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매도 속도 빨라지나
[파이낸셜뉴스] K증시(한국 증시)를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떠나고 있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공포, 밸류업은 커녕 소액주주를 외면하는 풍토에 장기 투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 거래의 절반 이상은 주식을 구입한 날 바로 되파는 ‘데이트레이딩’(당일매매), 소위 단타 매매였다.
■금투세로 빨라지는 동학개미 엑소더스
28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1월 2일부터 6월 25일까지 개인투자자는 한국 증시에서 7조4350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은 11조6090억원을 순매도했다. 연기금 등은 1조130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외국인은 22조1570억원을 순매수했다. 2023년 1월 2일부터 12월 28일까지 개인투자자는 5조8260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은 4조2870억원을 순매도했다. 연기금 등은 2조8880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의 K증시 순매도는 2024년의 6개월도 안된 시점에서 2023년 순매도를 훌쩍 뛰어넘었다. 개인투자자의 K증시 엑소더스(탈출)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2022년 1월 3일부터 2022년 12월 29일까지 개인투자자는 25조3690억원을 순매수하며 한국 증시의 큰 손였다. 기관이 13조6030억원, 외국인이 11조150억원을 순매도하는 상황 속에서 버팀목였던 셈이다.
정치권이 만든 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모든 수익이 과세 대상이다. 국내상장주식 매매 이익 연 5000만원, 기타 금융투자소득 연 250만원이 기본공제다. 투자 손실이 이익보다 큰 경우 5년 간 해당 결손금을 소득에서 공제한다. 세율은 과세표준 3억원 이하가 22%, 3억원 초과는 27.5%다.
대형 자금을 운용중인 현직 공제회의 CIO(최고투자책임자)도 "금투세가 도입되면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를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며 "한 동안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증시 단타천국, 미국증시 장기투자
K증시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불신은 단타천국에서 볼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3일까지 코스닥시장의 데이트레이딩 거래대금은 630조483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전체 코스닥시장 거래대금(1104조54억원) 가운데 57.11%가 주식을 당일 사고판 거래다. 데이트레이딩 비중은 △2019년 48.00% △2020년 55.81% △2021년 54.08% △2022년 53.85% △2023년 55.87%로 2020년 이후 매년 50%를 넘겼다.
데이트레이딩 주체는 개인이 71.3%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7.8%, 10.2%로 나타났다. 특정 테마주들이 높은 상승률을 보이면서 고수익을 좇는 개인의 단타성 매매가 늘어났다고 분석된다.
반면 동학개미들은 서학개미로 변모, 미국증시에 대한 장기투자를 노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21일 엔비디아를 2억7431만달러(3814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올해 해외 단일 종목에 투자한 최대 규모다. 올해 한 종목을 하루에 1억달러 이상 순매수한 것도 처음였다. 개인투자자들이 같은날 국내 증시를 순매수한 전체 규모(4166억원)의 91.3%에 달한다. 엔비디아 한 종목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투자는 코스피·코스닥 전체 종목에 비견할 만했다.
금융감독당국 안팎에 따르면 정부와 국회는 22대 국회 구성이 마무리되는 올 하반기부터 상법 제382조의3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 개정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행 상법에 있는 ‘이사는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조항을 ‘이사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로 바꾸는 방안이 유력하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한경협 등이 사실과 법리를 왜곡하고 호도하고 있다"면서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이 평균 30% 넘는 지분을 갖고 있는 상장회사들이 외국 사례 왜곡과 경영권 위협, 기업가 정신 위축과 같은 가스라이팅에 몰두하는 것은 볼썽사납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은 주주 간 이해충돌 상황이 있을 경우 이사(회) 또는 지배주주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며 "8개 경제단체가 무슨 근거에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글로벌 스탠더드 위배라고 주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 불확실성이 증대된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주주 간 이해충돌이 있는 합병 등 거래에서는 그러한 거래를 하려는 이사가 절차와 조건에 있어서 완전한 공정성(entire fairness)을 증명하면 된다"면서 "지배주주와 관계있는 이사를 배제한 완전히 독립적인 이사회 산하 위원회를 구성해서 그 거래를 진행하게 하고, 주주총회에서도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을 모두 뺀 나머지 주주들의 과반수로 결정하면 된다"라고 주장했다.
지배주주의 경영권이 행동주의펀드 등에 의해 공격받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편견"이라고 반박하며 국민연금·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활용한 주주가치 개선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하는 현실에서는 오히려 행동주의가 투자자 보호를 대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한국이 고도성장을 거치는 과정에서 기업주의 자본축적 속도보다 기업 확장속도가 더 빨라 기업주가 낮은 지분율로 기업을 지배하는 특유의 '한국적 기업지배구조'가 형성됐다"며 "이런 구조가 경제개발 시기 압축성장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한국이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지금은 자본시장 선진화 걸림돌로 지목된다. 이에 주주의 권리 행사가 보호·촉진되고, 모든 주주가 합당한 대우를 보장받는 기업 지배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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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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