면서 ‘나만 그런 걸까’ 궁금해졌다. 지인들을 만날 때 “초록불이 켜졌는데도 출발하지 않는 차가 너무 많다”라는 푸념 섞인 말을 하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틀어 놓고 가는 운전자를 봤다는 목격담까지 나왔다. 이는 이제 누군가의 새로운 경험, 한두 명의 이상한 행동이 아니라 이미 모두가 경험하고 있고, 습관적으로 행해지는 왜곡된 운전 문화다. 그런데도 한편으로 대수롭지 않아 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너무 무감각해진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들을 이른바 ‘스몸비(스마트폰 좀비)’라고 하면서 사회적으로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이 2015년 무렵이다. 당시에 “스몸비를 예방하자”고 외친 지 10년이 넘었고, 시내 도로 곳곳에 ‘바닥 신호등’이라는 것까지 생겼다. 큰 성과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스쿨존의 어린이 스몸비, 길에서 만나는 어르신 스몸비까지 생겼으니 말이다. 이제는 ‘운전자 스몸비’까지 나왔다.
주위 사람들에게 “혹시 운전 중 영상을 켜 놓나요?”라고 물으니, 의외로 그렇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서 다들 “소리만 듣는다”고 한다. 하지만 믿지 못하겠다. 영상을 켜 놓다 보면 화면에 시선을 빼앗기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운전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뻔하다.
과거 택시를 타면 자동차 백미러에 ‘오늘도 무사히’라는 문구를 단 차가 많았다. 이는 아무리 안전을 챙겨도 신호등 같은 인프라가 부족해 사고가 많이 나던 시대의 기원을 담고 있다. 지금은 주변보다 다른 운전자의 잘못된 스마트폰 이용 습관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다. 어쩌면 운전자 스몸비를 만나지 않도록 ‘오늘도 무사히’를 기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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